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혁신과 주주친화 정책이 밀어올린 미·일 증시
중앙일보
입력 2024.01.24 00:34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증권ㆍ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자리로 향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증시 개장식에 참석한 건 윤 대통령이 처음이다. 연합뉴스
사상 최고치 미국, 34년 만의 최고 기록 일본
공모펀드 키워 증시 수요 기반 꾸준히 늘려야
미국과 일본 증시가 훨훨 날고 있다. 미국 다우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3만8000선을 넘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사상 최고기록을 연일 고쳐 쓰고 있다. 일본 닛케이지수도 버블 경제 시기인 1990년 1월 이후 34년 만에 최고치까지 올랐다. 반면에 한국 증시는 맥을 못 추고 있다. 대표지수인 코스피지수가 새해 들어 7% 가까이 하락했다. 중국 증시는 더 나쁘다. 특히 홍콩에 상장된 중국 본토 기업으로 구성된 홍콩 H지수는 올 들어 13% 넘게 하락했다. 이 지수와 연계된 우리나라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어 걱정이다.
주가를 순자산가치로 나눈 주가순자산비율(PBR)로 보면 한국 증시가 얼마나 저평가됐는지 알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각국 증시의 상장사 평균 PBR이 한국 1.1배, 일본 1.4배, 미국 4.5배다. 이미 주가가 순자산가치의 4~5배에 달할 정도로 고평가된 미국 주가는 계속 오르는데, 주가가 순자산가치와 비슷한 수준으로 저평가된 한국 증시는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는 공통 악재인데 왜 각국의 성적표는 차이가 날까. 미국 증시 활황은 인공지능(AI) 분야의 투자 열기가 한몫했다. ‘매그니피센트(훌륭한) 7’로 불리는 애플·아마존닷컴·알파벳(구글의 모회사)·마이크로소프트·메타플랫폼(옛 페이스북)·테슬라·엔비디아 등 7개 대형 기술주가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혁신 지향적인 미국 경제와 기술 기업의 힘이 빛났다. 일본 증시의 선전 이유로는 엔저로 기업 실적이 개선된 것과 함께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등 주주 친화적인 정책 덕을 봤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공매도 금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 혜택 확대 등 일련의 정책을 내놓으며 증시 부양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경제와 기업이 건강하고 기초체력이 탄탄해야 증시도 꾸준히 성장한다는 기본은 놓치지 말아야 한다. 기업의 활력이 넘치고 혁신이 박수받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증시 매력도가 높아진다. 그제 정부가 발표했던 대형마트 휴일 의무휴업 규제 폐지처럼 소비자를 불편하게 하고 기업에 족쇄를 채우는 규제를 더 찾아내 없애야 한다. 주식 장기투자에 인센티브를 주고 공모펀드 시장을 키워 증시의 수요기반을 늘리는 노력도 꾸준히 해야 한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는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이 혁신 경제의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지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거대 플랫폼 기업을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고 사전적으로 규제하는 내용인데 국내 사업자의 손발만 묶지 않을까 우려된다. 혁신 친화적인 나라여야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