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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 남짓 자리
중 이미 거나하게 취한 한 테이블과 이제 막 자리를 시작한 중년 남자 세 명이 차지한
테이블 두 개가 전부다. 하지만 6시를 넘기기 무섭게 10여 분 차이로 모든 자리가
꽉 들어찼다.
전주에는 막걸리촌이 여러 군데 조성되어 있다.
한때 맥주와 소주에 밀려났던 막걸리가 6~7년 전부터 막걸리촌을 중심으로 다시 인기를
얻으면서 지금은 삼천동에만 30여 군데의 막걸리집이 생겨났고 서신동과 경원동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그런데 이들 지역에서 막걸리를 파는 방법이 참 희한하다. 1만2000원짜리 막걸리 한 주전자만
시키면 안주는 모조리 공짜이기 때문이다. 기본 안주라고 만만히 볼 일이 아니다.
꼴뚜기회, 게장, 조기매운탕, 관자, 부추전, 갈치조림, 날치알무침 등은 푸짐할 뿐더러
하나같이 맛깔스럽다. 또 손님이 올 때마다 음식을 바로바로 만들어내는 것도 전주막걸리촌만의
경쟁력으로 통한다.
경남 통영에는 ‘다찌’라는
독특한 술 문화가 있는데 술값을 조금 더 받는 대신 안주는 공짜인, 주당들이 들으면
반색할 만한 아주 ‘착한’ 문화다. 지역은 다르지만 전주막걸리촌도 통영과 비슷한
점이 많은 듯 싶다. 아마도 인심 좋고 먹을거리가 풍성한 곳에 사는 사람들의 공통된
습성이 아닐까 싶은데, 술을 마시는 손님 입장에서는 부담이 없어 좋지만 정도가
황송해 값을 치를 때는 왠지 모를 미안한 마음마저 든다.
맥주에서
탁주로의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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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용진집(063-224-8164)에서 처음으로 안주를 공짜로 주는 막걸리 장사를 하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장사가 잘 되자 주변에서도 하나둘 업종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러던 것이 7년이 지난 지금은 막걸리집이 30여 군데로 늘어났고 서신동이나 경원동 동부시장 뒤편, 송천동 등에도 막걸리촌이 생겨났다. 이제 전주에서만큼은 막걸리 따로, 안주 따로라는 건 상상도 할 수 없게 되었다. 또 전주시에서는 막걸리촌 지도를 제작하는 등 전주를 대표하는 관광자원으로까지 발전시킬 계획을 갖고 있기도 하다.
오늘
한번 달려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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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서 맛볼 수 있는 막걸리는
전주주조에서 만드는 밀막걸리다. 서민층에서 즐겼던 만큼 쌀 대신 순밀가루만을
이용하는데, 첫 맛은 약간 톡 쏘고 달달한 것이 포천막걸리와도 비슷하다. 다만 요즘은
탁하게 마시는 것보다 가라앉혀 윗부분의 맑은 술만 마시는 게 대세라고. 배도 덜
부르고 다음날 숙취도 덜하다는 게 이유다.
맥주나 소주로 술을 배운 젊은
사람들은 막걸리 맛을 잘 모르는 까닭일까,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막걸리로 술을
배운 30대 후반 이후가 주를 이룬다. 이들에게 막걸리는 술이 아니고 전통음식이란다.
자연발효로 인해 생겨난 살아 있는 효모 때문이라고 하는데 몇몇 막걸리집 벽에는
‘막걸리의 효능’ 이 마치 녹차나 복분자 효능 얘기하듯이 걸려 있다. 실제 막걸리의
활성효모는 인체에 필요한 소화 효소 및 무기물 공급을 원활하게 해주고 단백질과
비타민은 피부미용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술을 마시고도 피부가 뒤집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좋아진다니 여성 주당들이 반길 만한 일이다.
“앉힌 걸로 드실랑가?”
“앉힌
게 뭔데요?”
“아따 가라앉힌 거랑 탁한 거 중에 어느 거 드실거냐고잉.”
대화를
들어보니 손님은 전주 사람이 아닌가보다. 대전에서 왔다는 이들 남녀 세 명은 하도
‘ 전주막걸리~ 전주막걸리’ 소리를 듣던 차에 오늘은 벼르고 전주엘 왔다고 한다.
“이제 겨우 2차(주전자 두 개째)인데 5차는 가야지 하지 않겠냐” 며 전의를 불태운다.
업그레이드 안주의 끝이 어디일지 궁금하다는 얘기다.
아까부터 옆자리에서 마시고
있는 사람들은 벌써 거나하게 취했나 한창 정치 얘기며 아파트 시세 얘기에 열을
올리는 것 같더니, 고구마막걸리를 한번 마셔보라며 이쪽까지 참견한다. 맑은 보랏빛에
맛도 순한 게 먹을 만하다. “전주막걸리는 맛도 맛이지만 안주도 마구잡이로 구색
맞추는 게 아니고 하나하나 정성을 들인다” 며 얘기가 전주막걸리 자랑으로 이어진다.
그러면서 하는 말도 걸작이다.
“우리 나이 되면 집에 맨송맨송하게는 못 들어가.
이렇게 일주일에 두세 번은 여기 와서 알딸딸해져야 들어가는 거지. 자네들도 내
나이 되어보면 알 것잉게.”
Tip 가격은 막걸리 한 주전자당
1만2000원으로 정해져 있고, 한 주전자에는 막걸리 세 병이 들어간다. 술을 많이
마시지 못할 경우엔 두 병만 넣어달라고 미리 부탁하자. 소주와 맥주도 마실 수 있는데,
가격은 두 병 기준으로 1만2000원. 영업시간은 오후 4~5시경부터 다음날 새벽 1시 정도까지다.
Info 삼천2동사무소, 삼천동우체국 골목에 막걸리집이 모여 있다. 전주 시내에서 택시를 타면 대부분 3000~4000원이면 갈 수 있다.
첫댓글 저는 사람은 청주에 살고,
청주 사람은 서울에 살지만
전주 막걸리가 먹고싶다. ㅎㅎㅎ
꼭 한번 가봐야될 것 같은데 갈 일이 있을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