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노사모 회원이 아닙니다.
단지 한나라의 아니 '우리나라'의 대통령인 그의 입장을 가끔 생각해보곤 합니다. 역대대통령보단 내가 저자리에 있다면 어떻게 했을까란 생각을 쉽게 해주는 편안한 이웃집 아저씨같은 대통령.
그분이 국정운영을 이렇게 해줬으면 하는 바램들도 많습니다.
우연히 청와대싸이트에서 아래글을 보았습니다.
단지 상록수란 노래가사가 의미하는 바를 되짚어보고도 싶은마음으로.
빛고을총각이란 분이 올린글을 여기에 다시 올려봅니다.
저의 느낌이 여러분에게도 공감될지~
빛고을총각 쓴날짜 5.3
나는 노무현 하면 생각나는 노래가 하나 있다. MBC의 개그프로 삼자토론에서 배칠수씨가 조금은 망쳐놨지만 아는 코드도 주법도 없으면서 손수 기타를 튕기면서 불렀던 그 노래. 지난 대선때 광고로 만들었던 그 장면이 어제 토론을 보면서 다시 생각났었다.
대선 티비 광고는 득표율에 영향을 미칠 만큼 사활을 걸어야 하는 광고전인데도 그는 자신의 경력을 내세우지도 않고, 유명세를 타고 있는 사람들에게 기대지도 않고, 공약을 담아내지도 않고, 그저 와이셔츠 차림에 기타 하나를 들고서 주법도 엉성한 연주를 하며 노래를 불렀다.
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비바람 맞고 눈보라 쳐도
온 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다
서럽고 쓰리던 지난날들도
다시는 다시는 오지 말라고
땀 흘리리라 깨우치리라
거칠은 들판에 솔잎 되리라
우리들 가진 것 비록 적어도
손에 손 맞잡고 눈물 흘리니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그 노래속에는 그가 걸어온 길의 눈물과 고통이 담겨 있었고 그가 나아갈 길의 멀고 험한 여정의 고단함과 각오가 담겨 있었다. 그가 불렀던 노래처럼 그는 헤치고 나아가 끝내 이길 수 있을까? 지금도 생각해보면 그 모습이 광고를 위한 작위성이 담겨 있다 해도 스스로 깨치고 나아가 이기리라는 다짐의 노래속에서 그의 슬픔과 고단함과 각오가 애처러워 보였던건 사실이다. 나를 노무현의 그 무엇도 다 이해하고 감싸주고 받아만 주려는 노빠라고 해도 상관없다. 적어도 내가 느끼는 한 인간의 고단함의 삶의 무게를 나는 어루만져 주고 싶었다. 같이 이해하고 동참하고 싶었다. 눈물은 눈물로서만 받아들이고 싶었다. 살아오면서 많은 위선을 보아왔고 그래서 우리는 어쩌면 인간에 대한 신뢰보다 의심을 더 염두에 두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와이셔츠 차림으로 엉성하게 기타를 튕기며 부르는 그의 노래를 의심하고 싶지 않았다.
취임 2달만에 그는 흔들리고 있다. 그리고 누군가가 흔들고 있다. 벌써 그의 개혁이 끝났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의 노래를 의심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나는 티비토론을 보면서 조급함에 시달렸었다. 내가 갖고 있는 그의 국정 운영에 대한 의문을 그가 시원하게 말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특별한 토론은 아니었다. 작금의 현안에 대한 공방은 있었지만 뾰족한 해결책이나 대안이 제시된 건 아니었다. 그러나 나의 궁금함은 어느 정도 풀어졌다고 생각하고 이번 토론에 대한 작은 의미를 갖는다. 지난 국민의 정부 때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토론보다 더 나았다. 대통령의 생각이 더 직설적으로 드러나는 토론이 국민들의 공감을 얻고 의중을 드러낼 수 있다. 그는 끝머리에서 이런 토론을 자주 갖을 거라고 약속했다. 그가 퇴임까지 이 약속을 지켜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에 대한 의문은 하나로 요약될 수 있었다. 패널들의 질문을 종합하면 이렇다. 지난 2달동안 개혁을 했는가? 앞으로 개혁을 할 생각이 있는건가? 노무현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사람들의 뜻은 이런데서 나왔다. 그의 지난 2달간의 국정운영 과정을 보니 개혁은 이미 물건너 갔다는 것. 그가 개혁을 할 뜻도 힘도 없다는 것이다. 나는 지난 2달동안 그의 미진한 개혁의 방향에 대해 내심 불만이 많았었다. 손호철씨가 그런 말을 했다. 대통령이 힘이 있을 때, 즉 정권 초기에 개혁을 해야되지 않겠냐고. 그동안 이런 말들이 많았었다. 정권초기에 개혁을 하지 못하면 개혁은 물건너 간거라고.
이번 토론의 핵심은 이것이었다. 왜 정권 초기에 개혁을 몰아붙이지 않는가 이다. 대통령이 힘이 있을 때 개혁하지 않으면 이미 노무현의 개혁은 끝난게 아니냐는 세간의 지적이 여러 패널들의 입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제기 됬을 뿐이다.
이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전혀 근거없는 것은 아니지만 좀 성급하다고 생각한다. 위기 관리를 하면서 안정적 토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좀더 기다려달라. 초기에 힘을 쓸 때 개혁해야 한다는 생각에 반대한다. 그것은 모든 것을 대통령의 힘으로만 해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5년 내내 국민지지를 모아가면서 해야 한다. 어떤 정책과 결과에 국민들은 많은 관심을 갖는다. 저도 좋은 정책과 결과를 내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더 역점을 두는 것은 정책 생산과정을 좀더 합리적, 민주적으로 해보겠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제품보다는 생산 프로세스가 중요하다. 당장 다가오는 것은 없어도 변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해주고 성원해 달라."
그의 개혁에 대한 방향성은 사뭇 달랐다. 역대 정권들은 가장 힘이 있을 때 개혁을 몰아 붙였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모두 그랬다. 전두환은 사회정화운동으로 공포정국을 만들었다. 노태우는 얘기할 거리조차 없다. 다만 범죄와의 전쟁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 김영삼은 사정정국과 금융실명제로 개혁을 잘하는 듯 보였으나 그 뿐이었다. 인기몰이와 깜짝쇼에 그치고 말았다. 이들 모두 초기에만 반짝했을 뿐 정권 말기엔 식물정부나 다름없었다. 국민의 정부는 경제개혁과 외교적 성과를 거두었었다. 그러나 힘이 있을 때 정치와 언론개혁을 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후반기엔 역시 개혁은 지지부진했다.
집권 초기에 과감하게 개혁을 몰아 붙이는 것과 집권 내내 국민의 지지를 기반으로 결과 못지 않게 과정을 중요시하는 프로세스 개혁, 이 둘 중 어느 방향이 더 옳은가는 집권말기의 성과가 말해줄 것이다. 둘 다 개혁을 하는 것이고 개혁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같다. 차이점 이라면 12라운드 권투 시합에서 초반부터 강펀치를 날리며 KO시키는 작전과 12라운드 내내 잽과 스트레이트로 판정승을 거두는 것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어떤식으로든 개혁의 성과를 이루어 낸다면 둘다 좋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초반부터 강펀치로 훅을 날리면 보기에도 화끈하고 제대로 하는것처럼 보이지만 잽과 스트레이트만 날리면 저거 제대로 하는건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는 것이다. 좀처럼 표가 안난다는 것이 문제다. 그러다 역공을 맞아 되려 당하는게 아닌가 하는 조바심도 생긴다. 역대 정권처럼 초반에만 힘 무지 쓰다가 후반에 제풀에 지쳐서 손도 뻗어보지 못한 무기력함으로 국운을 쇠퇴하게 했었다는 사실을 노무현은 염두에 두었던 것 같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5년 내내의 프로세스개혁이 더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여론의 지지는 그렇게 차분하고 진득하지 않다. 잽만으로는 감질맛이 나서 여론이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서둘러 성과를 보고 싶은 게 여론이다. 여론의 지지가 따라주지 않으면 5년 내내 국민의 지지를 모아가면서 변화하는 프로세스 개혁은 정말 어렵다. 잽속에 강펀치를 섞어 주어야만 여론은 5년을 기다려줄 것이다.
스타크래프 게임에서 장기전을 치룰 때 기본 유닛만으로 상대를 이길 수 없다. 노무현정부는 개혁의 장기전을 선포했다. 5년 내내의 프로세스의 개혁과정에서 수구에 맞서서 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양한 공격방식과 업그레이드와 유닛조합이 필요하다. 한방에 보낼 수 있는 강펀치가 없으면 소모전만 지루하게 이루어진다. 게릴라전에만 치우치다 상대의 멀티와 떼거지 공격을 막지 못해 지는 경우가 많다. 업그레이드에 충실하지 못하면 미네랄을 쏟아 붓고도 전투에서 밀린다. 노무현 대통령은 5년 내내의 프로세스의 개혁이 초반에 끝장내는 것 보다 이렇게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만큼 개혁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알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집권 말기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죽어라고 개혁의 의지를 굽히지 않는 노력과 실천, 다짐과 각오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절대로 제풀에 지쳐서는 안된다. 행동하는 희망을 끝까지 보여줘야 한다.
국민들은 퇴임까지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는 대통령의 노래를 잊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노래가 공허한 메아리로 되돌아온다면 그의 노래를 원망할 것이다. 그가 개혁의 방향성과 각오를 피력했고 성원해달라고 부탁한 만큼 우리는 믿고 따르겠지만 그가 초심을 잃어버리면 냉혹한 비판을 할 것이다.
이제 집권 2달이 지났다. 이쯤되면 대통령으로서의 워밍업은 끝났다. 믿어달라는 말보다 보여주는 '행동하는 희망'이 필요할 때다. '성원해주세요' 라는 말보다 '저는 이렇게 개혁하고 있으니 희망을 가지세요' 란 말을 지금 국민들은 듣고 싶어한다. 그의 행동하는 희망이 우리의 마음을 기쁘게 할 때 다 같이 그의 노래를 따라 부를 것이다. 우리 나갈 길 지금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고 나서 퇴임 후 소주한잔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