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대학생입니다. 2018년 5월 1일부로 강화되는 도서정가제의 폐지를 청원합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비싼 값을 치뤄가며 수많은 문제집을 구매했습니다. 수능을 치룬 뒤 운전면허시험을 공부하기 위하여 수험서를 구매했습니다. 대학에 온 뒤에는 대학 강의를 듣기 위하여 전공 서적을 구매했습니다. 토익성적을 높이기 위하여 토익수험서를 구매했습니다. 흥미와 지적 성숙을 위하여 문학책을 구매했습니다. 간편한 즐길 수 있는 장르소설을 구매했습니다. 더 많은 지식을 위해 비문학책을 구매했습니다. 이 외에도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책을 구매했습니다. 여지껏 책 값이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강화되는 도서정가제로 인하여 책값이 더 상승한다고 합니다. 분명 좋은 취지로 시작했던 일인데 왜 그런 걸까요.
먼저, 『건전한 출판 유통을 위한 자율협약』 (이하 도서정가제)는 시중에 판매되는 책의 ‘제 3자 제공에 의한 할인’은 판매가의 15% 이내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는 동네 서점의 활성화와 작가의 창작 활동 보호를 위해 실행되었으며, 2014년 한 차례 개정된 바 있습니다. 그리고 2018년 5월에 한번 더 개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2014년으로부터 4년이 지났습니다. 그 긴 시간 동안 출판업계가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바뀌었나요? 원래의 취지가 잘 실현되었습니까? 그 물음에 저는 ‘아니오’라고 단언하고 싶습니다.
[01] 출판 산업 활성화에 실패하였습니다. 4년 동안 국민들은 출판 사업이 하락세를 걷는다는 내용의 안타까운 뉴스를 많이 접하였습니다. ‘북센’과 함께 양대 도매상으로 꼽히던 송인서적 부도를 기억하십니까. 오프라인 서점의 폐업에 관한 뉴스[참조1]를 접해보신 적이 있습니까?
도서정가제는 출판 산업의 비활성화에 일조하였습니다. 도매상이 부도를 겪었고 많은 오프라인 서점이 문을 닫았습니다. 도서정가제가 약속한 동네 서점의 활성화는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그들은 자발적인 개혁과 지자체의 지원에 기대야만 했습니다.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온라인 서점 이용이 증가했다’의 응답비율이 48.5%, ‘오프라인 대형서점 이용이 증가했다’이 18.9%인 것에 비하여, ‘동네 서점 이용이 증가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8.3%에 불과합니다(2017,멤브레인). 또한 오프라인 서점과 출판 사업체는 매출 감소와 출판 산업의 성장 감소를 몸소 체감하고 있습니다[참조2]. (온라인 서점은 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현상은 도서정가제의 성공이 아니라 책 구매처 변화와 전자책 산업의 성장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2] 책 판매량이 감소하고 책 값은 상승했습니다. 출판사의 평균 초도 배본부수, 초판 평균 발행부수, 출고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참조3].
책의 판매량 감소로 책 값이 상승하였습니다. 전체적인 판매량이 감소하면 출판사는 이후 출간할 책들의 인쇄 부수 또한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팔리지 않는 책을 쌓아두는 것은 손해이기 때문입니다. 인쇄 부수의 감소는 인쇄 단가의 상승을 불러옵니다. 그리고 결국 책 가격의 인상으로 이어집니다. 2015년 1만7958원이었던 평균 책 값(정가)은 2016년 1만8060원으로 올랐다가 지난해 2만645원으로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2018.4.17 헤럴드경제].
[3] 독서량이 감소합니다. 지난 1년간 성인의 독서율(일반도서를 1년간 1권 이상 읽은 비율)은 59.9%, 평균 종이책독서량은 8.3권이라고 합니다[참조4]. 이처럼 책을 읽지 않고 ‘독서’를 어렵게 느끼는 국민이 많습니다.
독서의 장점은 너무나 많습니다. 그리고 독서량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책에 대한 접근성을 증가시켜야 합니다. 누구나 쉽게 다양하고 양질의 책을 접하고 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책 가격의 상승은 책에 대한 접근성을 감소시킬 뿐입니다. 독서를 선호하지 않았던 사람들, 독서를 시작해보려는 사람들, 독서를 즐겨했던 사람들 모두 비싸진 책의 가격으로 책을 구매하는 것을 꺼리게 되었습니다. 책을 소유할 수 없다는 것은 수중에 읽을 책이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막연하게 도서관 대여를 떠올려보지만, 도서관 대여가 마냥 쉬운 것도 아닙니다. 베스트셀러는 언제나 대여중이며, 바쁜 현대인들은 도서관 개장 시간에 맞추어 들리는 것이 어렵습니다. 개개인의 독서 습관이 도서관 정책과 맞지 않기도 합니다. 이처럼 여러 편의를 위하여 책은 소장할 때 더 읽기 쉽기도 합니다. 하지만 비싼 가격은 소장을 어렵게 만들며 책에 대한 접근성을 낮추었습니다.
[4] 전자책 시장도 위축되려고 합니다. 도서정가제에 의하여 올해 5월부터는 대여기간을 최장 90일로 제한한다고 합니다. 2018년 4월까지 여러 유통사는 전자책의 10년 대여, 50년 대여 등을 실시하고 있었습니다. 장기 대여를 통하여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책을 구매할 수 있었고, 출판업계는 매출을 늘릴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의 자유시민으로, 선택권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전자책의 대여기간 선택권은 보장받지 못합니다. 또한 대여기간이 축소된다면, 이전보다 비싼 가격에 책을 구매해야 합니다. 소비자는 전자책의 소유권을 보장받지 못합니다. 현행법상, 전자책 구매는 출판서적에 대한 서비스 접근권을 얻는 것과 유사합니다. 만약 전자책을 구매했던 유통사가 문을 닫는 다면, 우리는 그곳에서 구매한 책들을 볼 수 없게 됩니다. 이런 소유권의 불안정한 상황 속에서 비싼 가격에 전자책을 구매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결국, 도서정가제를 통하여 대여기간을 제한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판매 심리가 위축되고 이는 출판업계의 판매량 하락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대여기간 이외에도 다른 전자책 할인 정책에 제동이 걸리고 있습니다. 최근에 전자책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했고, 사람들의 독서량 향상에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2014년 도서정가제로 인하여 종이책 시장이 타격을 받았듯이, 2018년에도 전자책 시장이 위축되려고 합니다.
누구를 위한 도서정가제인가요? 폐업한 서점? 판매량이 감소하는 출판사? 인세가 줄어든 작가? 책을 구매하지 않게 된 국민?
도서정가제가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까요? ‘책’의 대표격인 문학만 상상하시나요? 아니요, 당장 내 아이가 푸는 문제집, 대학생들의 전공서적, 수많은 고시생들의 참고서, 간단하게 읽는 장르소설 등 ‘책’이라는 형식으로 판매되는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칩니다. 도서정가제의 강화는 책 꽤나 읽는다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첫댓글 하고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