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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태평양 지역자가 아닌 독일이 2020년 9월에 ‘인도-태평양 지침서'를 발표하면서 인도-태평양 역내 유력 국가들과 군사 협력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세계적인 제조업을 자랑하는 독일에게 중요한 시장이자 경제 협력 발생 지역인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세력 균형이 독일의 국익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역내 전략의 구현을 위해서 독일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유력 국가들과 다양한 국방 협력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2021년에는 독일 해군의 브란덴부르그급 호위함 3번함 바이에른을 8개월 동안(2021년 8월 2일부터 2022년 2월까지) 장기 항해에 투입하여 인도-태평양에 배치한 바 있다.
바이에른함은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베트남 등을 방문하였으며, 2021년 11월 9일에는 한국을 방문하여 한국 해군과 함께 북한의 불법환적감시 활동을 전개 하였다.
2022년에 시행되었던 독일 공군의 래피드 패시픽 2022 역시 독일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역내 파트너 국가들과 협력하여 구현하기 위한 것이었다.
독일 공군은 래피드 퍼시픽 2022를 한참 준비하던 2022년 6월 20일에 래피드 퍼시픽 2022의 핵심 파트너인 한국과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싱가포르의 독일 주재 대사들을 초청하여 독일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설명하는 행사를 개최하였으며, 8월 15일에 바이에른 노이부르크 공군기지의 제 74 전투비행단의 유러파이터 전투기 6대가 분스토르프 공군기지의 제 62 수송비행단의 A400M 수송기 4대와 함께 래피드 패시픽 팀을 구성하여 태평양으로 장거리 비행하였다.
래피드 패시픽 팀을 24 시간 이내에 싱가포르까지 장거리 전개, 배치한다는 1차 목표를 달성한 후 6대의 유로파이터 전투기와 A400M 수송기 4대 등 래피드 패시픽 팀 전체가 8월 19일부터 오스트레일리아(이하 '호주') 공군 주관으로 시행된 피치 블랙 2022 훈련에 참가하였다. 2022년 9월 8일에 종료된 피치 블랙 2022 훈련은 호스트인 호주 공군과 함께 미국과 영국, 캐나다, 싱가포르 등이 참여하였으며, 한국 공군과 일본 항공자위대, 독일 공군이 2022년에 처음으로 피치 블랙 훈련에 참가하였다.
피치 블랙 2022 훈련이 종료된 후에도 래피드 패시픽 팀은 호주에 남아서 9월 12일부터 9월 24일까지 호주 해군이 주관하는 다국적 해군 훈련 카카두 2022에 참가하여 연합 해상기동부대에 함대 방공을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이들은 호주에서 모든 일정을 마친 후 한국과 일본, 싱가포르로 이동하였다.
독일 연방군의 브리핑에 따르면, 독일 공군이 파견한 래피드 패시픽 팀은 단순한 공군 파견대가 아니라 에어 앰배서더, '하늘의 독일 대사'로서 군사외교 사절단이기도 했다.
이들이 독일 공군이 파견한 군사외교 사절단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독일 공군은 래피드 패시픽 2022의 군사 외교 대상국으로 지정한 파트너 국가들(한국,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싱가포르)을 외교(군사외교)적으로 동등하게 대한 것이 아니라 차등 대우를 한 것이 된다.
싱가포르로부터 래피드 패시픽 팀 전체가 오스트레일리아로 이동하여 2개의 다국적 훈련(피치 블랙 2022, 카카두 2022)에 참여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래피드 패시픽 2022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오스트레일리아와 협력하여 카카두 2022, 피치 블랙 2022에 참가하여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파트너 국가들과 함께 모의 연합 작전을 수행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서 오스트레일리아는 래피드 패시픽 2022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파트너였다.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모든 일정이 성공적으로 종료된 후 다시 싱가포르에 유로파이터 전투기 3대를 보내면서 나머지 3대의 유로파이터 전투기와 A400M 수송기 등은 9월 28일에 일본으로 파견하였다.
동시에 한국에도 A400M 수송기 1대에 탑승한 독일 공군 사절단을 파견하였다.
그러나 일본에는 독일 공군을 대표하는 사절단장으로 독일 공군의 수장인 잉고 게르하르츠 공군참모총장이 우로파이터 전투기 3대와 A400M 수송기로 구성된 본대를 이끌고 일본을 방문하여(팀 루프트바페의 상징인 일명 도장이 된 유러파이터 역시 일본을 방문한 팀 루프트바페 본대에 편성되었다) 독일과 일본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일본 항공자위대와의 합동 훈련과 함께 독일 공군참모총장과 일본 항공자위대 막료장의 공동 기자회견까지 한 반면, 싱가포르에는 똑같이 유로파이터 3대가 파견되어 싱가포르 공군과 함께 훈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독일 언론의 주목을 거의 받지 못하였다.
그리고 한국 공군의 경우에는 '하늘의 독일 대사'에게 4개 파트너 국가 중 가장 격이 낮은 외교적 대우를 받았다.
독일 공군에게 사실상 패싱당한 한국 공군
차라리 싱가포르는 독일 공군의 래피드 패시픽 2022에서 독일 공군이 인도-태평양에 접근하기 위한 연결 노드로서 중시되었다는 점에서 래피드 패시픽 2022의 어젠다에 반영된 파트너 국가 4개국 중 최하등의 대접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래피드 패시픽 2022의 1차 목적은 독일 공군 파견대(팀 루프트바페)를 독일 바이에른에서 싱가포르까지 24시간 이내에 전개 완료하는 것이었고, 싱가포르를 기반으로 오스트레일리아가 주도하는 모의 다국적 연합작전에 참가하였으며, 이후 독일로 귀환하기 전 싱가포르에 다시 유로파이터 3대를 파견하였다.
래피드 패시픽 2022의 파트너 국가 4개국 중 최하등의 외교적인 처우를 받은 것은 단연 한국 공군이다.
2022년 9월 28일에 팀 루프트바페는 일본에는 독일 공군의 수장인 공군 참모총장 잉고 게르하르츠가 이끄는 사절단을 파견하였다.
반면 같은 날 한국에는 잉고 게르하르츠와 계급은 같지만(중장) 그보다 격이 낮은 독일 공군 전력사령부(약칭 LwTrKdo) 사령관인 귄터 카츠가 지휘하는 소규모 사절단만 파견하였다.
독일 공군 참모총장과 계급이 같은 귄터 카츠 중장을 사절단장으로 한 것은 한국을 상대로 하는 군사외교가 그와 동시에 진행된 일본 항공자위대에 대한 그것보다 지나치게 격차가 벌어지지 않도록 배려(?)한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귄터 카츠 중장이 지휘하는 독일 공군 전력사령부는 독일 공군의 전투비행단들뿐만 아니라 수송비행단과 훈련비행단, 그리고 각종 지원부대 등을 지휘하기 때문에 독일 공군에서 가장 위상이 높은 사령부이다.
그러나 독일 공군 전력사령부(직역하면 병력사령부)는 독일 공군 참모총장인 잉고 게르하르츠 중장이 총감을 담당하고 있는 독일 공군청의 하위 사령부라는 점에서 결국 한국 공군에 파견한 사절단은 일본에 파견한 사절단보다 격이 한단계 더 낮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독일 공군은 한국과 일본을 같은 어젠다(래피드 패시픽 2022)의 파트너 국가로 반영을 했음에도 한국 공군을 일본 항공자위대보다 외교적으로 낮은 격으로 취급한 것이다.
이는 영국이 극동에 영국 공군(RAF) 파견대를 보내면서 대한민국 공군과 일본 항공자위대를 동등한 파트너쉽으로 대우한 것과 대조되는 것이다.
2016년, 영국 공군은 영국 공군의 유로파이터 전투기인 타이푼(Typhoon) FGR.4 전투기 1개 편대와 보이저(Voyager) KC2 공중급유기(영국 공군의 A330MRTT. 영국 공군의 A330MRTT 중에서 Cobham 905E 공중급유 포드 2기에 더해서 Cobham 805E FRU까지 갖춘 기종이 KC3이며 그렇지 않은 기종이 KC2이다)로 구성된 파견대를 극동에 파견하면서 일본 항공자위대, 주일 미 공군과 가디언 노스 합동 훈련을 하였으며, 한국에서도 동일한 전력으로 한국 공군의 F-15K와 KF-16, 주한 미 공군의 F-16C와 함께 무적의 방패(Invincible Shield) 합동훈련을 하였다.
그리고 당시 영국 공군 참모총장(Stephen J. Hillier 공군 대장)이 당시의 한국 공군 작전사령관, 그리고 주한 미국 제 7 공군 사령관과 함께 오산 미 공군기지에서 공동으로 기자 회견을 하였다(2016년 11월 9일).
이처럼 영국 공군은 한국 공군과 일본 항공자위대를 대등한 외교적인 격으로 대하면서 두 나라 공군(일본은 항공자위대)과 실질적인 협력의 기반을 마련하였다.
반면 독일 공군은 2022년 9월 28일에 한국 공군과 일본 항공자위대에 동시에 사절단을 파견하면서 일본에는 독일 공군의 대표이자 수장인 독일 공군 참모총장 잉고 게르하르츠가 이끄는 사절단을 파견하여 독일 언론과 일본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일본 항공자위대 항공막료장(한국군의 공군참모총장에 해당) 이즈쓰 슌지(井筒 俊司)와 함께 공동 기자회견을 한 반면, 한국에는 잉고 게르하르츠 공군 참모총장보다 격이 낮은 귄터 카츠 중장이 이끄는 사절단을 보내면서 독일 언론을 일체 배제하였다.
독일 공군참모총장이 지휘하는 독일 공군 사절단의 일본 항공자위대 상대하는 외교는 양국 공군 참모총장 공동 기자회견과 합동 훈련을 포함한 중요 일정이 독일 언론과 일본 언론에 보도되었으며, 독일 공군도 각종 SNS를 통해서 항공자위대에 대한 우호적인 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내기도 하였다.
반면 한국에 파견된 독일 공군 사절단은 독일 언론은 완전히 배제한 상태에서(같은 시각 독일 언론은 일본 항공자위대와 독일 공군의 군사외교에 스포트라이트를 집중하고 있었다) 이미 어두워졌을 때 A400M 1대만 슬그머니 들어왔으며, 이후의 일정도 일체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채로 불과 하루(9월 29일) 체류하다가 9월 30일 오전에 한국을 떠났다.
사절단 규모와 내용, 일정에서도 독일 공군은 한국 공군을 일본 항공자위대보다 낮은 격으로 대접하였다.
일본을 방문한 독일 공군 사절단은 레피드 패시픽을 상징하는 스페셜 도장이 반영된 항공기를 포함한 유로파이터 전투기 3대가 일본 항공자위대 제 7 항공단(항공총대 예하 중부항공방면대 소속)의 F-2A 전투기와 합동 훈련을 한 반면, 한국에는 다른 파트너 국가들(오스트레일리아, 일본, 싱가포르)에 파견했던 유로파이터 전투기들을 파견하지 않고 A400M 수송기 1대만 파견하였다.
래피드 패시픽 2022에서 오스트레일리아 공군과 해군을 상대로는 오스트레일리아 주도의 다국적 합동훈련 참가, 일본 항공자위대를 상대로 한 군사외교에서는 향후 독일 공군과 일본 항공자위대의 항구적인 파트너쉽의 의지를 드러내는 양국 합참의장 공동 기자회견, 그리고 싱가포르는 독일 공군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독일 공군이 접근하기 위한 연결 노드라는 식으로 각개 피트너에 맞는 이슈를 부각한 반면, 한국 공군 상대로 하는 군사 외교에서는 이와 같은 상태에서 다른 래피드 패시픽 파트너들과 함께 했던 공동 훈련까지 생략했던 것이다.
래피드 패시픽 2022의 다른 파트너 국가들에는 유로파이터 6대(오스트레일리아) 또는 3대(일본, 싱가포르)를 피견하여 합동 훈련을 하면서 오직 한국에만 오스트레일리아와 일본에 파견한 사절단보다 격이 낮은 사절단이 탑승한 수송기(A400M) 1대만 어두운 시각에 이목을 피해서 들여보내고, 실제 활동을 한 9월 29일에는 무슨 활동을 했는지 숨기다가(반면 같은 날 일본에서는 독일 공군참모총장과 그 수행원들이 일본 항공자위대 막료장이 함께 아침 조깅을 하는 것까지 일일히 독일 공군 트위터에 공개되었다) 9월 30일 아침에 한국을 떠났다.
독일 공군 사절단의 일정이 철저히 비공개였기 때문에 국내 언론에서는 독일 공군이 유로파이터 전투기 대신 A400M 수송기 1대만 파견한 것은 한국 공군의 수송기 도입 사업 후보 기종 중 하나인 A400M을 홍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애써 긍정적인 방향으로 추측성 보도를 내놓기도 하였다.
다만 A400M의 제작사인 에어버스(Airbus)가 래피드 패시픽 2022를 활용한 홍보 작업을 했기 때문에 이것이 전혀 사실 무근은 아닐 것이다. 래피드 패시픽 2022 파견대에 편성된 유로파이터 전투기와 A330MRTT 공중급유기, 그리고 A400M 수송기 이 세 종류의 항공기들은 모두 에어버스의 제품들이다.
VOA에 따르면 독일 공군 대변인이 독일 공군 사절단의 한국 방문은 한국 공군과 협력 방안을 협의하기 위한 것이며, 협력은 주로 인적, 문화적 교류라고 한다.
상호운용성
한편 독일 공군참모총장 잉고 게르하르츠 장군이 이끄는 사절단은 일본 항공자위대 동부항공방면대 산하 제 7 항공단의 햐쿠리(百里) 기지에 방문하여 제 7 항공단의 F-2A 전투기들과 독일 공군 유로파이터 전투기들의 합동 훈련을 시행하였다. 제 7 항공단은 원래 F-4EJ Kai 2개 비행대대(301 비행대대, 302 비행대대)를 운용하던 부대였다.
그러나 F-4EJ가 항공자위대에서 모두 퇴역하고 301 비행대대와 302 비행대대가 F-35A로 기종 전환을 한 후에 제 7 항공단에서 제 3 항공단으로 이동하였으며, 제 3 항공단에 있던 F-2 1개 비행대대(제 3 비행대대)가 제 7 항공단에 배속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당시 독일 공군에서 항공자위대와 합동 훈련을 하면서 상호 운용성을 강조하였다.
항공자위대가 4개 비행대대(F-2의 CRT 부대인 제 21 교육비행대 포함)를 편성하여 운용하고 있는 F-2A/B 87대 중 20대는 유로파이터와 상호운용성 확보가 어려운 항공기들이다.
다양한 MIDS(다기능 정보 배포 시스템)중에서 유럽 방위산업체인 탈레스가 제작하는 AN/USQ-140(V)1(C) 계열 RT-1840이 유로파이터에 통합되어 있다.
독일 공군 유로파이터와 항공자위대 F-2가 함께 작전하기 위한 상호운용성 확보 수준은 높지 않다.
다만 JDCS(F)를 사용하는 F-2A/B는 2019년까지 1개 대대 규모가 확보되었으며, J/APG-1를 개량한 J/APG-2가 통합되는 새로운 임무 컴퓨터에 Link 16을 연동하는 개량 역시 2020년부터 진행되고 있다. 이 개량 사업으로 F-2A/B 다목적 전투기 중 TADIL-J를 갖추는 항공기가 증가한다면 독일 공군의 유로파이터 등 NATO 표준 항공기와 상호 운용성이 확보되는 F-2 개량 항공기 숫자가 늘어날 것이다.
독일 공군이 강조한 우방국 공군과의 상호 운용성은 F-35 운용국간의 상호 운용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된 바 있다.
이는 F-35A 35대를 발주한 독일 공군이 장래에 신속한 F-35A 작전 운용 태세를 갖추고 높은 수준의 운용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독일보다 앞서 F-35를 도입하여 운용하고 있는 나라들과 각종 노하우, 전술 공유가 필요하다.
래피드 패시픽 2022의 파트너쉽 국가 4개국 중에서 한국과 오스트레일리아, 일본은 이미 F-35를 도입하여 운용하고 있는 나라들이며, 싱가포르 공군도 F-16C/D 일부를 대체하기 위해서 F-35B를 도입할 예정이다.
그리고 독일 공군 래피드 패시픽 2022 파견대가 참가한 피치 블랙 2022 훈련에 참가한 나라들 중 미국은 F-35의 본가이며, 영국은 F-35 프로그램의 핵심 참여국으로서 F-35B를 운용하고 있다.
긍정적인 고찰
독일 공군이 래피드 패시픽 2022의 파트너 국가 4개국 중 유독 한국을 오스트레일리아, 일본보다 현저하게 격이 낮은 취급을 하였다. 심지어 싱가포르 공군을 상대로 하는 군사 외교와 비교해도 수준이 낮은 외교로 한국 공군을 대하면서 언론에도 일체 노출시키지 않는 등 한국 공군에 대한 군사 외교를 철저하게 격하시켰다.
동일한 시기에 병행한 일본 항공자위대와의 군사외교는 독일과 일본 양국 언론에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시키기 위한 공식 이벤트들로 구성되었으며 독일 연방군과 독일 공군의 홈페이지와 트위터 등에 자랑스럽게 홍보한 반면, 한국 공군 상대로 하는 군사 외교는 언론을 일체 배제한 상태에서 몰래 하였으며 사절단의 격(일본 방문 사절단을 이끈 독일 공군 참모총장보다 한 단계 격이 낮은 독일 공군 전력사령관 귄터 카츠가 한국 방문 사절 지휘)과 규모(A400M 수송기 1대만 파견), 내용 모든 면에서 현저한 푸대접이었다.
한국과 일본을 상대로 하는 군사 외교가 서로 다른 시기에 다른 어젠다를 기반으로 실행된 것이라면 굳이 양자를 서로 비교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동일한 어젠다(래피드 패시픽 2022)로 동일한 시기(2022년 9월 28일 ~ 9월 30일)에 시행된 군사 외교가 서로 격과 내용, 언론 접근 모든 면에서 확연하게 차이가 있다.
한마디로 독일 공군 래피드 패시픽 2022에서 한국 방문은 그냥 형식적인 방문에 불과하며, 다른 3개 파트너 국가들(호주, 일본, 싱가포르)과 달리 한국 공군을 사실상 패싱한 것이다.
그러면 독일 공군이 한국 공군을 왜 이렇게 오스트레일리아 공군, 일본 항공자위대와 구별되는 차별 대우를 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긍정적인 시각으로, 최대한 독일에게 호의적인 시각으로 내막을 추정해보도록 하겠다. 다시 말해서 독일이 아닌 한국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일 가능성에 대해서 추측을 헤보겠다는 것이다.
독일 공군은 한반도 유사시 전력 제공국이 아니라는 점이다.
H-hour 시점에서 WX가 시작되어 그로부터 24시간이 지난 후에 F-hour가 시작되면 작전 계획상 일정한 시간 동안 한미 연합사의 전시작전통제에 통합되어 있는 항공 작전 부대들이 평시에 연합공군구성군사령부(CACC)가 미리 작성한 공중임무명령서를 하달받아서 연합사령부의 연합공역통제기구로부터 할당받은 공역을 사용하여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한국과 미국을 제외한 나라들 중 한국에 항공력 일부를 제공하여 한미연합사의 항공작전통제 하에 함께 작전을 할 나라가 추가된다면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이다.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오스트레일리아 공군은 그들의 E-7A 조기경보통제기를 주한 미공군 기지에 파견하는 등 이미 한미 양국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영국 공군은 2016년에 아시아 태평양 파견대를 극동에 파견하여 한국 공군, 그리고 주한 미 공군과 함께 연합 훈련(인빌시블 쉴드)을 하고, 영국 해군이 영국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를 중심으로 하는 CSG(항모 강습단)-21 역시 한국 해군과 합동 훈련을 한 바 있다.
반면 독일 공군의 경우에는 독일이 국제적으로 강력한 입지를 갖추고 있지만 그 공군력은 그에 걸맞지 않게 약소한 수준이다.
전투기는 유로파이터를 포함하여 200대가 채 되지 않으며 단 1대의 조기경보기도 보유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NATO 조기경보통제기에 의존하고 있다.
지금의 독일 공군은 냉전 시대에 대규모 전투기 세력을 운용하던 그 서독 공군이 아니다.
래피드 패시픽 2022 파견대에 포함되었던 A330MRTT 공중급유수송기 역시 독일 공군 공중급유기가 아니다.
폴란드와 노르웨이, 네덜란드, 벨기에, 체코, 프랑스, 독일 등 12개국으로 구성된 MMF(다국적 공중 급유기 부대) 그룹이 공동으로 운용하는 항공기이다.
MMF 그룹 공동 운용 A330MRTT 9대 중 5대는 네덜란드 아인트호벤 공군기지에 배치되며, 나머지 4대는 독일의 쾰른 공군기지에 배치된다. 래피드 패시픽 2022 파견대에는 MMF 그룹 공동 운용 A330MRTT 9대 중 3대가 편성되었다.
이미 한미연합항공력이 한국 전구에서 북한을 상대로 압도적인 항공력 우세를 구축하여 공격적인 항공력 운용을 전제로 작계를 수립하였으며, 실질적인 협력국도 있는 상황에서 유로파이터 6대를 쥐어쩌내서 보낼 수 있는 것이 고작인 독일 공군의 협력까지 필요한 것은 아니다.
F-hour 시점 이후에 한국 전구에서 항공 작전에 참여한다는 것은 중요한 군사 기밀인 ATO, 24시간 단위로 갱신되는 각종 디지털 암호 키 패키지 등을 공유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기밀을 공유하는 외국 군대는 최소화하는 것이 보안 유지에 바람직하다.
그러므로 한국군이 전시에 의미있는 수준의 기여를 할 역량을 거의 갖추지 못한 독일 공군을 이와 같은 기밀을 공유할 파트너로 끌어들일 이유가 없으며 이러한 입장이 독일 공군 레피드 패시픽 2022 파견대가 한국에는 유로파이터를 파견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독일 공군이 래피드 패시픽 2022 파견대를 태평양 지역에 파견하면서 중국 견제 참여 의지를 피력했기 때문에 한국 정부에서 조심했을 가능성도 있다.
NATO 정상회담에 한국 대통령이 참석하고 중국 견제 참여 의도를 공공연하게 내비친 독일 공군 래피드 패시픽과 공동 훈련까지 해서 중국을 지나치게 자극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중국과의 외교 관계도 관리를 하기 위해서 한국 정부가 독일 공군과의 합동 훈련을 고사하고, 독일 공군 래피드 패시픽 2022 파견대와 접촉을 외부에 노출시키지 않음으로써 주목받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가능하다.
독일도 여기에 동의하면서 합동 훈련과 공동 기자회견 등의 주목을 받을 이벤트도 생략하고 언론의 접근도 배제한 상태에서 최소한의 규모의 사절단만 접촉하는 선에서 군사 외교를 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표면적으로는 심하게 격하된 독일 공군과 한국 공군의 군사 외교가 독일이 오히려 한국을 배려한 결과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래피드 패시픽 2022에서 표면적으로는 독일 공군에게 한국 공군이 사실상 패싱을 당한 사건(?)의 전말에 대한 그나마 긍정적인(최대한 독일에게 긍정적인) 추측이다.
독일 공군이 한국 공군을 푸대접한 이유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래피드 패시픽 2022가 종료된 후 독일 공군이 그들의 공식 매체를 통해서 유독 일본 항공자위대를 상대로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다른 래피드 패시픽 파트너 국가들에 대한 태도의 온도 차이가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한다.
특히 한국에 대해서는 래피드 패시픽 2022 이후 외면하는 태도로 일관하였다. 예를 들어서 독일 공군 사절단이 일본을 떠나면서 독일 공군이 그들의 공식 트위터에 영어와 일본어, 그리고 독일어로 우호적인 메세지를 남긴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패시픽 2022 파견대가 방문했던 나라들을 언급하면서 함께 언급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리고 독일 공군과 합동 훈련이 점차 벌어지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에 미치는 악영향도 외교적으로 관리가 가능한 수준(독일 공군 파견대 전력이 약소한 수준이며, 독일 공군 참모총장등이 래피드 패시픽 2022가 중국과 지나치게 대결 구도를 형성하지 않도록 독일 언론을 통해서 외교적인 수위 조절은 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IPEF와 NATO 협력 등으로 점차 벌어지는 중국과의 관계에 대한 완급 조절 때문에 독일 공군과 합동 훈련을 한국에서 거부한 것이라는 추측도 반론의 여지가 많다.
무엇보다 이 문제는 한국을 상시 위협하는 주적 북한에 대한 제재에 한국과 독일 등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을 활용해서 외교적으로 무마할 수 있다.
앞선 해석을 빌어서 한국과 독일이 정치적인 이유로 래피드 패시픽 2022의 한국-독일 군사외교를 로우 키(low key)로 했기 때문에 독일 공군 공식 매체에 거의 노출되지 않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독일 공군 사절단이 한국을 방문하는 것 자체는 독일 공군 트위터와 독일군 홈페이지 등에 여러 번 거론이 되었으며 심지어 기념 패치까지 만들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부족하다.
독일 공군은 전력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협력하는 전력 대비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이 때문에 중국의 태평양과 인도양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세력 연대인 쿼드(Quad)라는 협의체를 중심으로 협력함으로써 자신들이 역내 기여 역량 부족을 최대한 보완하면서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한마디로 독일 공군은 래피드 패시픽 2022의 어젠다에 한국과 오스트레일리아, 싱가포르, 일본 4개국을 포함시키면서 이들을 독일의 아태 전략에 따라서 차등 대우한 것이다.
이는 영국이 한국과 일본 모두를 중요한 협력 파트너로 대우하면서 각종 실질적인 협력 프로그램들을(레토릭에 불과한 독일 공군 사절단의 협력 논의 의지 표명과 본질적으로 다른) 시행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군사 외교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국제 외교적인 입장 차이가 다소 반영되었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EU 지도국인 독일과 프랑스 두 나라는 아예 그들의 태평양 전략에서 기존의 관성대로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 일본하고만 협력 어젠다를 구축하면 된다는 이론을 기계적으로 운용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프랑스가 2017년에 태평양에 미스트랄급 상륙함을 파견하면서 극동에서 한국은 방문하지 않고 일본과 합동 훈련을 하면서 당시 주일 프랑스 대사가 한반도 문제를 거론한 것이 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가 극동에서 항공모함과 강습상륙함 등의 강력한 군함을 운용할 거점으로 일본을 선호하는 것은 프랑스의 군사적 판단이기 때문에 한국이 이를 비난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극동에 해군력을 투사하는 목적 중 하나로 한반도 문제를 거론하면서 한반도 문제의 제 1 당사자인 한국을 협력 파트너에서 배제하는 이와 같은 움직임은 한국의 주권 문제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용인할 수 없는 것이다. 현재 프랑스는 동아시아(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 한국의 주요 방위산업 시장인 인도네시아에서 한국과 경쟁하고 있다.
물론 프랑스는 한국의 방산기술 협력 파트너이기도 하다.
2018년에 한국의 문재인 전 대통령과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양국의 방위산업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리고 2022년에 프랑스를 방문한 서욱 전 국방장관은 프랑스의 플로렌스 파를리 국방장관과 우주, 사이버 보안, 인공 지능을 포함한 분야에서 협력중이라고 확인했다.
특히 한국이 인공 지능 기술이 도입된 각종 전자전 체계와 자율제어 드론, 인공지능 위성영상판독체계 등을 개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프랑스와 기술 협력은 값진 협력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와 같이 한국과 프랑스 두 나라의 국방 협력이 증대되고 있는 것은 장차 프랑스의 아시아 태평양 전략에서 한국의 입지가 지금보다 강화될 수 있는 여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일이다.
특히 한반도 안보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안보에서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군사적 역량은 다소 약소한 독일과 달리 프랑스는 규모는 작아도 독자적인 장거리 작전이 가능한 정규 원자력 항공모함과 원자력 잠수함을 보유하여 실질적인 장거리 투사 능력을 갖추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태평양에서 입지를 강화하려는(프랑스는 전형적인 유럽 국가로 널리 인식되지만, 남태평양에 식민지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태평양에서 세력 질서 유지를 중시한다) 프랑스와 장래에 협력 수준을 더욱 끌어올리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다만 프랑스의 역량과 별개로, 미국과 영국, 오스트레일리아의 오커스(AUKUS) 결성으로 프랑스는 아시아-태평양 안보에 협력하는 세력 중 핵심 세력이 될 수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프랑스는 한국에는 남태평양 저강도 해역에서 초계 활동을 하는 원양 초계함을 파견하여 한국 해군과 함께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을 감시하는 활동을 하고, 일본과 협력하여 한반도 문제에도 개입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이런 프랑스의 기대는 현실과 다소 괴리가 있었던 것이다.
프랑스와 달리 제대로 장거리 투사 능력을 갖추지 못한 독일이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에서 차지할 수 있는 지분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과 폴란드의 대규모 방위산업 협력 구축
한국과 폴란드가 각종 대규모 방위산업 계약과 공동개발 프로그램을 성사시킴으로써 독일 방위산업이 타격을 입은 것은 독일 국방부의 심기를 크게 건드렸을 것이다. 이 역시 독일 공군을 내세운 독일 국방부의 한국에 대한 군사 외교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2013년에 한국과 폴란드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되었으며, 현재 한국은 폴란드에 대한 중요한 투자국 중 하나이다. 현재 폴란드에 투자하는 아시아 국가 중 한국이 가장 중요한 투자국이다.
한국과 폴란드의 대규모 방산 계약이 성사되기 이전부터 대한민국과 폴란드는 서로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 양국은 서로 역사적인 경험이 비슷하며, 역사적인 앙금이 있는 과거의 침략자(한국에게는 일본, 폴란드에게는 나치 독일)를 배후에 두고 있으며, 이제는 과거의 침략자들과 같은 가치를 공유하며 협력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위험한 주적을 곁에 두고 있다는 점도 한국과 폴란드의 공통점이다. 그러므로 한국과 폴란드는 서로 잘 이해할 수 있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2022년 7월 27일(폴란드 현지 시각) 폴란드 국방부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FA-50 전투기 48대, 현대 로템의 K-2 전차 1,000대, 그리고 한화 디펜스의 K-9A1 자주포 648대를 도입하기 위한 기본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리고 2022년 8월 26일에 계약 물량 중 K-2 전차 180대와 K-9A1 자주포 212대, FA-50 전투기 12대를 우선 폴란드에 인도하는 것이 결정되었다. 그리고 같은 날 폴란드 부총리였던 마리우시 브와슈차크(Mariusz Błaszczak) 국방부 장관이 폴란드의 K-239 천무 다연장 로켓 구입에 대한 언급을 하였으며, 10월 13일에 288대의 K-239를 폴란드에 수출하는 기본계약도 체결되었다.
폴란드는 K-2 전차 180대와 K-9A1 자주포 212대를 도입하면서 한국과 공동으로 K-2PL 전차와 K-9PL 자주포를 개발할 예정이다.
그리고 폴란드와 공동 개발하는 K-2PL과 K-9PL은 한국 육군의 K-2A1 전차와 K-9A2 자주포 개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거나 혹은 아예 그 자체가 될 전망이다. K-2PL 전차 820대 중 450대는 현대 로템에서 제작하여 폴란드 육군에 납품하며, 나머지 370대의 K-2PL 전차는 폴란드 현지 방위산업체가 면허생산하게 된다.
그리고 1차로 납품되는 180대의 K-2 전차도 폴란드 국영방산업체인 PGZ가 K-2PL 전차로 업그레이드가 될 예정이다.
K-9 자주포의 경우에는 2026년까지 폴란드 육군에 인도되는 K-9A1 자주포 212대에는 폴란드 국산 사격통제체계(TOPAZ)와 전장정보관리시스템이 통합된다.
이처럼 한국과 폴란드의 방산 계약은 그 규모도 세계적으로 전례 없는 규모이면서 동시에 단순히 구매자와 제공자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방위산업 블록을 형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다.
폴란드가 이미 한국의 자동차 산업의 유럽 시장에 대한 허브인 것처럼 폴란드에 구축되는 K-2PL 전차 생산 시설과 K-9PL 제작 시설은 이후 동유럽 NATO 회원국에 대한 수출 허브로도 기능하게 될 것이다.
계약이 체결된 K-2 전차, K-9A1 자주포, 239mm 다연장 로켓, FA-50 전투기뿐만 아니라 KF-21 Block 2 개발에 폴란드가 참여하고 한국과 폴란드가 공동으로 미래 전차(K-3)를 공동 개발하는 등 다양한 공동 개발 사업 모델이 폴란드 정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 바로 한국과 폴란드가 단순한 판매자와 구매자 관계가 아니라 장래에 공동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비즈니스 모델과 프로그램을 함께 만드는 피트너쉽을 구축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폴란드는 기술 이전과 공동 개발, 대규모 면허 생산을 통해서 자국 방산 업체를 육성하고 긴급 소요를 충족하며 특히 구 소련제 기갑 장비들을 대체하는 대규모 NATO 표준 기갑 장비들을 새로운 주력 전투 장비로 확보하게 되는 한편, 제공자인 한국은 K-2 전차의 프로그램 비용과 운용유지비용 감소, 장차 K-2 전차 추가 도입으로 아직까지 한국군에 대량으로 남아있는 구형 전차들을 대체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폴란드와 대규모 계약과 협력 관계를 체결하면서 한국 방위산업의 입지가 급격하게 강화된다.
이와 같이 한국과 폴란드가 서로 윈윈하는 관계는 한편으로는 독일 국방부와 독일 방위산업체에게는 큰 전략적 피해를 안겨주었다.
독일은 통일 이후 지난 수십년의 세월동안 정직한 대규모 군축으로 일관하면서 독일의 국제적 입지에 걸맞지 않은 작은 규모의 군사력을 갖게 되었다.
특히 전임 총리 앙겔라 메르켈 집권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군축을 하면서 독일 육군은 200대 조금 넘는 주력전차, 그리고 120대도 채 되지 않는 영세한 육군으로 전락하였다. 이와 같이 기갑, 화력 장비 보유 규모와 운용 부대 숫자가 제한되어 있는 독일 육군에서 발생하는 제한적인 소요를 충족하기 위해서 필요한 납품 기간은 매우 짧다.
이 경우 후속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양산 체계에 돌입할 때까지 설비 투자(감가상각 등)와 고용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연구 개발 프로그램만으로 제작 공정에 투입되는 인력의 고용 규모를 유지할 수는 없다) 제한된 규모의 납품을 완료하는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독일 방산업체들이 연간 제작 능력을 저조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밖에 없으며, 동시에 독일산 전투장비의 프로그램 비용과 운용유지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를 타개하여 수명주기비용(LCC : Life Cycle Cost) 커브의 안정화 단계가 낮은 비용에서 형성되려면 대규모 수출이 성사되어야 한다. 이는 무기 수출을 통한 경제적인 이익뿐만 아니라 독일군의 작전 능력과도 직결되는 문제이다.
그러나 독일 사정에 기인한 높은 프로그램 비용은 제한된 발주 규모만 만들었으며(한국의 K-9 자주포의 성공 비결 중 하나는 한국 육군의 도입 규모만으로도 K-9 자주포의 규모의 경제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오랜 기간 독일의 기갑 장비 수출은 중고 치장전차를 처분하는 신세였다.
결국 KMW등 독일 방위산업체들의 대폭 저하된 생산 역량은 만성화되었으며, 심지어 품질관리 수준도 악화되었다. 2022년 12월에 발생한 푸마(Puma) 장갑차 결함 사태가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독일 육군의 <고강도 전투준비태세 합동기동부대>에 배속된 20대의 푸마 장갑차 중 18대에서 온갖 결함이 집중적으로 발견되면서 급기야 국방장관이 직접 푸마 장갑차 구입을 전면 중단시키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전차의 경우, 폴란드 육군이 K-2PL 전차(장차 K-2PL 전차로 개량되는 180대의 K-2 전차 포함) 1,000대를 도입하여 PT.91과 노후화된 T-72를 모두 대체하면 머지않아 운용이 중단되는 독일제 중고 레오파드 2 전차 약 250대의 대체 소요가 발생할 것이다. 그리고 이 또한 한국과 폴란드가 공동 개발하는 미래의 전차(K-3)가 대체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폴란드에는 독일제 전차가 발을 붙일 곳이 없게 되는 것이다.
독일 방위산업체가 상실한 폴란드 육군은 거의 2,000대에 달하는 전차를 운용하는, NATO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육군 대국이다. 그리고 폴란드 육군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시장은 NATO에 전혀 없다. 전차를 1,000대 이상 보유한 국가는 NATO에서는 단 4개국, 세계적으로는 9개국이다.
이처럼 KMW(크라우스 마페이 베그만)과 같은 독일 방산 업체, 그리고 독일 국방부에게 거대한 시장을 한국에게 빼앗긴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독일 국방부는 오랫동안 한국을 구매자로만 간주하였기 때문에 그 충격이 더욱 클 것이다.
한 때 한국은 209급 잠수함 9척, 214급 잠수함 9척을 도입하고 타우러스 KEPD 350K 공대지 크루즈 미사일 260기를 구입하는 등 독일 방위산업체의 큰 손 구매자였다.
그러나 한국이 독자적인 잠수함(도산 안창호급 잠수함)을 개발, 도입하면서 한국은 더 이상 HDW(호발츠베르케 도이체 베르프트)의 고객이 아니다.
독일 국방부에게 한국은 이제 과거의 손이 큰 고객이 아니라 자신들의 대규모 잠재 시장까지 완전히 잠식하는 심각한 경쟁자이다.
2022년 7월 여름에 일어난 중대한 변화(한국과 폴란드의 대규모 방산 계약 체결)를 고려하지 않으면 독일 국방 당국의 한국에 대한 태도 변화를 설명할 수 없다.
본고에 실제 독일의 입장도 반영하기 위해서 독일 대사관에 질의응답 채널로 문의를 하였으나 본고를 마감하는 시점까지 어떠한 답변도 받지 못하였다.
24년 7월호에 후속 내용을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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