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도.hwp 바퀴벌레 김기섭 회장의 사망사건으로 시작되는 임상옥의 일대기. 그의 일대기는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죽은 아버지가 남긴 엄청난 빚을 갚기 위 해 상점에서 꼬박 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내가 임상옥의 처지였다면 세상을 원망하기도 하며, 온 갖 불평불만을 토로하였을 터인데, 우리의 임상옥 은 한눈팔지 않고 눈을 뜨고 일어나는 꼭두새벽부 터 잠이 들 때까지 쉬지 않고 일을 하였다고 한다. 이 부분에서 임상옥의 성실함과 끈기, 부지런함을 엿볼 수 있다. 또한 경삼을 신령초로 착각하고 거 금을 주고 사려는 홍득주에게 내일까지 기다려보 자는 제안을 하여 파산의 위기에서 구해내었다. 정확한 검증 후에야 거래를 하는 신중함과 심마니 도 못 알아보는 산삼의 진위를 알아내는 눈썰미, 그리고 정화의 인삼이라는 고사를 통해 노인의 간 담을 서늘하게 하는 박식함까지 임상옥이 왜 조선 최대거상에 이르렀는지를 충분히 알 수 있게 해주 었다. 게다가 뛰어난 인사성과 완벽한 정리정돈을 하였으므로 임상옥을 사위로 들이고 싶은 홍득주 의 욕심은 아주 당연하고 지당한 일이었을 것이 다.이렇게 착실한 임상옥에게 홍득주는 연경에 다 녀오라고 한다. 즉, 하나의 상인으로 독립시켜 주 겠다는 것이다. 중국 상인들과 능수능란한 통역을 구사하는 임상옥에게 인삼흥정은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였다. 하지만 그날 저녁, 임상옥에게는 상 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색주가였던 이희 저와 같이 갔던 사창가에서 장미령을 만난 것이 다. 앞으로도 볼 수 없을 천하의 절색 장미령을 본 임상옥은 숨이 멎을 지경이었지만, 그에게는 욕구 를 절제하는 통제력이 있었다. 한창 피가 끊어오 를 20대의 임상옥에게 넘치는 욕망을 절제하기란 참으로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참고 또 참아 장미령의 처녀성을 보호하고 지켜주었다. 그 뿐이었던가. 은 5백 냥을 지불하고, 노예처럼 몸이 팔려 창녀가 되어버린 장미령을 자유의 몸으 로 돌려주기 까지 하였다. 처음 보는 여자에게 아 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그렇게 큰 돈을, 그것도 후에 일어날 큰 시련을 감당하면서까지 지불하기 는 정말 어렵고 또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이다. 이 만큼 임상옥은 따뜻한 가슴을 가진, 물질보다 사람 을 중시하는 휴머니스트였던 것이다. 임상옥은 내 가 꿈꾸고 바라던 이상형에 가까웠기에, 실제로 이 런 남자가 있다면 한눈에 반해버릴 것 같다. 몇 년 뒤, 장미령의 소원으로 박종일은 추암사에 있는 임 상옥을 찾게 되었다. 이미 스님이 되어버려 속세 와 인연을 끊었지만, 노모가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걸식을 하고 있다는 소리에 효심 깊은 임상옥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