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어 -
돼지 그꼴로 용케 나갔었네?"
현관문도 아주 사알짝
쇠 긁히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신중을 가해 열고
발꿈치도 최대한 든다음에 살금 살금 걸었건만..
이 망할놈의 너구리는
여전히 줄무늬 잠옷 차람에 엉덩이를 벅벅 긁으며
내 앞에 떡하니 서있다 ..
이런 제길 -!!
"너 집에 뭐 훔치러 왔냐?
왜 그렇게 살금살금 다녀?
아서라, 원숭이한테 죽기 싫으면"
".... 황월명!"
".. 왜 ? 황명월"
"넌 친구도 없냐?
왜 밖에도 않나가냐?"
"아아 -
귀찮아서"
아주아주 해맑게 웃으며
간단 명료하게 말하는 너구리 ..
이자식아 ! 좀 밖에도 다니면서 햇빛을 느끼란 말이다!
"... 원숭이는?"
"밤새 컴퓨터 하더니 자는거 같던데"
"있잖아 .. 월명아"
"징그럽게 이름부르고 지랄이야?
뭐 할말 있냐?
왜? 니 성적표 내가 가지고 있는거 알았냐?"
"니가 사왔던 모ㅈ ... 뭐?!?!"
잠옷바지에 양손을 집어넣은채
무심한 어투로 말하는 너구리 ..
이 빌어먹을 자식!
나의 성적표를 어디서!!
"니방에 사전 빌릴려고 들어갔는데
종이 하나가 나풀거리며 툭 떨어지데?
뭔가해서 봤더니 돼지 너의 성적표더군"
"... 엄마한테 .. 아니, 원숭이한테 보여줬니..?"
"설마 ..
이걸로 울궈먹을수있는데 내가 왜?"
"이 빌어먹을 자식아!"
"알아주니 고맙다"
그 한마디를 하고는
뭉기적 거리며 지 방으로 쏙 들어가는 너구리 ..
어쩐지 .. 성적표가 않보이더라니 ..
예상치못한 사태에 어떡게해야할지 몰라
멍하니 현관앞에 서있는데
방으로 들어갔던 너구리가 고개를 쏙 내민다.
"아아 - 시원한 아이스크림 먹고싶다
위즐 녹차마앗 -
원숭이랑 엄마가 이걸 보면 어떡게 될까아 -?
으엑 - 수학이 40점이네"
"... 야아!!!!"
노래하듯이 말하는 너구리가 얄미워서
나도 모르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 - 속이 다 시원하네
하지만.
우린 잠시 잊고 있엇다.
이집엔 무시무시한 괴물 원숭이가 서식하고 있다는걸..
역시 아니나다를까
집안에서 고요히 자고있던 원숭이의 외침이 들린다.
"야이새끼야! 않닥처!!"
"...."
"...."
"... 아이스크림 사다줄게 .."
"오냐"
원숭이의 외침에
일순 침묵이 무겁게 내려앉았다가
약점잡힌 내가 꼬리를 내리고 밖으로 향했다.
아아 - 내 피같은 돈돈돈 ..!!
"맛도 없는거 왜 처먹고 싶다고 지랄이야
맛없으니깐 가장 구석에 처박아있네"
추운 겨울날 아이스크림이 들어있는
차가운 냉장고에 두손을 깊이 넣고
아이스크림들을 파헤친후 겨우 찾아낸 녹차맛 위즐 ..
감격에 겨워 찡하게 눈물이 나올려고 할때
주머니에 넣둔 핸드폰이 요란하게 진동한다.
귀찮게 누구야
"여보세ㅇ .."
- 야 -!!!!!!!!!!!
"... 가오리 .."
- 니년 어디야?
너 집에 간건 아니겟지
"그게 .. 게임시작하자마자 술래되서 그냥 와버렸어"
- ... 야이년아 !!
내가 참가비도 내주고 점심도 사준댔잖아!
아침엔 1시간이 넘도록 나를 기달리게 한것도 모자라
집에 먼저 가 ?
"미안미안 ..
내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다고 ..
아앗 -! 위즐 녹는다, 나중에 전화함"
끝도없이 퍼부어댈것 같은 가오리의 말을 잘라버리고
후다닥 전화를 끊어버렸다.
나중에 만나면 .. 정말 죽는건 아닌가 모르겠군 ..
"하아 -
그나저나 .. 검은양아치는 어떡게 하지?
너구리 자식 집에서 한발자국도 나가지 않을것 같은데 .."
어떡게 하면 좋을지 생각하다보니
어느새 집앞이다.
역시 잡생각을 하면 시간이 빨리 간다니깐 ~
또다시 잡생각을 하며
현관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가며
너구리를 찾아 고개를 휙휙 돌려보았지만
너구리는 보이지 않는다.
지 방에 들어가있구만
"하아 -
너구리야 -
아이스크림 받아 먹어라"
"냉장고에 넣어두어라"
".. 지랄하고 있네"
한숨을 푹 쉰채
너구리를 다정한 목소리를 불렀건만 ..
방에서 얼굴도 내밀지않고
귀찮다는듯이 대답하는 너구리에 의해 화딱지가 나
쇼파에 아이스크림을 던져놓고
방으로 들어왔다.
나중에 알면 소리지르고 난리난리 피겠지 .. -_- ..
"... 어떻게 집을 빠져나간담 ..
엘레 .... 가방에 넣서 나가면 간단한거잖아!
이런 천치 ..! 한숨 자고선 나가야겠다"
가만히 침대에 누워서 생각하니 ..
가방에 잘 넣어서 않보이게 가지고 가면 될것을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했다니 ...
세삼 내가 참 바보같다는 생각이 든다... -_-;
고민은 해결됐고
마음은 편하니 푹신한 침대는
나를 잠의 세계로 인도한다.
"딱 1시간만 .."
휘몰아치는 잠을 이겨내지못하고
끝내 1시간만 자고 일어나자란 생각을 가지고
눈을 감자마자 정신이 희미해진다.
".. 어나 .."
한참 기분좋게 잘 자고있는데
먼가가 내팔뚝을 슬금슬금 기어다닌다 싶더니
무슨 소리가 들린다.
눈을 뜨고 확인하고 싶은데
눈은 죽어라고 떠지지 않는다.
이건 더 자라는 하늘의 계시야!
그렇게 생각하곤 두 눈을 꼭 감았는데
(절대 귀찮아서 눈 뜨지 않은건 아니라고)
다시 한번 목소리가 들린다.
"... 야, 일어나"
"... 으음 .. 누구야 귀찮게 .."
"돼지야!! 일어나!! 니 팔에 개미 기어다닌다"
".. 으엑-!!"
개미 기어다닌다란 소리에
침대에서 튕기듯이 벌떡 일어났다.
세상에서 원숭이 다음으로 싫은 개미 ..
그런 개미가 내 팔을 기어다닌다는 말을듣자
옴몸에 소름이 쫘악 - 돋으면서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킨후 팔을 너구리에게 쭉 내밀었다.
"어쩌라고?"
"때줘"
"...."
히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내 팔을 잡은후
쫙쫙 긁어대는 너구리 ..
개늠자식 !
아프지만 .. 아프지만 개미 때문에 참는다 ㅠㅠ
한참 팔을 긁적긁적 거리더니
휴지를 가지고와 침대에 널부러져 있는 개미의 시체..를 치우는 너구리.
그 시체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하아 - 하고 한숨을 내쉰다.
어쩌면 .. 저자식이 개미를 가져다 논걸지도 ..
그렇게 생각하자
줄무늬 잠옷을 입고 엉덩이를 벅벅 긁으면서
열심히 개미를 잡고있는 너구리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
전에도 몇번 그랬던 전과가 있었지 .. =_=
"근데 .. 왜 깨웠어?"
"아, 아침먹으라고"
"... 뭐라고 ..?"
"아침 먹으라고 -_-
원숭이랑 엄마랑 아빠가 너 깨우라고해서"
"... 지금 몇시야?"
"지금? 8시 넘었는데"
"이런 제길!!"
당황한 마음에 후다닥 커튼을 제끼자
쏴아 하고 밝은 햇빛이 반짝반짝 나를 반긴다.
헐 ..
검은 양아치 ..
"뭐하냐?
밥 않먹냐?
아-까 전부터 원숭이가 너 깨웠었는데 .."
"야! 진작에 깨웠어야지!"
"난 최선을 다했어!
개미도 잡아도 풀고 ... 헙!"
"야이자식아!"
"어쨌든 빨리 나와"
한손으론 엉덩이를 긁적이며
다른 손으론 머리를 긁적이며
내방을 어슬렁 나가는 너구리 ..
그런 너구리를 따라 방밖으로 나가는 나 ..
아씨 ㅠㅠ
완전 좆됐다..!!
첫댓글 아하하하. 푸푸님 소설 읽으면서 푸풋하고 웃음 세어내와서 미치는줄 알았습니다 ㅋㅋ 개미 웃겨요.ㅋㅋ 너구리 정말 좋습니다 ㅋㅋ
아~ 내 동생도 월명이 같이 귀엽게 자랐으면>ㅁ<~ 푸푸님 소설에는 제가 좋아하는 귀여우신 분들이 많아서 너무 좋아요 ㅠㅡㅠ~~ㅎㅎ 누굴 찜해야할지~~ㅎ
쏘호몬님 ㅠㅠ 빠지지 않고 리플 써주셔서 감사해요 ㅠㅠ 으윽. 감격.ㅋㅋ 하핫. 와인님. 쟤가 귀여운걸 좋아하다보니 저도 모르게 자꾸 귀여운걸 등장시켜 버리네요 -_-;;ㄷㄷ
저도 개미 엄청 싫어해요 ㅠㅠ 너구리같은 가족있으면 재밌을것 같애요 ~
재미는 있을지 몰라도 같이살면 엄청 피곤하실텐데... 개미도 싫어하신다면서요 ,ㅋㅋ 개미 풀면 어쩌실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