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안되다 / 안 되다
여자 고등학교 앞에 고깃집을 연 주인이
목에 핏대를 올리며 말한다.
“여고 앞에 고깃집을 열었으니 장사가 됐겠어요?”
그렇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공사판이나
직장인들이 많은 곳에 고깃집을 열어야
술과 함께 고기도 잘 팔린다.
이 고깃집 주인의 하소연에 우리는
두 가지로 맞장구를 칠 수 있다.
우선 “당연히 안됐겠지요”다.
이때의 ‘안되다’는 동사로서 ‘일, 현상, 물건
따위가 좋게 이루어지지 않다’는 뜻이다.
즉 장사가 썩 좋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경기가 안 좋아서 장사가 잘 안된다”
“공부가 안돼서 잠깐 쉬고 있다”처럼 쓰인다.
이 ‘안되다’의 상대어는 ‘잘되다’이다.
다음으로 “정말 장사 안 됐겠네요”다.
이때의 ‘안 되다’는 ‘되다’의 부정형이다.
잘되거나 어느 정도 되는 것이 아니라 장사가
아예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네가 그때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너는 지금 말도 안 되는
얘기를 나한테 하고 있어” “장사가 안 돼
가게를 접어야겠다”처럼 사용된다.
한편 형용사 ‘안되다’도 있다.
이것은 ‘섭섭하거나 가엾어 마음이
언짢다’는 뜻으로 “어린 나이에 저렇게
고생하는 걸 보니 정말 마음이 안됐어”
“그것 참 안됐군”같이 쓰인다.
최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