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생들의 문해력이 낮아 우리말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면서
한 예로 '족보'를 들었다. 족보란 한 가문의 계통과 혈통 관계를 적어 기록한 책을
말하는데 양반 상놈을 따질 때엔 근본이 되는 자료였다. 족보에는 이름을 한자로
쓰고 생몰연대, 관직, 묘소 위치등이 들어갔는데 한글전용세대로 바뀌고 난 후로는
족보도 한글로 바뀌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한글족보마저도 사라지는 실정이다.
족보도 한자어인데 학생들이 한자를 배우지 않으니 그 뜻을 알리가 만무하다.
우리 때만 해도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천자문을 떼었다는 아이들이 더러 있었다.
나만 하더라도 아버지로부터 언문과 기본적인 한자를 익히고 학교에 입학했으니
문해력에는 크게 지장이 없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에게 족보라고 하면 머릿속에
우선 먹는 것부터 떠올리니 '족발과 보쌈'이랄 수밖에. 그냥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아침에 인터넷 신문기사를 읽다가 단어 하나가 목에 가시처럼 걸리는 것이었다.
'야차 같던 그에게 다시 인간의 영혼이 깃든 것이다!'라는 문장이었다. 한자를 병용해
놓았더라면 쉽게 이해가 될 터인데 한글로만 표기를 해 놓으니 금방 뜻이 이해가 돼
지 않았다. 젊은 아이들이 많이 쓰는 "야 타!"같으면 바로 머리에 쏙 들어올 텐데...
할 수 없이 폰을 꺼내서 국어사전을 들추어 보았다. '야차(야차):모질고 사나운 귀신의
하나, 필부의 하나. 사람을 괴롭히거나 해친다는 사나운 귀신, 염마청에서 염라대왕의
명을 받아 죄인을 벌하는 옥졸'로 돼 있다. 예로서 금강야차(금강야차)는 오대존 명왕의
하나로 북방을 지키며 모든 악귀를 항복시키는 명왕으로, 얼굴이 셋이고 팔이 여섯으로
손에 여러 가지 무기를 가지고 있다.
우리말은 대략 70%가 한자어로 돼 있는 한자문화권에 속한다. 한글전용도 좋지만
많이 쓰이지 않는 한자어에는 한자를 병기하는 편이 이해가 쉽다. 일본에서도 초등학교
부터 한자를 배우고 있으며 일본택시 운전기사들에게 도로표지판에 일본어와 한자를
따로따로 적었을 때 어느 쪽이 눈에 빨리 들어오냐고 물었을 때 일본어보다 한자가
빨리 들어온다고 답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