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kr.blog.yahoo.com/dokdoarirang
序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작가가 철이 들면서부터 인지해 왔던 사실이고 과거 식민지 시대의 참상
을 부모님 세대로부터 전해 들어 익히 알고 있는지라 일본에 대한 고정 관념은 어린 시절 북한에 대
한 경계심 만큼이나 큰 것이었다. 그리하여 창작 초기인 1999년부터 2000년 대 초반까지는 배일, 극
일의 감정으로 응어리진 가슴의 한풀이를 하듯이 글을 썼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여러 서적의 탐독과 깊은 사색 속에 역사와 문화를 깨닫게 되었고, 배달 겨레의 중심에 위치한 대한
민국은 동북아, 나아가 아시아와 세계를 담을 그릇을 민족 문화의 저변에 깔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
게 되었다. 그래서 창작 초기보다는 좀더 성숙된 마음으로 일본과 중국을 아울러보고자 노력하였다.
그리고 이 글을 쓰면서 저자는, 과거의 국지적인 생활 환경을 고집하는 우물속 사고와 부분적 이익
을 위한 반 인륜적 야만 행위는 오늘날 지구 공동체 세계에서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될 일임을 굳은
신념으로 지니게 되었다. 그럴 즈음 2005년 봄에 또다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함이 이전과는 다른 위
기 의식을 느끼게 하여 필자는 독도가 이 시대 분명한 대한민국령임을 확인시켜 후세의 증거로 삼
고, 이 시대 대한민국 국민의 독도 영유권에 대한 굳은 의지를 밝히는 역사적 자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6년 동안 묻어 두었던 글을 정리하여 세상에 내놓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완성되기
까지 필자에게 창작의 영감을 풍성하게 제공해 준 한단고기, 부도기, 삼국유사 등 겨레 사서의 저자
들과 글의 완성에 이를 수 있는 지성을 연마해 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목 차
제1장 동량 -------------------------------(5)
설
박사와 의원
복서와 건달
제2장 야망 -------------------------------(9)
갓밝
복서의 꿈
스승과 제자
제3장 2000년 1월 1일(독도 아사달2005.7.31) ---------------------(18)
개벽 한
새세기의 산행
망언과 분노
독도 아사달
제4장 열도 원정 --------------------------(35)
개천 배달
기자와 아나운서
적과의 승부
제5장 암운의 양국 ------------------------(55)
개국 조선
사무라이와의 혈투
아사달 독도(2005.7.31)
청년의 대화
제6장 해후 ------------------------------(68)
화백 부여
대통령 면담
아가페
제7장 검은 열도 --------------------------(77)
다물 고구려
일본의 음모
긴자 주점
제8장 프로포즈 ---------------------------(90)
성덕 백제
세미나
청혼
제9장 두 영웅 ---------------------------(99)
바랄 가야
불의의 테러
모종의 전화
제10장 독도왜란 ------------------------(110)
말한 신라
폭거의 변
독도왜란
제11장 꿈의 실현 -----------------------(114)
성국 발해
영광
잠입
제12장 피아의 프로젝트 ------------------(121)
북진 고려
투쟁의 기원
심판
오닌의 꿈
의거의 끝
제13장 대단원 -------------------------(138)
구국 조선
대결
집행
제14장 비서 ---------------------------(157)
대한민국
가까운 진실
왕과 쇼군
제15장 결혼 ---------------------------(158)
겨레의 초상
한 사랑
페미니즘
제16장 화(和) --------------------------(166)
복고
소화의 붕괴
아리랑 동이제(2005.7.31)
이념의 재정립
제 1 장 동량
<설>
지금으로부터 7만년 전 레므리아 대륙이 바다 밑으로 가라 앉아 멸망하면서 무족은 마고 나아칼의 인솔 하에 티벳의 마고성에 나라를 세운다. 큰 딸인 궁희에게 허달성을 맡겨 마고성과 나란히 두었고 작은 딸인 소희에게 실달성을 주어 마고성과 허달성 아래에 두었다. 마고는 어머니의 나라인 레므리아 대륙에서 가져 온 거룩한 영감의 책으로 백성들을 통치하니 우러러 받들지 않는 이가 없었다.
하나 박사와 의원
1.
“장 박사, 다께즈미 의원의 조상이 고조선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우리와 한 겨레라는 말이 됩니까?”
“제가 공부한 바로는 그럴 개연성이 큽니다, 각하”
“어떻게 해서 그렇다는 겁니까?”
재일교포 3세 다께즈미 일본 의원의 뿌리를 두고 대통령이 무척이나 궁금한 듯 박사를 재촉한다.
“언어학적으로 접근을 하면, 의원님의 성씨에서 단군 왕검의 흔적을 찾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이번에는 의원 본인이 깊은 관심을 보인다.
“의원님의 성씨 다께즈미는 高泉으로 쓰지 않습니까?”
“그렇지요.”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이고 의원은 두 눈을 꿈벅이며 함께 대답한다.
“단군 왕검은 왕이니 곧 ‘높을 高’를 상징하여 하나의 증빙이 되고, 고조선의 후계를 자처하는 고구려 왕족이 고씨 성을 갖고 있으니 이것이 또 하나의 방증이 됩니다.”
“그렇게 되는군요!”
비서실장까지 한 몫 거들면서 모두 수긍의 표시를 한다.
“하하, 저는 그저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족보를 보고서야 그런 줄 알고 있습니다만, 장 박사, 대단합니다.”
“허허, 장 박사야 하버드 대학의 언어학 박사요, 철학 박사인 걸......그런데 고천 의원의 집안 족보는 어떻게 해서 고조선 시대까지나 올라갑니까?
“예, 각하. 저희 집안 조상들이 대륙과 반도, 열도를 옮겨 다니며 살다 보니 정체성 확립의 필요성을 크게 느꼈던 것 같습니다. 장 박사 말씀과 같이 고조선의 왕손이라 더 절실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희들은 조상들의 국적 이동 상황을 잘 알 수 있습니다. ”
“그런가요? 음, 그래서 다께즈미 의원의 정치적 관심이 동북아 통합에 있었던 거구만......”
“각하, 그런 것은 아닙니다, 하하하”
대통령과 비서실장, 다께즈미 의원, 장 박사 네 명의 환담이 웃음으로 마무리진다.
2.
"하하하, 박사,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소. 역시 피를 나눈 동포와의 만남만큼 행복한 시간은 없는 듯하오."
"그러셨다면 다행입니다, 의원님. 저도 의원님을 만나 보람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럼, 편안한 여행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그럽시다, 장 박사. 만나서 반가웠소. 그리고 대통령께는 잘 지내다 돌아간다고 안부 전해 주시오."
"예, 알겠습니다."
“일본 오거던 연락 주시오.”
박사의 승용차가 공항을 벗어날 무렵, 의원을 태운 비행기가 열도를 향해 하늘 높이 오른다.
둘 복서와 건달
체육관을 나서는 규호의 기분이 하늘을 날 듯 상쾌하다. 두어 시간의 고된 훈련을 끝내고 맛본 한 줄기 샤워의 뒷풀이는 물론이거니와 때마침 체육관 입구로 밀려들어 전신을 훑어대는 밤 공기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쾌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규호야, 니 먼저 가라. 나는 조금만 더 하다 가께, 으이?”
친구 봉오의 말을 흘리면서 규호가 체육관을 달려 나간다. 집까지 적당한 거리에 있는 체육관은 운동 전후 몸풀기로는 제격이었다. 도로변을 줄곧 달려 나가던 규호가 주택가로 들어가는 골목길 입구에 다다르면서 생각한다.
"오늘은 지름길로 갈까?”
조금이라도 일찍 피곤한 몸을 눕히고 싶은 생각에 선뜻 골목길 초입에 발을 내디딘다. 가벼운 발놀림으로 들어간 골목길은 한밤중의 어둠과 전신주의 희미한 불빛만이 어우러져 검은 공기만이 좁은 골목길을 흐르고 있다. 문득 긴장이 느껴진다.
“괜히 들어섰구나!”
운동으로 쌓였던 스트레스와 긴장감이 다시금 몸속으로 스며드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프로 복서로서 일상의 힘겨운 훈련과 시합 속에서 언제나 맛보는 스트레스와 긴장을 따로 느끼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다시 큰길로 돌아 나가고 싶었지만 어차피 들어선 길이라 계속 나아갔다. 일정 간격 속에 어둠을 희석시키고 있는 전신주 불빛만이 규호를 맞이한다. 천하 대장군의 눈동자인 양 희뿌연 눈동자를 부리부리 굴리며 내려다보고 있다. 골목길 깊숙이 들어와 후미진 곳을 지날 때였다.
"아~악!"
여자의 비명 소리가 어둠 속을 헤쳐 나온다. 극도의 공포심이 묻어 있는 절박한 외침임을 대번 알 수 있었다. 비명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달려 갔다. 외진 곳의 좁은 공간에 두 명의 여자가 댓 명의 남자에게 둘러 쌓여 골목 구석에 갇혀 있다. 규호가 분위기를 살피며 천천히 다가간다. 여자들에게 관심을 뺏긴 듯 사내들이 주변의 인기척에는 아랑곳 없다. 이런 골목의 생리를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환경에 익숙한 자들인 것 같다.
“아저씨들, 왜 이래요? 이러지 마세요, 제발......”
“야, 씨발 누님아, 누가 누님보고 뭐 죽어달라 그카나? 오늘 학교 졸업하신 형님한테 씨발 조개, 닫힌 문 한 번 열어주라 카는데,,,”
말을 하면서 사내의 손가락이 여자의 몸을 얼굴로부터 아래로 두루 훑고 다닌다.
여자가 몸을 움츠리며 사내의 손길을 거부한다.
"이 가시나, 냄비 함 더럽게 비싸게 구네, 야이 씨발 가스나야, 우리 형님 수청 함 들어라카는데 정말로 이래 삐따카이 나올끼야? 니 조개는 금테 둘린나, 보석 박안나?"
왜소한 몸짓에 독기가 가득 배인 욕설을 하던 사내의 손이 위로 올라가더니 내려칠 듯 아가씨의 얼굴을 향한다.
“악!”
여자가 몸을 움츠리며 외마디 비명을 지른다. 분위기 파악을 더할 것도 없다. 규호가 마음을 결정한 듯 사건의 현장으로 말을 던진다.
"어이, 봅시다. 약한 여자들한테 너무 심하지 않소?”
낯선 남자의 목소리에 사내들이 흘낏 돌아보더니 이내 짜증난 표정을 지으며 내뱉는다.
“머~꼬? 어이, 지 갈 낄이나 가지, 와 끼 들어사코 지랄이고, 으이?”
규호가 멈추어 서서 지나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사내들이 투덜거리며 다가온다. 전신주 아래로 다가온 세 명의 사내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건장한 체구에 험악한 인상, 반소매 아래로 문신 투성이의 백구 머리, 왜소하지만 독기 가득찬 세 명의 사내는 경찰 수배 포스터에 나오는 영락없는 범죄자의 모습들이다.
“......”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빨리 부딪혀 상황을 조기 수습하는 것이 나 자신을 위해서 이로운 일이다. 프로 복서로서 불량배들과의 싸움으로 문제가 생기면 세계 정상을 향한 일생의 꿈이 좌절될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20~30대 몇 년 동안 목표 달성을 위해 청춘을 전력투구해야 할 상황에서 1, 2년의 방황은 곧 복서 생활의 끝을 의미하는 것......
"이 개대가리는 뭐꼬?!"
규호가 생각에 잠긴 잠깐 사이에 사내들이 다가왔고, 그 중 왜소해 뵈는 사내가 숙인 고개를 까딱 쳐들어 탁한 언어를 독기 품은 눈빛과 함께 던져온다.
"뱀대가리 형님이다, 이 자슥들아!"
문득 멀지 않은 곳, 어둠 사이로 깡패들의 기를 꺾어버릴 듯한 굵은 목소리가 전해져 온다.
멈칫하던 불량배가 곧 마음을 가다듬어 어둠 속으로 독기를 내뿜으며 노려본다.
“저건 또 머꼬?”
불량배가 한층 더 독기 서린 말투를 내뱉으며 다가오는 어둠 속 그림자를 향해 마른 몸을 던지며 주먹을 날린다.
"씨팔, 썅노무 새끼가!"
순간, 상대의 공격을 맞이한 그림자는 상체만 옆으로 살짝 비킨 채 상대의 얇은 턱에 무쇠 주먹을 찍어 올린다.
"빡!"
"크윽!"
공중에 뜬 채 그림자의 올려치기에 턱이 나간 사내가 마치 개구리의 자세와 같이 땅바닥에 고꾸라져 버린다. 입에는 게거품을 흘리며 그대로 잠들어버린 듯 꿈쩍도 하지 않는다. 봉오였다.
“빨리 따라왔구나?”
“그래, 별 일 없재?”
간단한 안부를 주고받은 뒤 봉오가 상황의 주체들을 훑어보며 일갈한다.
“이노무 자슥들이 이 분이 누구신지 알고 함부로 주먹을 들이밀어산노?
뒷 골목 세계에도 익숙한 봉오가 보다 어린 불량배들을 꾸짖듯 나무란다. 독사 같은 사내의 뒷 쪽에서, 씹어 문 담배 연기를 불빛 속으로 유유히 날려 보내며 결투 현장을 여유 있게 지켜보고 서 있던 불량배들이 순간의 승부에 멈칫한다. 예상치 않은 상대의 실력에 긴장한 듯 동공이 멈추어 있던 두 사내는 그러나 이골이 난 스트릿 파이팅의 높은 승률을 기억하며 규호와 봉오 앞으로 발걸음을 옮겨 온다.
“야들이 안되겐네!”
봉오가 규호를 뒤로 물리고 한 발 앞으로 나선다. 백구머리의 사내가 뒷 주머니로부터 검은 장갑을 꺼내 천천히 장갑을 끼워 나간다. 이윽고 다 낀 양손의 손가락을 맞물어 가며 꼭 끼인 두 손을 말아서 으스러질 듯 정권을 쥐어 보인다. 험악한 사내가 주변에 있던 각목을 주워 들더니 백구 머리로부터 떨어져 천천히 봉오의 측면으로 돌아간다. 찰나를 노린 듯 상대의 전열을 흐트러뜨릴 듯 백구 머리가 몸을 웅크려 덤벼들 자세를 취한다. 봉오가 앞발만 신속하게 옮겨 백구 머리를 향해 빈틈 없는 복서의 포즈로 상대의 공격을 끌어들인다. 완벽한 자세로 비범한 기운을 풍기는 상대를 마주한 백구 머리가 상대의 실력을 충분히 인식한 듯 자세를 풀어 정공법을 버리면서 천천히 험악한 사내의 반대편으로 돌아간다. 백구 머리의 반대편 우회로 봉오의 시야가 좁아진 틈을 탄 험악한 사내가 각목을 치켜든다. 각목의 예리한 직각이 서늘한 냉기를 띠면서 공중으로부터 빗긴 각을 그리며 머리로 날아든다.
“으랏!”
순간, 몸의 움직임과는 달리 시선만은 반대편의 사내도 놓치지 않고 있던 봉오가 가벼운 더킹으로 각목을 흘려버린다. 그리고 왼쪽으로 돌아가 흐트러진 상대의 오른쪽 관자놀이에 신속한 연속 동작으로 왼손 스트레이트를 꽂아 넣는다.
"쩍!"
"흐~!"
육중한 몸뚱이가 뒤로 젖혀지면서 큰 대자로 무너져 버린다. 봉오가 상체를 조금 세우면서 고개를 돌려 백구 머리를 향해 자세를 취하는 순간, 어느새 검은 장갑이 얼굴을 향해 날아든다.
“!”
스피드와 상황을 읽는 눈이 뒷 골목에선 어느 정도 주먹에 이력이 붙은 놈이다. 마치 규호의 생각과 함께하는 듯 봉오가 눈앞에 다다른 놈의 검은 장갑을 힘겹게 피해 머리와 상체를 살짝 뒤로 젖힌다. 백구 머리의 상체가 봉오의 얼굴 앞으로 주먹을 앞세워 지나간다. 동시에 봉오의 오른손 숏 스트레이트가 백구 머리의 왼쪽 턱에 폭발한다. 달려들던 가속도와 타격의 충격으로 곧장 앞으로 나가떨어지던 녀석의 머리와 어깨가 동시에 땅바닥에 박히며 고꾸라진다. 순식간에 세 명의 불량배가 나가 떨어지자 여자들과 함께 있던 나머지 녀석들이 전의를 상실한 듯 부리나케 달아나 버린다.
“조무라기 자슥들이...”
봉오가 싱거운 듯 한 마디를 내뱉고는 널브러진 자들의 상태를 파악한다. 다른 녀석들에 비해 가벼운 펀치를 맞은 백구 머리의 뺨을 몇 차례 쳐 깨운 봉오가 녀석의 멱살을 잡고 두 눈을 부릅 떠 노려본다. 백구 머리가 입 안으로 기어 들어가는 소리를 힘겹게 뱉아낸다.
"아이구, 행님요, 잘못했심다. 살려주이소..."
“앞으로 이런 짓 안할끼제?"
“예,예, 약속 드리겠심더."
기가 죽은 건달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규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입빠르게 대답한다.
"애들 깨워 빨리 가거라이!"
백구 머리는 타격의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은 듯 머리를 감싼 채 비틀거린다. 잠시 후, 패거리들을 깨워 일으킨 백구 머리가 규호와 봉오를 향해 넙죽 고개를 숙이고 불편한 몸을 어기적거리며 반대편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몸 함 잘 풀었다마!”
상황을 잘 마무리한 봉오가 으레 하듯이 자신의 몸을 툭툭 털면서 규호에게 싱거운 말을 던진다. 자신의 몫을 대신하여 깔끔히 처리한 봉오에게 규호가 지긋한 미소로 되돌려준다.
“자, 가자. ”
막 자리를 뜨려는 두 사람의 뒤에서 가녀린 음성이 흘러 나온다.
“저...”
“아!”
잊고 있었다는 듯 규호가 얼른 뒤돌아본다. 여인들은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은 듯 여전히 후미진 곳 구석에서 옹송그리며 흐느끼고 있다. 가까이 다가간 규호가 안부를 묻는다.
"다치신 데는 없습니까?"
규호의 물음에 작은 고개짓으로 대답하는 여인들의 얼굴이 희미하게나마 윤곽을 나타낸다. 30대 전후의 여염집 여인들이다.
"정말..고맙...습니다...! 어떻게..감사를..."
“저희들이야 당연히 할 일을 했습니다만,,,”
뒤에서 지켜보던 봉오가 대뜸 거들어 나선다.
“어디로 가다 이래 됐는진 모르겠심다만 일단 지들이 도로까지는 모시다 드리지예, 가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