오늘은 아주머니댁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날입니다.
빵집에 들러 간식도 사고, 마트에서 저를 위한 베개도 골랐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후, 아주머니께서 제 머리를 말려주겠다고 합니다.
평소 드라이기를 쓰지 않지만, 미용실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께 믿고 맡깁니다.
“선생님, 일로 오세요. 내가 향미도 이렇게 말려준다.”
씻고 나오니 아주머니 옆에 드라이기와 빗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너무 뜨겁지 않게 말려야 한다며 바람 온도를 확인하시고, 조심스럽게 제 머리를 빗겨줍니다.
사람 챙기는 것을 좋아하는 아주머니가 제 머리를 말리시며 얼마나 행복해하셨는지 모릅니다.
아주머니의 사랑이 드라이기 너머로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머리를 말린 후, 둘레 사람에게 쓸 편지를 준비했습니다.
편지 작성이 길어지자, 아주머니의 두 눈이 점점 감깁니다.
그런데도 힘든 내색 없이 두 눈 초롱초롱 빛나는 저를 맞춰주셨습니다.
내일 아침, 김정숙 미용실에 출근해야 하니 감사 편지는 내일로 미루고 영화를 보기로 합니다.
아기 관련 영화로 ‘보스 베이비’를 준비했습니다.
아주머니가 조금 보시더니 고개를 돌립니다.
“아주머니, 이 영화 별로예요? 다른 영화 볼까요?”
“그래. 별로다.”
“어떤 영화 볼까요?”
“원숭이 나오는 거.”
“어떤 원숭이를 볼까요?”
추천 목록으로 뜬 영상을 짧게 보여드리며 물었습니다.
기저귀를 찬 아기 원숭이를 원하셨습니다.
기저귀를 찬 아기 원숭이, 아기 출산 등 다양한 영상을 보다 잠들었습니다.
새벽 5시, 인기척이 들려 눈을 떴습니다.
아주머니께서 제가 더울까 걱정되셨는지 선풍기 방향을 저를 향해 맞추고 계셨습니다.
아주머니의 아침은 남들보다 빨랐습니다.
하루를 함께 보내니 새벽마다 전화하시는 아주머니가 이해됩니다.
사실, 아침이 오기를 오랫동안 기다린 후 조심스럽게 전화하신 듯 합니다.
출근하기 전, 자신은 시간이 없어 초코파이에 우유를 말아먹지만 제겐 밥을 꼭 먹으라며 챙겨주십니다.
사람을 사랑하고, 챙기는 것을 좋아하시는 아주머니와 함께 있으니
내가 시설 단기사회사업을 하는지, 할머니 댁에 놀러 왔는지 잊을 때가 많습니다.
“이제 가나?”
“다음 주 금요일에 작별인사하고 갈 것 같아요.”
“보고 싶어서 어째.”
“눈 내리는 겨울에 한번 놀러 올게요. 오늘처럼 잠도 재워주고 밥도 차려주실 수 있으세요?”
“그래. 내가 해줄게.”
2022년 8월 2일 화요일
첫댓글 선생님 위한 베개도 사고, 머리도 말려주시고...사진에서 선생님을 위해 집중하는 아주머니의 모습이 부럽습니다.
정 많은 강자경 아주머니. 벌써 다음을 기약하는 모습이 아쉽지만 놀러오면 반겨주는 사람이 있으니 좋겠습니다.
자주 놀러오세요.^^
신은혜 선생님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아주머니는 늘 새벽 3~4시쯤 일어나는데 신은혜 선생님이 전화 받는 건 그보다 한두 시간쯤 뒤라고요. 아주머니는 신은혜 선생님을 나름 배려하고 있었던 겁니다. 함께 자기 전까지는 몰랐던 일인데 함께 자며 그 사실을 알았다고 했죠. 사랑 많은 강자경 아주머니.
송지우 선생님의 글을 읽으니 마음이 뭉클합니다. 사람은 저마다 갖고 태어나는 것이 다르죠. 어느 것은 남들보다 많이 갖고 태어나기도 하고, 또 어느 면에서는 남들보다 부족하기도 하고요. 누구나 타고난 것들이 같지 않은 것은, 어쩌면 각자 가진 몫을 서로 나누고 채우며 사람이 사람과 어울려 살아가길 바라는 신의 뜻이 담겨 있는게 아닐까 합니다. 강자경 아주머니는 특히 사랑을 많이 갖고 태어나신 분 같아요. 사랑을 베푸는 기쁨을 잘 알고 계신 분이기도 하고요. 강자경 아주머니의 마음을 귀하고 소중하게 여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강자경 아주머니, 크게 행복하셨을 것 같아요.^^
아… 따뜻하네요. 울컥합니다.
사랑이 사람을 살게 한다고 생각해요. 송지우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더욱 확신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