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을 한번 이상 방문한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한국과 흡사한 점이 매우 많다고요. 그동안 이런 종류의 언급을 한 분들이 많기에 간단하게 역사와 지정학적 위치 등을 언급하고 최근에 등장하는 닮은 꼴에 대해 말해볼까 합니다. 잘 아시듯이 베트남은 중국에 오랜 시간 식민지로 지냈습니다. 거의 천년 동안입니다. 한반도가 중국 중원의 변방민족이 세운 원과 청에게 시달림을 받은 것에 비하면 아주 긴 세월이었습니다. 베트남도 그래서 한자 문화권입니다. 지금은 베트남 문자가 영문화되었지만요. 불과 몇십년전까지 한자를 그들의 문자로 사용했습니다. 한반도도 세종대왕의 한글 제정전까지 한자를 문자로 표기하지 않았습니까.
베트남도 반도 국가입니다. 인도차이나 반도라고 하지요. 베트남과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등지가 반도에 포함되어 있어 그렇게 부르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인도와 차이나가 들어있는 것은 상당히 우스운 이야기입니다. 그냥 동남아반도라고 부르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테죠. 베트남은 반도국이어서 음식이 매운 편입니다. 베트남의 아주 조그만 고추를 먹어본 사람들은 아실 것입니다. 한국의 청양고추 저리가라 입니다. 사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것은 베트남에 더 잘 어울리는 말입니다. 베트남에는 가족관계가 정말 돈독합니다. 예전 한국보다 훨씬 더합니다. 장유유서 문화는 베트남이 훨씬 강합니다. 하지만 한국인과 베트남인들의 성격은 정말 차이가 많이 납니다. 기후탓이겠지요. 차이점은 따로 언급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요즘은 어떤 것이 한국과 베트남의 닮은꼴일까요. 베트남의 최대 명절은 우리의 설입니다. 베트남 최대 명절인 <뗏>때 그야말로 민족 대이동이 일어납니다. 각 직장에서는 일주일 내지 이주일 휴가를 줍니다. 이때 고향에 돌아가 아예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베트남의 중소기업들은 이 설날에 대비해 비상상황이 벌어집니다. 인력수급에 아주 곤혹스런 상황을 겪는 사업장이 참으로 많습니다. 하긴 베트남의 길이는 남북으로 1600km가 넘습니다. 서울과 부산보다 4배정도 더 긴 거리입니다. 아직도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베트남이기에 한번 고향을 찾은뒤 다시 대도시로 돌아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랫만에 만난 가족과 헤어지기가 싫은 것이겠죠.
그래서 새로 생긴 신문화가 바로 명절 스트레스 바로 명절 증후군입니다. 명절에 부부관계가 극도로 악화된다는 것입니다. 베트남은 여성의 권리와 역할이 남성보다 월등합니다. 예전부터 전쟁이 잦은 탓에 남성들은 주로 전쟁터에 차출되었습니다. 그 빈 공간을 여성들이 메운 것이죠. 특히 프랑스와의 독립전쟁과 미국과의 전쟁 등으로 남성들이 가정을 돌보거나 직장이나 공무원 등으로 복무하기가 극히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여성들이 남성들처럼 활발하게 활동하는 문화가 정착되었습니다. 지금도 공무원들의 상당수가 여성들이고 길거리에서 장사하는 상인들의 대부분이 여성들입니다. 그만큼 여성들의 입김과 영향력이 셀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이 되풀이되다 보니 베트남에서 아내의 역할과 주장이 더욱 강합니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데로 베트남의 남북간의 거리가 상당하다보니 한번 고향을 찾기가 쉽지 않고 따라서 시댁과 처갓집을 오고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도 그동안은 힘듬을 참고 양가집을 오고갔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습니다. 명절때 아예 두곳 중 한곳을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합니다. 그야말로 격년제로 찾게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아내들의 요구는 더욱 강해집니다. 이제 아예 시댁을 방문하지 않겠다고 주장하는 부인들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죠.
한국과 많이 비슷하지 않습니까. 한국은 이제 아예 아내는 친정집으로, 남편은 시댁으로 각자 따로 따로 가는 상황이 되었다지요. 아마도 몇년안에 베트남도 이런 현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의 영향으로 유교적인 색채가 짙었던 한국과 베트남의 모습이 너무 닮아가는 것 같습니다. 얼마전 미국의 유명 유튜버가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국가라고 말했다지요. 그 원인으로 유교와 자본주의의 끝자락을 웅켜잡은 문화가 만든 슬픈 현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유교의 좋지 않는 점과 자본주의의 폐단이 서로 어우러져 요상한 상황을 만들어냈다는 것 아닙니까. 지금 베트남도 거의 유사합니다. 유교의 장점은 이제 팽개치려 하고 있습니다. 핵가족 등을 내세우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지금 베트남은 형식적으로는 공산주의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지만 실제는 자본주의속에 놓여 있습니다. 정치는 공산당 일당 독재지만 말이죠. 그러니 유교와 자본주의의 끝자락만을 웅켜진 한국과 베트남이 유사한 사회현상을 보이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이제 설날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한국과 베트남에서 지난한 고향찾기가 시작되겠죠.하지만 고향보다는 유명관광지로 가는 행렬이 더 많을 것입니다. 이번 명절에는 명절 증후군 이런 것 겪지 말고 슬기롭게 해결하시기 바랍니다. 힘들고 가기싫으면 양가 어른들께 잘 말씀드리고 편하게 명절을 보내세요. 자식의 행복이 부모의 행복 아닙니까. 자식이 명절에 불행한데 부모가 행복하겠습니까. 그런 자손의 차례상을 받는 조상님들이 편하시겠습니까. 부디 이번 명절은 명절증후군 그리고 부부간의 갈등이 최소화되기를 기원합니다.
2024년 2월 3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