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스타 신종훈의 어머니 엄미자씨가 30일 청와대 앞에서 국제복싱협회(AIBA)와 프로선수 계약 위반 논란으로 잠정 자격정지 중징계를 받은 아들을 구제하기 위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제공 | 인천시청
[스포츠서울] “종훈이 살려주세요.”
통화 내내 억울한 감정이 복받쳐 눈물을 흘렸다. 복싱인생 최대 위기에 놓인 신종훈(25·인천시청)의 어머니 엄미자(47) 씨는 지난 30일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갔다. 국제복싱협회(AIBA)와 프로선수 계약 위반 논란으로 잠정 자격정지 중징계를 받은 아들의 상황에 “제발 다시 링에 오르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엄씨는 “14세 때부터 복싱에 빠져 오직 운동밖에 몰랐다. 복싱으로 나라를 알리고 싶고,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 태극기를 가장 높은 자리에 올리고 싶다는 꿈만 갖고 살았다. 너무 허무하다. 왜 종훈이의 꿈을 짓밟는가. 대통령께 호소하고 싶다”고 울먹였다.
엄씨는 지난 27일 자택이 있는 구미에서 서울로 올라와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계획했다. 그러나 특정 지역에서 합법적으로 시위하려면 해당 경찰서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행정적인 절차가 필요했다. 찜질방에서 밤을 지새운 그는 다음 날 대한복싱협회를 찾아가 장윤석 회장을 만나고자 했다. 그러나 협회 관계자는 “회장님이 바빠서 만나기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엄씨는 “서울 지리도 몰라 택시를 타고 무작정 달려갔다. 새벽부터 겨울비가 쏟아졌는데, 협회 입구 앞 대로변에서 우산을 들고 종일 있었다. 협회 직원은 그저 ‘(아들을 위해)노력하겠다’는 말만 하고, 아무런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고 했다. 신종훈 사태를 인지한 시민들은 엄씨가 홀로 시위하는 것을 보고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다. 한 팬은 수건을 들고 엄 씨 몸을 적신 빗물을 닦아주기도 했다. 그는 “아무런 연락이 닿지 않아 대통령께 찾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다행히 종로경찰서 관계자가 종훈이 사정을 이해해줬다. (1인 시위를)하도록 마련해줬고, 따뜻하게 대해줬다”고 했다. 29~30일 양일간 청와대 앞에서 비를 맞으며 아들의 선처를 호소한 엄 씨다. “일본인이나 중국인도 나를 보고 안타까워한다. 이게 무슨 국제 망신이냐. 종훈이가 무슨 잘못을 했는가. AIBA 관계자와 복싱협회의 황당한 일 처리에 희생양일 뿐”이라고 했다.
[스포츠서울] 2014 인천아시안게임 복싱 금메달리스트 신종훈(25·인천시청)이 국제복싱협회(AIBA)로부터 중징계를 받아 선수 자격 정지 위기에 놓인 사태와 관련해,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2014.11.27.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한편 신종훈이 장 회장에게 호소하는 글도 SNS에서 크게 번지고 있다. 타 종목 체육인도 복싱계 파벌 구조가 만들어 낸 어처구니없는 사태에 신종훈의 글을 공유했다. 한 네티즌은 한 포털사이트에 서명운동을 벌여 3000명 가까이 지지를 받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도 신종훈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진상파악에 들어갔다. 문체부는 대한체육회 가맹 경기단체 중 유일하게 국제기구인 AIBA가 국내 협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AIBA는 국내 복싱계를 좌우하는 고위 임원을 중심으로 지난 2009년부터 협회와 특정 선수를 상대로 징계를 남발했다. 자신의 의도가 관철되지 않을 때 비상식적인 칼을 휘둘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IBA의 전횡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공론화되고 있다. 신종훈은 “내 문제 뿐 아니라 후배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