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도 지났는데 지구촌이 꽁꽁 얼어붙었다. 기습적인 한파가 밀어닥친 유럽은 인명피해만 지금까지 450여명에 이르고 중국 헤이룽장성은 영하 50도까지 내려갔다. 일본은 3미터가 넘는 눈이 내리는가 하면 우리나라 또한 2월 기온으론 5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래선지 영화 <투모로우>가 생각난다. 온난화 때문에 갑자기 북반구에 빙하기가 도래한다는 내용의 그 영화는 비록 과학적인 논리에서 보면 조금 과장되었다 해도 지구온난화가 얼마나 큰 재앙으로 번질 수 있는지를 경고한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다. 근래에 본 다큐 <북극의 눈물>과 <남극의 눈물> 또한 지구온난화로 인한 생태환경의 위기를 보여준 ‘눈물겨운’ 영상이었다.
지구온난화. 도대체 그게 얼마나 심각하길래 극지방의 빙하가 그토록 빠르게 녹아버렸을까? 다들 지구온난화의 원인은 화석연료를 과도하게 사용한 탓이라 한다. 화석연료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그 이산화탄소의 온실효과 때문에 태양열을 우주로 내보내지 못한 지구가 더워진 거라고. 그래서 탄소세니 배출권이니 하면서 범국제적으로 공조하자고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사안이라서 그런지, 아니면 다들 ‘경제성장’이라는 단꿈에서 깨어나지 못해서인지 화석연료의 소비는 여전하고 이산화탄소는 줄어들지 않았으며 지구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사람들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을 다들 하나같이 ‘이산화탄소’라고 한다. 정말 그럴까? 과학자도 전문가도 아닌 나는 요즘 들어 왜 자꾸 그게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드는 걸까? 왜 자꾸 의문 하나가 따라다니는 걸까? 물론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온난화를 가속시킨 가장 큰 원인은 다름 아닌 ‘바닷물 온도의 상승’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드는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세계 지표면의 평균 온도보다 해수면의 평균 온도가 더 급격하게 오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세계 바닷물의 평균 상승 온도는 0.7도 정도이지만, 한반도 부근 바다의 수온은 그 2배인 1.2~1.6도가량 오른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북극으로 유입되는 해수온도가 지난 여름엔 2천 년 만에 최고로 높았다는 보도까지 있었다. 이게 사실이라면 정말 이상하지 않은가. 대기보다 훨씬 더 열전도율이 낮은 바다가, 그것도 측량할 수조차 없는 엄청난 양의 바닷물이 어째서 지표면보다 더 빨리 온도가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일까?
그렇다면,
바닷물 온도가 이처럼 빠르게 상승하는 이유가 뭘까?
지구에 당도하는 태양열이 갑자기 해수온도를 변화시킬 만큼 증가했을 리 없고, 이산화탄소가 대기를 담요처럼 감싸고 있다고 해도 지구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바다, 그 상상할 수조차 없는 어마어마한 양의 바닷물이 그렇다고 그렇게 쉽게 데워질 수 있을까?
그 의문의 꼬리에서 나는 자꾸 핵발전소를 떠올린다. 전 세계에 있는 450여기의 핵발전소 대부분이 강변이나 바닷가에 지어져 있는 것도 함께 떠올린다. 좀 더 정확히 말한다면,
핵발전소가 내놓는 엄청난 온배수에 혐의를 두고 싶은 것이다.
물론 아직 혼자만의 의문이고 생각이며 결론일 따름이다.
언젠가 다카기 진자부로 박사의 글에서, 발전용량 100만kw급 원전 1기에서 하루에 원자탄 3개를 폭발시키는 것 만큼의 엄청난 열을 내뿜는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랬다. “그럼 그 많은 열은 다 어디로 가지?”
핵발전소에서 일으킨 그 많은 열은 정말 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얼핏 계산해 보아도 우리나라 21개 핵발전소에서는 하루에 원자폭탄 50여개를 터뜨리는 만큼의 열을 내뿜고 있다는 말인데, 그럼 1년이면? 30년이면? 더구나 전세계 450개의 핵발전소라면 하루에 원자탄 1,200여개를 터뜨리는 것과 맞먹는 열이 발생할 것이다. 그게 1년이면? 50년이면?
글쎄, 지구에서 하루에 원자탄 1,200여개가 터지는 만큼의 열이 발생한다고 상상해 보라. 그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수십 년째 계속되어왔다고 생각해 보라. 그 열이 다 어디로 갔겠는가? ‘온배수’라는 형태로 바뀐 그 열은 차츰 바닷물에 섞여 사라진다고?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긴 원자력계에서 그리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늘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열역학 제 1법칙인 ‘에너지 보존의’ 법칙만 이해해도 그건 말이 안 되는 주장임을 알 것이다. 그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 중 극히 일부는 전기 에너지로 변환되겠지만, 핵발전소가 일으킨 그 엄청난 열의 대부분은 형태가 바뀔지는 몰라도 결코 지구에서 소멸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해수온도 상승은 너무나 당연하고 지구온난화와 기후 재앙은 필연적인 결과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건 누구나 알 수 있는 지극히 상식적인 이해라고 할 수 있다. 핵발전소라는 ‘재앙의 화덕’이 뿜어내는 그 엄청난 열이 지속적으로 지구의 대기와 해수온도를 높였고 이산화탄소를 증가시켰으며 빙하를 녹이고 해류의 흐름을 바꾸며 기후 격변을 가져왔다는 것을.
동해안 해수온도가 세계 평균해수온도보다 2배나 높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높은 핵발전소 밀집 때문이 아닐까? 북극의 빙하가 거의 다 녹은 것과 북극의 유입해수온도가 2천년 만에 최고라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북대서양 연안에 밀집된 350여기의 핵발전소가 내뿜는 엄청난 열과 온배수 때문이 아닐까? 그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두 해도 아니고 수십 년째 이어져오고 있으니, 대양이 아무리 깊고 넓다 해도 온도가 상승하지 않을 수 없음은 불을 보듯 뻔한 일 아닌가.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건, 해양학자와 기후학자들은 어째서 이 사실을 한번도 발언하지 않는 것일까, 하는 것이다. 해수온도가 저처럼 빠르게 높아지는 까닭이 핵발전소의 온배수 영향 때문이라고 왜 말하지 못하는 건가, 하는 것이다. 왜 다들 ‘이산화탄소’ 탓으로 돌리고 입을 봉하고 있는 건가, 하는 것이다. 정말 몰라서 그럴까? 너무 엄청난 바닷물 용량이라 그에 대한 데이터를 낼 수 없어서 그럴까? 아니면, 혹시 이렇게 말하고 있는 나야말로 진짜 뭘 모르는 것일까?
지구환경은 해류와 대기를 순환시키면서 유지되고 있는 살아 있는 시스템이다. 지구의 품에 깃들어 사는 모든 생명이 그 덕분에 생존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해수온도가 올라가면 모든 게 달라진다. 흐름이 바뀐 해류와 대기는 지구 생태계의 모든 균형을 무너뜨린다. 폭설, 한파, 홍수, 가뭄, 폭풍은 지구가 스스로 열평형을 찾으려는 몸부림이다. 사람도 체온이 약간만 올라도 견디기 힘든데 그 엄청난 덩치인 지구의 몸은 얼마나 괴롭겠는가. 이대로 놔두면 지구가 아예 자정과 순환을 포기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건 우리에게도 파국적인 결말임은 말할 필요가 없다. 때아닌 2월의 한파와 잦아진 기상이변은 어쩌면 우리의 암울한 <투모로우>를 예고하는 지구의 고통스런 신음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