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다큐멘터리 만화) 인체 생명의 탄생/심장 혈관
만화 히키노 신지
출판사 루덴스
또 만화? 또!
동생이 또 만화책을 집었다.
자식 교육도 늦둥이 동생 교육 보다는 쉬울 것 같다. (아직 결혼은 안했지만)
우리 집은 딸 셋에 애지중지 아들 하나.
나보다 14살이나 어린 남동생(중2) 교육은 늘 내 차지이기 때문에(딸 셋중에서 제일 어리다는 것이 그 이유),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도 내가 졸졸 따라 붙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이 또 만화책을 집어 든 것이다.
동생은 만화책 아니면 읽으러 들지 않고, 글자가 조금만 일렬로 놓여 있으면 바로 덥고,
문제가 나오면 풀려고 덥비지 않고 모른다고만 되풀이 한다. 이해하려 들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책을 많이 읽으면 이해력이 높아진다기에 엄마의 부탁을 받고 동생의 흥미를 끌만한 책을 사러 서점에 간 것이었다.
그런데 또 만화책이라니! 나는 동생의 책을 빼앗아들었다.
동생은 인상을 구기며 내가 든 책을 다시 가져가려고 달겨들었다. (키는 내가 훨씬 크다.)
그런데, 만화책 제목이 "인체?"
달겨드는 동생을 조용히 시키고,
만화책을 후루룩 살펴보았다.
"과학다큐멘터리 만화?"
이 만화책은 정보 만화책이었다. 그림은 딱 소년물 만화같은데 말이다.
표지 설명을 보니 1989년에도 일본에서도 과학다큐멘터리로 만들어 큰 인기를 끌었고,
그래서 만화책으로도 만들어 진 것이라는 것이다.
일단 중고등학습에도 연관된 내용이 수록됐다고 써있는 것을 보고, 이 책을 샀다.
동생과 내가 서로 절충을 본 것이다.
동생은 버스를 타고 가면서도 책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나도 힐끗힐끗 보려고 했으나, 동생은 자기 책은 자기만 본다고 책을 얼굴에 파뭍었다.
그 이후로 며칠뒤 동생이 몇번이나 읽은 후에 책이 내 손에 들어왔다.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뭐, 다 아는 내용이겠지. 대학교까지 다 졸업했는데.
만화 스타일은 내가 좋아하는 명랑만화 스타일이었다. 멋부리지 않은 편안한 그림.
내가 중학교때 보던 만화 잡지 같기도 했다.
처음에 느닷없이 토깽이가 통통 뛰어다니다가 통풍구 속으로 들어간다. 키르케라는 남자도 토깽이를 따라간다.
그 통풍구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다른 차원의 공간으로 통하는 통로였고, 키르케와 토깽이는 사람의 인체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때부터 사람의 인체 속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생각났다. 거기서도 토끼가 이상한 나라로 앨리스를 끌고 가지 않았나?
하지만 키르케와 토깽이가 간 곳은 이상한 곳이 아닌 우리의 몸 속,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었다.
첫부분인<생명의 탄생> 에서는 설명하기 힘든 부분을 어색하지 않고 유연하게 표현했다.
털털하고 시원시원한 주인공들도 재미나고.
인체에 대한 설명은 세세하고 실감났다. (만화는 칼라가 아닌 흑백으로 되어 있는데도 생생히 느낄 수 있다는 데 놀랐다.)
3억마리의 정자, 수정란의 '생명의 댄스' 등 전혀 몰랐던 내용들로 사람의 몸이 정말로 신비롭다는 생각을 했다.
<태어나는 그 마지막까지 강한 생명을 남기고자 하는 생명의 본능.
단 하나의 세표에서 여러 기능을 가진 60조나 되는 세포를 지닌 인체로.
이는 신비하면서도 동시에 완벽하게 준비된 한편의 드라마.>
만화 중간중간에 '과학 노트'라는 것도 있는데, 거기서는 만화 속이야기에서 불충분한 부분을 충족시켜준다. 혈액은 왜 빨간지, 성별은 어떻게 결정되는지, 지금까지 자기 심장이 몇 번 박동챘는지 등등을 말이다.
또, 주인공들이 소인족으로 변해 인체를 탐험하고, 변기속에서 발견되는 등
장소와 시간의 제약이 없는 만화에서는 그것들이 편하게 느껴졌지만,
원작인 다큐멘터리는 도대체 어떻게 표현했을까 하는 궁금증도 생겼다.
"인체"를 다 읽고 나서, 몇번이나 이 책을 반복해서 읽은 동생이 대견했다.
재미가 있으면 이해가 휠씬 쉽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과학다큐멘터리 만화 "인체"는 학생은 물론이고, 아기를 가진 엄마, 자신의 탄생을 궁금하게 여기는 사람, 아니면 그 어느 누구나 한번쯤 읽어 볼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몸이 궁금하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