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렴 아무르 / 서영처
1
희미한 램프 아래 예배당은 사람들로 차 있었다
예배는 지루했다 나는 커다란 방석에 누워
떨며 꺾어내리고 느리디느린 찬송을 들으며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산을 내려와 어둠 속을 서성거리는 호랑이
얘는 호랑이가 물어가도 모르겠어
어느새 키 큰 나무에 얹혀 흔들렸던 시간
산을 몇 강을 몇이나 넘고 건넜는지
성큼성큼 큰 보폭으로 별에 닿았다 달에 닿았다
곤한 아침에 눈을 뜨면
호랑이는 나를 내려놓고 어디로 가버렸나?
초록이 우거지기 시작했다
바람 부는 날이면 창밖에 어른거리는 무늬
고층 아파트 동과 동 사이를 가로지르는,
어흥- 멀리서도 들려오는 헛기침 소리
털을 곧추세운 호랑이
나를 업고 수십 년을 훌쩍 뛰어 여기다 내려놓으셨나
검버섯 얼룩덜룩 돋은 아버지 떡을 잡수시네
무성하게 잎이 돋아 내 잠을 덮은
아무렴 아무르, 시베리아 너머 당신 발자국 거슬러 가면
뻑뻑하게 차오르는 검은 강물과 숲
둥 둥 둥 둥 샤먼의 북소리에 눈을 감자 아무렴 아무르
호랑이 나를 등에 태우고
소리도 없이 숲 속을 달리기 시작했다
2
그는 눈밭을 향해 포효한다
소리가 들판을 들었다 놓았다
우랄에 닿을 때까지
아무렴 아무르, 아무것도 묻지 마라
난 아무 데서도
아무에게서도 나지 않았다
3
수요일 밤이면 혼자 집을 지켰다
푸른 달의 뿔 끝에서 늑대가 울었다
털북숭이 앞발로 방문을 긁어대는 늑대들
널 잡아먹어야겠다
훔친 기저귀를 뒤집어쓰고 키득거리며
미닫이문을 열었다 닫았다
멀리서 날아오는 강 냄새를 맡고
늑대들은 도망을 쳤다 요단강인지 아무르 강인지
흥얼흥얼 찬송하며 돌아오는 밤
그의 가슴에 강물이 넘쳐
아무렴 아무르, 마당으로 마루로 차오르면
믿음직한 그림자가 드르륵 방문을 열고
어둠의 시간이 끝나는 것
난 안도의 숨을 내쉬며
아무르의 깊음 속으로 천천히 밀려들어갔다
4
자작나무 그늘에서 자장가를 불러주며 그는 나를 키웠다
내 꿈은 자전거를 달려 아무도 가보지 못한 깊은 숲까지 가는 것
거기서
숨죽이며 호랑이를 기다리는 것
아무 아무 아무르
묵묵부답 흐르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