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역 가는 전철 안.
외국 풍경을 바라보듯
창밖을 보고 있다가
문득, 전철 선반에 돈 보따리를 올려놓았었다는
예전 직장 동료에게서 들은
옛날 얘기가 생각났던 것이다.
한 40년 전쯤일까?
동료의 친구가 아파트 중도금을 치르려고
은행에서 현금으로 2,500만원인가를
찾아서
쓰리꾼의 눈을 피하기 위해,
그냥 소소한 물건처럼 보이려고,
아무렇게나 생긴 종이 가방에 넣어서는
가슴에 부등켜 안고 있으면 더 눈에 띌까봐,
선반에 무심한 척 올려 놓았다는 것인데...
동료와 친구는 수다 삼매경에 빠져있다가
명학역에서 내렸는데 그만 깜빡,
돈 보따리를 선반에 두고 몸만 내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늘이 노래지고 눈 앞이 캄캄해진 동료의 친구는
역을 나서자 마자 택시를 잡아 타고
빨리 금정역으로 가자고
최대한 성능 좋은 총알처럼 달려달라고
택시 기사에게 사정을 했다는 것인데
그 택시 안에서
동료의 친구는 그만
치질 수술을 받아야할 사람처럼
엉거주춤 쩔쩔매다가는
다음엔 쥐약 먹은 개처럼 버둥거렸는데
어떻게 진정시켜야할지 알 수 없던 친구도
옆에서 함께 콩을 볶을 수밖에 없었다는데...
그런데 정말 택시가 총알보다 빨리
금정역에 도착했고
그 친구들도 전투적으로 전철에 진입해서
앉았던 칸의 선반을 봤는데
글쎄 그 돈 보따리 종이가방이 고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잖고,
순정적인 연인처럼, 꼼짝 않고 고대로 친구들을 기다리더란 거였다.
그래서 그때의 감격을...
그친구는 잃어버린 30년을 되찾은 듯이
만세를 외쳤다는 것이다.
잠깐 잃어버렸다가
무사히 되찾은 몇년간의 꿈과 노력이
세상을 광명천지가 되도록 했다는 것이다.
광명천지란 말에 여담을 덧붙이면
또 어떤 친구의 결혼 얘긴데
지금까지도 인물이 괜찮은 이 친구는
처녓젓엔 한 인물 했을 거인데
그러니 예서제서 중매도 들어왔을 것이고
구혼도 여러차례 받아보았을 것이다.
그러니 그 도도한 성격에 얼마나 뻐겨대며
처녀로써의 시간을 보냈을 것인가...
그러다보니 나이도 들고,
좋았던 혼처도 줄어들다가는 심지어
나중에는 괜찮았던 주위에 남자가 모두
품절남이 되었다는 것인데...
그리하여 그닥 마음에는 없었지만
본인에게 몇 번 그린라이트를 보내왔던
수수한 한 남자가 생각났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큰 매력이 없을 뿐, 어디 하나
모나 보이지 않았던 그 남자에게
오랜만에 전화를 해보았다는 것인데...
그런데 그 남자가 결혼할 여자가 생겼다고
말하더란 것이다.
그래서 갑자기 충격의 회오리가 휘몰아치며
감당할 수 없을만큼 목소리 톤을 높게 만들며
과장되게 축하한다고 말했다는 것인데...
근데 그 결혼할 여자가 바로
본인이었다는 걸 알게되기까지
불과 몇 분 걸리지도 않은 사이에
이승과 저승을 몇번 왕복한듯 멀미가 났었다나 어쨌다나...
나는 군자역을 가고 있는데
아직도 나는 군자를 향해 가는 중인데
나는 미처 나의 군자를 그만...
첫댓글 아고..부질없다!
탁탁 술로 풀자마~ㅎㅎ
훌륭하신 의견이십니다~^^
전철 안 선반 위에 놓고 내린 돈 보따리 이야기엔 같이 심장이 쫄렸습니다.
아고고 무서워라... 다행히도 무심하게 놓여 있었다니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요...ㅎㅎ
이렇게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았다는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라도 음청 쫄리며 듣게 되더라고요..
해피엔딩이니 제 맘이 다 놓이네요. ㅎㅎ
재미나게 풀어 놓으시는 이야기 재주꾼 균희님~
풍주방게시판을 달궈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재미난 이야기 부탁드려봅니다.~~ 꾸벅~^^
다시 만난 인연 이야기도 재미나구요..
근데... 군자역을 지나치셨구먼요. ㅎㅎㅎ
총무님 댓글이 더 재미납니다
늘 좋은 댓글 주시는 러키총무님께
고운밤 되시라고...
행복한 꿈 꾸시라고 주문 걸어봅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저런, 해피선님께선 떡보따리를...
한 쪽이 불편하면
다른 한 쪽에선 웃을 수 있다니...
그래서 세상이 살맛도 나고,
때론 한숨도 짓게 되나봅니다.
해피선님, 정성껏 달아주신 댓글에
크나큰 감사를 드립니다~^^
@해피선 해피선님도 좋은 하루 보내시길요~^^
마음을 당겼다 밀었다 하며 읽게 되는 글
역시 술술...
마지막엔 햇살 같은
유머 한 줄기!
죄송해요 선배님,
뭘 말하려는지 생각도 않고,
그냥 생각 나는대로 적은 글을...
그래도 탓하기보다는
힘을 실어주셔서...
반전
반전
짧은글에 임팩트를 확실히 담았어요
태국서 답글 달아 봅니다
심심방장님, 태국 가셨군요.
멀리서 주신 댓글에
코끝이 찌르르 해집니다
멋진 관광 즐기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