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춘덕, 가족 24-18, 단풍 구경 삼아
아저씨는 좀처럼 전화를 안 받으시던 고모님과 소식이 닿아 단풍 구경 삼아 북상에 다녀오기로 했다.
명절 전에 방문했으나 얼굴을 뵙지 못하고 돌아오던 것을 내내 마음에 담아두셨다.
출발하기 전에 마트에 들러 고모님 좋아하실만한 간식거리를 샀다.
“단풍이 들었네. 빨개서 참 보기 좋다.”
“그렇지요? 읍내 가로수와는 느낌이 전혀 다르네요.”
고모님 댁 가는 길을 새삼 예쁘다고 느낀 것이 비단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다.
마을 어귀에 주차하고 언덕길을 조금 걸었다.
고모님은 조카가 온다는 소식에 어디 안 가시고 기다리고 계셨다.
“고모님, 나라요. 나 왔어요.”
“춘덕이가? 우리 춘덕이가 왔네. 어여 와. 방으로 썩 들어와 앉아.”
아저씨는 손에 들었던 간식 꾸러미를 고모님 앞에 가만히 내려놓았다.
“뭘 또 이리 사 왔노. 그냥 오라 캤디만.”
고모님은 조카가 사 온 간식보따리를 풀었다.
“명절 앞에 춘덕이가 온다 캐서 내내 기다렸는데, 갑자기 손자가 면사무소에 가자 캐서 따라갔거든. 일이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그길로 또 읍내까지 가서 그래 내가 못 왔지. 다음 날 아침에 오니까 춘덕이가 치킨을 사 놓고 갔더라꼬. 얼굴도 못 보고 그냥 간 기 자꾸 마음에 걸리더라꼬. 그래, 추석에 큰집에는 갔더나?”
“갔다 왔지요. 명절 쇠고 조카가 우리 집에 한번 왔더라꼬요.”
“여도 둘이 왔다가 갔어. 여직 그 노인하고 같이 사나?”
“같이 살지요.”
“둘이 살만 힘들 낀데, 너는 어떻노? 괜찮나?”
“괜찮지요. 혼자는 못 살아요.”
“그라만 됐지. 산소에 벌초는 했더나?”
“올해는 못 했어요. 내년부터는 조카가 할 때 같이 하자 카대요. 산소가 어딘지만 일찍 알았으만 지가 했을 낀데, 몰라서 못 했다 카민서.”
“잘됐네. 산소가 바로 붙어 있으니까 하기는 수월할 끼라. 여서 좀 더 이바구하다가 일찍이 저녁해 먹고 가만 안 되나?”
“오데요. 내일 일하러 가서 어둡기 전에 내리 가야지요. 일 없을 때 또 오께요.”
“그 집에 다시 일 가나? 새로 일자리 찾았나?”
“새로 찾았지요. 웅양에 사과밭에 가요.”
얼굴 보지 못하고 온 것이 두 분 모두에게 마음 쓰이는 일이었는데, 화창한 가을 날씨만큼이나 깔끔하게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돌아왔다.
2024년 10월 30일 수요일, 김향
고모님께서 백춘덕 아저씨 일들을 다 알고 계시네요. 그동안 자주 소식했다는 말이겠죠. 고맙습니다. 신아름
두 분의 주고받는 말들이 소설 속의 한 장면처럼 정답고 구수합니다. 이렇게 살고 싶습니다. 이렇게 사시니 감사합니다.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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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명절 앞에 춘덕이가 온다 캐서 내내 기다렸는데," 아저씨를 위해서라도 고모님이 오래 사셨으면 좋겠네요. 의지하고 마음 붙일 곳이 있어 복입니다. 고모님 소식 전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