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금' 참 오랫만에 듣는 말이다. '통금'이란 통행금지의 줄임말로 특정한 시간대
혹은 특정한 장소에서의 통행을 금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말이 다시 나온 것은
최근에 들어온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에게 적용했던 밤10시 이후 통금규정이
인권에 위배된다고 규정을 철폐하게 된 것이다.
십여년 전 학교에 있을 때 싱가폴에 신항만 운영상태를 조사하기 위해서 동료교수 몇명과
방문한 적이 있다. 싱가폴은 나라는 작지만 옛날부터 중개무역항으로서 부를 축적하여
국민 생활수준은 상당히 높다. 싱가폴에도 필리핀 가사 도우미가 진출해 있는데 내가 들은
바로는 그들은 일요일 낮에만 외출이 허락되어 공원이나 위락시설에 나갈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연애라도 하여 임신을 하게 되면 당장 출국조치를 당한다고 했다.
필리핀도 예전에는 우리나라보다도 소득수준이 더 높았던 때도 있었다. 마르코스 집권이후
부정부패가 만연하여 국민들 삶의 질은 나락으로 추락하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안돼 외국으로 식모살이나 선원으로 일자리를 구해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남자는 선원
양성기관을 졸업하여 유럽이나 일본 상선 해기사가 되는 것이 꿈이고 여자들은 간호대학을 나와
간호사자격증을 따서 미국으로 진출하는 것이라고 한다.
필리핀 가사도우미가 우리나라에는 금년에 들어왔지만 외국으로 진출한 것은 상당히 오래 전의
일이다. 몇십년도 넘었다.싱가폴을 비롯하여 사우다 아라비아도 있고 유럽에도 있는 것으로 안다.
그들에 관한 각국의 규정을 참고하면 될 것인데 우리가 무슨 자선 사업가라도 된양 인권타령인가?
북한의 인권에는 눈감고 있으면서 중국 조선족 등 외국 노동자들의 인권과 복지에는 못퍼줘서
야단이란 말인가?
통금하니까 옛날 생각이 난다. 젊은시절 배를 탈 때였다. 연가때 중앙동에 나갔다가 같은 회사소속
친한 선배와 만나 술을 한잔 하다보니 통금에 걸렸다. 술집에서 너무 늦게 나와서 인근 여관으로
걸어가다가 경찰한테 잡혀서 중부서 로 끌려가 취조를 받은 다음 유치장에 갇혔다. 우리외에도
술마시다 걸린 사람들이 줄잡아 스무명은 넘어 보였다. 밤을 꼬박 뜬눈으로 샌 다음 새벽5시가 넘어서야
닭장에서 풀어주어 나왔다. 이런 통금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올림픽이 열린 1988년1월1일부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