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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방송일: 20050929
동영상 : 줄거리:
극본 : 김 수 진
씬1/ 대문앞(N)
미자, 통화하며 대문앞쪽으로 온다.
미자 (힘없는) 아니..그냥 티니에서 바로 퇴근했어..
현우 (F) 내가 티니까지 데릴러 간다니까..
미자 (힘없는) 아니야.. 자기도 힘든데 뭐.. 나 들어가서 쉴께.. 내일 봐.. (전화끊고)
그때 반대방향에서 나타난 부록. 부록과
미자 서로를 발견하고 살짝 놀란다.
미자 (무슨 말을 해야할까..) 아빠..
부록 (왠지 민망해서 웃음이 난다) 허허..미자 왔냐? 많이 늦었구나.. (하다 미자 손에 들린 핸드폰보고) 통화중이었구나? 그럼 천천히 들어와~
미자 (아니라 말하기도 뭣하고) 네..
미자, 멍하니 그 자리에 서서 집으로
들어가는 부록의 초라한 뒷모습을 본다.
TITLE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
씬1/ 미자방(N)
미자, 창밖을 보며 멍하니 서있다.
S.E/ 노크소리
미자, 그대로 있다.
영옥 (웃음 지으며 들어온다) 늦었네.. 오늘 일이 많았 나봐?
미자, 그냥 고개만 끄덕끄덕하는
영옥 (미자 뒷모습이 안쓰러워) 저기 미자야. 일루 와서 좀 앉아봐라..
미자, 터덜터덜 영옥 앞으로 가 앉는다.
영옥 (타일르는) 니 맘 다 안다..불안하고 힘들고 그러겠지..근데 말이다. 아빠가 직장 잃었다고 우리집 주저 앉는 거 아니다.. 돈이야 얼마 안되지만 모아놓은 것도 있고 너 하나 시집 못 보낼만큼 대책 없이 살아오지도 않았다. 그러니까 너는 아무 걱정 말고 니 일이나 잘 챙겨서 하구 있어..
미자 (답답한) 돈 문제를 떠나서... 내가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떻게 결혼 같은 걸 얘기하겠어요?
영옥 지금 우리가족한테 니 결혼만큼 중요한 일이 어딨다구 그래.. 옛부터 결혼은 인륜지대사라 그랬다.. 그만큼 중요하단 얘기지.. 쉽게 정하고 뒤집고 하는 거면 그런 말이 붙었겠냐..
미자, 한숨만 푹 쉬고.
영옥 그리구 니가 결혼 미룬다고 나서봐라.. 니 아빠 맘이 어디 편하겠냐.. 그러니까 넌 걱정할 필요없어.. (미자 등 툭툭 두드려주고)
미자, 더 이상 뭐라 말도 못하고 괴롭다..
씬2/ 할머니방(N)
나란히 누운 할머니들, 영옥 혼자 눈 말똥말똥.
그때 혜옥, 한숨 내쉬며 몸 뒤척뒤척.
영옥 (조용히) 부시럭 거리지 말구..어여 자..
혜옥 (확 몸 뒤집고) 그럼 우리 가을에 가기로한 온천여행..그것도 못가는 거야? 내 생일날 사준다던 그 핸드백은? 어?
영옥 (쥐어박으려고 팔 들었다가 스르르 팔 내려놓으며) 아유..심란한게..힘도 안들어간다..에휴..
영숙 (걱정스런) 당장 먹고 살거 걱정할 정도는 아니지만..그렇다고 조카 퇴직금 야곰야곰 파먹고 살수도 없는 노릇이구..
혜옥 (철없는) 아이씨..온천여행..핸드백..
영옥 (쥐어박고) 늙은 몸이지만 여자가 셋인데 뭘해도 먹고는 살지 않겠냐..
영숙과 영옥 근심 가득한 듯 한숨 내쉬고.
다음날
씬3/ 부록방(D)
이불 털어서 들어오는 우현, 나갈 준비하는
부록을 본다.
우현 (맘이 안 좋아) 어디.. 나가시게요?
부록 (애써 웃는) 그냥 집에만 있을 수 있나? 여기저기 다니면서 알아도 보고..
우현, 부록 옷 펴주며 안쓰럽게 본다.
씬4/ 동네일각(D/ENG)
부록, 터덜터덜 언덕길 내려가고
옆쪽으로 보이는 편의점안에 할머니들.
점장 (의심스런) 정말..잘 하실 수 있으시겠어요?
영옥 아유, 그럼요~ 한번 시켜만 줘보세요~
점장 (여전히 의심스런) 그럼 한번 일단 캐셔보는 것부터 해보시죠..
영옥, 얼른 캐셔자리로 가서 서는데
그때 손님 들어와 물건 고르고
점장 (영옥에게) 손님이 물건을 갖고 오시면 (바코드 가리키며) 요 새까만 줄들을 기계로 찍어주면 가격이 요기 화면에 나오거든요? 그 돈만 제대로 받으시면 힘든 일은 없을겁니다..
영숙 생각보다 쉽네..허허..
손님 이것저것 가져와 매대에 내려놓자
영옥, 당당하게 바코드 기계 들어서 손님
이 가져온 물건들 차례차례 스캔한다.
점장, 생각보다 잘하네 하는 표정..
그러던 영옥, 하나씩 찍다가 힐긋힐긋
뭔가로 시선이 가는데 알고보니 물건 사고
있는 손님, 옆머리를 길러서 허전한 윗머리를
덮은 약한 모습의 대머리 손님..
근데 더워서 흐트러졌는지 잘 덮어놓은 머리가
중간중간 갈라져서 꼭 뉘여 놓은 바코드같다..
돈 찾느라 고개숙인 손님 머리에
영옥 뭔가에 홀린 듯 스캐너를 갖다대고,
손님 (놀란) 뭐하는 거요?!!
점장 (당황) 아, 죄송합니다..손님. 정말 죄송합니다..
점장, 영옥을 원망스레 보고, 영옥 코 훅.
/화면전환.
우유 매대앞에 서있는 할머니들.
점장 그럼 일단 물건 채워넣는 거 한번 해보실래요? 물건이 빠지면 제때제때 채워놔야 하거든요. 일단 앞에껄 다 빼낸 다음에 새걸 뒤쪽으로 넣어주셔야 해요..
영옥 (아는 척) 그럼 그럼~ 된 거는 빨리빨리 팔아야지..
그때 손님 여러명 들어오자
점장 그럼 한번 해보세요.. (카운터로 가는)
할머니들 셋 같이 서서
영숙 일단 앞의 꺼를 빼라 그랬지..(손 넣다) 아우 뼈마디 시려..(혜옥보고) 야..젊은 니가 좀 해라..
혜옥 (쑥쑥 빼놓고) 이게 뭐가 어렵다 그래..(하다 뒤쪽에 손 안 닿자 옆에서 물건 고르던 학생 툭툭) 저기 이것 좀 뒤쪽에 넣어줄래? 내가 손이 안 닿아서 그래..호호호~
학생, 어이없이 혜옥 보고.
/화면전환
할머니들 미안한 표정으로 편의점에서
나오고 점장 공손하게 인사하고 들어간다.
씬5/ 도서관(D/ENG)
부록, 서가 이곳저곳 둘러보며 책 보고 있는데
멀리서 책 정리중이던 사서
사서 (인사하며) 오셨어요?
부록, 간단히 목례하고 다시 책 둘러보는데
사서, 부록 뒤쪽으로 와서 책 정리하다
사서 (책 자리 찾는 듯) 사..사..
부록 (책 보고는 손가락으로 자리가리키며) 사 07로 시작하면 여기네요..
사서 (살짝 당황) 아..감사합니다..
부록, 괜히 나선 것 같아 살짝 부끄럽다..
씬6/ 도서관(D/ENG)
부록, 책상에서 책 읽고 있는데 옆쪽에
한무리의 애들 단체로 책 가져와 앉는다.
부록, 흐뭇하게 웃으며 힐긋 보는데
애들이 보기엔 힘들어보이는 책이다.
부록, 잠깐 사라지더니 애에게 어린이
문고를 갖다준다.
부록 (웃으며) 아저씨가 너만한 때 읽었던 책이야..참 재밌게 봤단다..
부록, 웃으며 애 머리 쓰다듬어주자
애 그냥 눈만 딩굴딩굴 굴린다.
씬7/ 남자원룸 (D)
정민, 옷장 문쪽 넥타이 걸이에서 넥타이
빼내는데 넥타이 걸이 통째로 떨어진다.
정민 (넥타이 걸이 들여다보고) 에이..못이 빠졌네..(하다 밖에 대고) 동직아~ 망치 좀 가져와봐~(하다) 아..맞다..동직이 나갔지..
// 정민, 공구함 뒤지고 있다가
정민 어? 망치가 어디갔지? (계속 뒤지다가) 진짜 없네.. (전화하는) 야 망치 어디갔어?
동직 (F) 아..맞다..접때 지영이가 빌려달래서 주고는 안 받아왔다..
정민 아 자식, 빌려줬으면 좀 제때제때 갖다놓구 그래~ 진짜!! (전화 끊고 잠깐 표정.. 거기 가기 좀 그런데..)
씬8/ 여자원룸(D)
미적미적 들어서는 정민
정민 (이쪽저쪽 살피며) 지영..아~
그때 윤아 방에서 나오며
윤아 (아무렇지 않은) 어 왔어? 지영이 나갔는데..
정민, 괜히 살짝 민망한
정민 (괜히 웃는) 어, 윤아씨 있었네? (씨익~)
윤아 (정민보며 같이 웃고)
정민 (그거보고 또 웃고 서있고)
윤아 (웃으며) 뭐야..뭐 일 있어서 온거 아냐?
정민 (그제서야) 아.저기..그 망치..
윤아 (저쪽 신발장 가리키며) 망치? 신발장 아래쪽에 공구함에 있나 모르겠네..한번 찾아봐~
정민 (여전히 웃으며) 어..
윤아, 주방쪽으로 가고 정민 신발장
아래쪽 공구함 찾다가 윤아쪽 힐긋본다.
씬9/ 남자원룸(D)
뭔가 생각에 빠진 듯 멍하게 못질 중인
정민. 그러다 엄지 꽝 내려치고
정민 (너무 아파 소리도 안나와) 억..억! (손가락 꽉 쥐고 막 뛰고) 아으..아으..
정민 망치 던져버리고, 한참 엄지 빨다가
정민 (E) 윤아씨는 정말 괜찮은건가? 아님 애써 괜찮은 척 하는걸까?
정민, 다시 뺀지 집어들어 못 박는데
지수 (E) 정민씨 사귀면서 계속 불안했어. 언젠가는 날 떠나갈 것 같고, 마지막엔 날 안잡아줄 것 같아서 언제나 불안했어.
정민 (ON) 윤아씨..나 때문에 많이 불안했었겠다..진짜 미안하네..
정민, 다시 못 박다 손 내려치고 다시
아파하며 동동 뛴다.
씬10/ 동네일각(D/ENG)
할머니들 힘빠진 듯 터덜터덜 올라온다.
혜옥 (영숙 구박하며) 그럼 그렇지~ 언니같이 삐걱대는 할망구를 누가 써주겠어~ 으이구~ 그 튀김기하나 못 들어서 벌벌대구 진짜..
영숙 (미안한) 미안해..
영옥 (혜옥 째리며) 빵 포장하라고 준 종이로 비행기 접은 년이 말은..
혜옥 (뻔뻔) 그거야 너무 종이를 색색깔로 주니까~
그때 슈퍼앞 평상에 앉아 마늘까고 있는
할머니 둘을 본 영옥
영옥 (다가가며) 아유, 뭣들 하고 있는 거야? (마늘까는거 보고) 아유..손 안 매워들?
할머1 맵지 왜 안 매워..그래도 다 이게 돈이겠거니 하고 까는거지 뭐..
영옥 (구미동해) 그게..돈이 돼?
할머1 그냥 뭐..푼돈이나 버는거지..
영옥, 뒤쪽에 서있던 영숙과 혜옥 휙
돌아보며 ‘위치로~’ 입모양!
영숙과 혜옥, 주저하자 영옥 ‘쯧!!’ 눈
부라리고.
영숙과 혜옥, 밍기적대며 걸어가서
옆에 앉아 마늘까서는 자기들꺼만
한쪽에 모아둔다.
영옥 (자기도 가세해서 마늘까며) 아유..뭐 이런거면 하루종일도 까겠네..(돈 된단 생각에 기분좋은)
/화면전환
자매들 깐마늘 수북하게 쌓였고, 영옥
손 놀랍게 빠르다.
영숙과 혜옥은 손 후후불며 따가워하고.
할머1 (경이롭다) 아유..대단하네..
영옥 (후후..) 내가 손이 좀 야물잖어..(영숙, 혜옥보고) 아 어여 안까구 뭐해~
그때 마늘 가지러 온 마늘 수집상(?)
수집 (마늘보고) 아유..오늘은 많이 까셨네요~어머 미자 할머니두 계셨네?
영옥, 웃으며 깐마늘들 수집상에게 내밀고
수집 (마늘 무게 재고) 아유..많이 하셨네요..
수집상, 손에 침 뱉어서 천원짜리 착착 세자
영옥, 기대되는 눈빛으로 서있다가 수집상
내미는 천원다발에 손 내미는데
수집 (할머니1에게 돈 내밀며) 여기요..미자 할머니가 도와주셔서 오늘은 돈 좀 버셨네~ 호호
영옥, ‘잉?’ 싶은데
할머1 (영옥 손 잡고) 아유..고마워..고마워..
영옥 (뭐라 말도 못하고 울상) 그래..뭐..
영옥 뒤에선 혜옥은 영옥 째리고, 영숙은
아픈 손만 후후 분다.
씬11/ 동네일각(D/ENG)
할머니들 또 터덜터덜 걸어가며
혜옥 (마늘 깐 손 보며) 이게 뭐야~ 이쁜 내 손이..
영숙, 냄새 맡아보곤 진저리치고.
영옥 (힘빠져) 저건 안되겠어..보니까 하루죙일까도 만원한장 손에 못 쥐겠드만..
영숙 그럼 우리가 뭐 할줄 아는거나 있나..써준다는 데도 없구..
영옥 (반짝) 있잖어~ 평생 한 거~
씬12/ 주방(D)
주방으로 들어서던 우현, 뭔가 지지고
볶아대는 할머니들 보고
우현 (황급히 앞치마하며) 아 제가 저녁할려구 하던 참이었는데..
혜옥 (다짜고짜 반찬 우현 입에 밀어넣고) 어때? 맛있어?
우현 (우물우물) 네..맛있어요..
할머니들 얼른 큰 통에 옮겨담고
꽁꽁 싼다.
우현 (우물) 그럼 저녁때 그냥 국만 끓여서..
할머니들, 우현 말 무시하고 반찬통
들고 나가버리고, 우현 손가락만 빨고
서있다.
씬13/ 도서관 앞(D/ENG)
부록, 도서관 나서는데 들어오던
사서와 마주치고.
사서 아, 지금 가세요?
부록 네..오늘 하루 신세 많이 졌네요..
사서 별 말씀을요..
부록, 잠깐 시선 돌리는데 주변이
다 가을느낌이다..
부록 (주변보며) 세월이 참 성큼 성큼도 오네요..자박자박 오면 좋으련만..
잠깐 감상에 젖던 부록, 자리 뜬다.
씬14/ 시장일각(D/ENG)
할머니들 시장앞까지는 잘 갔는데
도저히 판을 펼 용기가 안난다.
혜옥 (뒤로 돌아 숨으며) 언니..나 부끄러워..나 집에 갈래..
영숙, 아무말없이 혜옥만 붙들어 놓고
있는데 자기도 부끄러운지 사람들
지나갈때마다 빙그르르 얼굴 가리며 돌고.
영옥 (자기도 부끄럽지만 자리 살피다) 저쪽에 자리가 좀 비었네..
영옥, 안 따라오려는 동생들 이끌고
야채파는 할머니 옆으로 슬그머니 간다.
영옥 (괜히 민망해서) 아유..야채가 참 싱싱허니 좋네..
영옥, 그러면서 동생들 쿡쿡 찔러 판 펴게
하는데 동생들 계속 얼굴만 가리고 있고.
답답한 영옥, 보자기 뺐어서는 슬쩍 땅에
떨어뜨리는 척하고는 잽싸게 그 위에
판을 펼치려는데
주민1 (영옥보고) 아유. 미자 할머니 아니세요?
영옥 (동작정지) 아..지은엄마..잘 있었어?
주민1 (보자기보고) 뭐..하세요?
영옥 (주섬주섬 보자기 주으며) 아니..뭐..이게 떨어졌네..큼..
씬15/ 거실(N)
부록, 집안으로 들어서며
부록 다녀왔습니다~
우현만 쪼르르 달려나오자
부록 어머님이랑 이모님들은..?
우현 아까 반찬 많이 해서 나가시던데.. 아무래도 내다 파시려는 것 같애요..
부록 (한숨쉬며 방으로) 참.. 내가 죽일 놈이다.. 내가..
우현 (따라가며) 아니예요..매형~
씬/ 집 외경(N) - 짧게
씬16/ 할머니방(N)
혜옥, 영옥 등 두드려주고 있고
영숙, 자기 다리 주무르고 있다.
영옥 (답답) 타고난 재복이 있는 것도 아니고..벌만한 상술이 있는 것도 아니니 뭐가 되겠어..
영숙 그러게 말이유..
혜옥 (등 두드리다 말구) 재복도 없는데다가 (영옥 보며) 인상까지 험악하니...
영옥 (쥐어박고) 험악하긴 뭐가 험악해~
혜옥 (아파서 머리 싸쥐고) 언니.. 언닌 거기 ?투, 격투기 그런 거 좀 나가봐~ 아후..진짜 아퍼..
영숙, 그때 관절에서 온갖 소리 내며
일어나자
영옥 (힐긋 보고) 야..너 그 소리나는 건 어떻게 음 조절 같은 거 안되냐?
영숙 뭔 소리유..
영옥 아, 텔레비전보면 그딴 별것도 아닌 것 같구 기인입네~ 나와서 상품 타가잖어~ 그걸로 노래 하나 하면 나갈수 있지 않겠냐..(하다 혜옥보고) 넌 옆에서 몸에 다리미 같은 거나 좀 붙여보면..(하다 스스로 어이없는) 됐다..
영옥, 다락에 가서 다락열고 베개 꺼내는데
영숙의 고물 떨어져 영옥 ‘아구구구~’
영숙, 얼른 고물 감추는데
영옥 (화난) 안 그래도 속 시끄러워 죽겠는데.. (버럭) 이것들 썩 안 갖다 버려?
씬17/ 대문 앞(N)
밖으로 쫓겨난 고물들. 영숙, 하나하나
만져보고 쓸어보고 있다.
혜옥 (빵 먹으며) 얼른 해. 큰 언니 나오면 또 난리난다..정 아쉬우면 몇 개만 골라서 숨겨두던가..
영숙 (아쉬운) 다 내 자식같은 것들인데 뭘 고르구 말구야..
그때 지나가던 한 여자, 영숙의 고물들을
유심히 보다가 오래된 비녀를 골라든다.
여자 이거 얼마예요? (가방에서 지갑 꺼내고)
영숙 그거 파는거 아닌데..(하다 체념) 그냥..가져가슈..
여자 그래도 그러는게 아니죠..(억지로 돈 꺼내서 영숙 손에 쥐어주고) 감사해요~ 잘 쓸께요~(가고)
영숙 손에 쥐어진 오천원짜리 지폐.
혜옥, 입안에 빵 든 채로 입 벌리고 멍하게
서있다가
혜옥 (놀란) 언니..방금..돈 번거지..그지?
영숙, 어리벙벙한 표정.
다음날
씬18/ 대문 앞(D)
아침부터 대문앞에 제대로 판 벌린 영숙과
혜옥. 나가는 부록 배웅하러 나온 영옥
영옥 아니 이것들이 갖다 버리랬더니 이젠 아예 판까지 벌여? 빨리 안 갖다버려!!!
혜옥 어제 이걸루 돈 벌었어..(영숙보고) 그지 언니?
영숙, 끄덕끄덕.
부록 (미안스런) 날씨 쌀쌀한데 들어가세요..어머니 다녀오겠습니다..
영옥 그래..잘 다녀와 아범..(하다) 늬들 내가 다시 나왔을때도 이러구 있음 가만 안둘줄 알어!! 싹 치워!!
영옥, 집안으로 들어가 버리고.
혜옥 괜히 심술이야..치..
그때 지나가던 외국인, 흥미롭게 고물보고.
혜옥 (생글생글) 웰컴 웰컴~ 코쟁이도 웰컴~(영숙치며) 언니도 얼른 해~
영숙 (쑥쓰럽게) 웰컴..
외국 와우.. 어메이징..?라?라..(지갑꺼내며) 하우머치 이즈 잇?
영숙과 혜옥, 뭔 말인지 몰라 웃기만하고
외국 (또박 또박) 하우 머치 이즈 잇?
혜옥 (대략 눈치로 때려 잡는) 얼마냐~ 그러는 거 아냐? (하곤) 엄~ 엄~ (하다가 영어 발음) 만~원~
외국인, 물건 하나 집으며
외국 텐 달러~ 오케이?
혜옥 (표정 말갛다)
영숙 요즘 달러 시세가 어떻게 되누? (하다가 에이~) 오케 (하며 10달러 받는)
외국인 ‘땡큐 땡큐’하며 가면
혜옥 (감격스럽다) 언니~ 우리가 외화까지 벌어들인 거 맞지? 응?
영숙, 혜옥 신났다.
씬19/ 헬스장(D/ENG)
정민과 동직, 헬스장으로 들어서고 저쪽에
운동하는 지영과 윤아모습 보인다.
지영과 얘기하며 밝은 모습으로 운동하는
윤아.
괜히 밝은 척 하려는 것 같아 맘이 아픈 정민.
정민 (다가가서) 오늘 저녁때 피자 어때?
윤아 (밝게) 우리야 좋지..어때?(지영보고)
지영 (기분 별로인) 난 느끼한거 별론데..
동직 야, 우리 지영인 느끼한거 별로라니까 나랑 지영
인 초밥 시켜주라~어?
정민 (어이없는) 참내..알았어..
정민, 그러면서 윤아 표정 살피고.
씬20/ 도서관(D/ENG)
부록, 도서관 들어서며 사서와 인사.
사서 (웃으며) 자주 뵙네요..
부록 (웃으며) 평생 책만 파구 살았더니..어떻게 된게 집보다 여기가 편하네요..허허..
/시간경과
부록, 서가 이쪽저쪽 돌아다니다가
떨어진 휴지도 줍고,
책 찾아 헤매는 사람한테 위치도 알려주고.
그때 복사기가 고장났는지 한 학생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다.
부록 (다가가서) 아유..종이가 걸렸네요..잠깐만 비켜보시겠어요?
부록, 복사기 안에서 걸린 종이 끌어내서
제대로 작동되게 해주고
부록 이제 됐습니다..쓰세요..
학생 고맙습니다..
부록 (쑥쓰러워) 뭘요..
부록, 웃으며 돌아서는데 지나가던 사서와
눈이 마주치자 왠지 부끄럽다.
씬21/ 주방(D)
영옥, 밥 차려진 식탁앞에 앉아
영옥 이것들은 또 어디 갔어?
우현 식사하시라구 말씀 드렸는데 안 들어오시네요..
영옥 (감 잡힌다) 이것들이.. 아주 줄줄이 궁상을..
열받아 나가는 영옥
씬22/ 마당 + 대문앞(D)
사람들로 와글와글하는 대문 앞.
영옥, 마당에 나와 보니 어이가 없다.
영옥 (가만 안둬!) 저것들이!!
뭔가 때릴 걸 찾는데 급히 눈에 띄는 게
바구니 밖에 없다. 그거라도 들고 때릴 태세로
나가는 영옥.
영옥 야!! 늬들..!! (하는데 바닥에 흩어져있는 지폐들 보고 놀라고)
혜옥 (물건 주고 돈 건네받고는)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신나서 영옥보며) 언니~ 나 또 돈 벌었어~
영옥 (바로 꺾으며 바닥에 흩어져있던 돈들 모아서 바구니 안에 넣어주며) 얘들은 돈 다 날라가게시리.. 여기다 넣어놔~ (코 들이마시며) 참, 늬들 밥 못 먹었지? 언니가 밥 싸갖고 나올게 기다려..
영옥, 민망함에 허둥지둥 집안으로 들어간다.
씬23/ 여자원룸(N)
현관쪽에서 피자 받고 있는 정민.
정민 수고하세요~(피자들고 들어오며) 와~ 뜨끈뜨끈한게 진짜 맛있겠다~
정민, 테이블에 피자 내려놓자 초밥에
젓가락 대고 있던 동직, 슬그머니
피자로 손 뻗고
정민 야~ 너랑 지영인 피자 싫대서 내가 일부러 초밥 시켜줬구만..늬들은 그냥 초밥 먹어~
동직, 무안해서 손 빨고.
윤아 어? 정민씨 올리브 못 먹지 않어?
정민 어? 진짜네..빼달라는 얘길 깜빡했네..
윤아 올리브 없는 쪽으로 먹어~ 올리븐 내가 먹을게
정민, 여전히 윤아에게 미안하다..
씬24/ 대문 앞(N)
부록, 계단 내려오는데 대문앞이
시끌시끌하다.
아줌1 (압력밥솥 꼭지 들고) 아유, 압력밥솥 요 꼭지가 도망을 가서 통째로 새로 사야하나 고민했었는데 딱 요기 있네...
영옥 그거 안에 끼우는 고무도 있으니까 같이 가져가~
아이1 (옛날 잠금쇠 보며) 엄마, 이건 뭐야? 이쁘다~
아줌2 어, 이건 지금 열쇠 대신에 쓰던 건데.. 이쁘지? 이거 살까?
아이1 응!
아줌2 할머니, 이거 얼마예요?
혜옥 뭐 자주 보는 사이니까 삼천원에 줄게~
영숙 (다른 사람이랑 흥정) 그럼 좋다~ 여기 촛대에다가 이거 서진.. 이것까지 얹어서 만원.. 어때 콜?
부록, 그런 모습들 보니 맘이 아프다.
부록 어머니..
영옥 (신난) 어, 아범 왔냐? 어여 들어가서 씻구 저녁먹어~
그때 우현, 미숫가루 타서 내오고.
우현 이것 좀 들구 하세요~
왁자지껄, 생기 넘치는 장터 분위기다.
씬25/ 여자원룸(N)
주방에서 컵 씻고 있는 윤아.
정민 냉장고에 물 마시러 갔다가 괜히
윤아한테 말 건다.
정민 (뻘쭘) 내가..좀 도와줄까?
윤아 컵 몇 개 씻는건데 뭐..가서 앉아있어.
정민 (뻘쭘) 어..
그러고도 안가고 괜히 주변에서 얼쩡대는
정민.
윤아 (돌아보고) 왜?
정민 아니..그냥..머..(괜히 식탁이나 손으로 쓸고)
윤아 (피식 웃고) 나 진짜 아무렇지 않거든? 그러니까 신경안써두 돼..
정민 (당황) 아니, 뭐 그런게 아니라..
윤아, 정민보고 웃어보이고는 다시 설거지.
정민 (돌아선 윤아모습 보며 E) ..정말 아무렇지 않아보인다..
다음날
씬26/ 여자 원룸(D/ENG)
정민, 그릇 들고 들어서는데
주방에서 설거지 하고 있는 지영
정민 이거 내가 다 씻어 왔어~ (주변 둘러보며 다가가서) ..윤아씬.. 어디 갔어?
지영 갑자기 출장 간다구 아침 일찍 나가든데?
정민 그래?
정민, 그릇 놓고 걸어오는 위로
정민 (E) 윤아씨.. 결국.. 혼자 맘 정리하러 갔구나..
씬27/ 도서관 앞(D/ENG)
부록, 도서관 앞에서 들어가기가
망설여지는 눈치다.
부록 (후회) 조용히 책이나 읽을 걸.. 괜히 나서갖구..
부록, 천천히 걸어나가며 프레임 아웃 됐다가
잠시후 다시 프레임 인 되며 도서관으로
들어가는 모습.
씬28/ 도서관(D/ENG)
부록, 고개만 빼꼼히 내밀고 어제 그 사서가
있는지 살피고 없는 듯 하자 살짝 들어가는데
사서 (OFF) 오셨어요?
부록, 뒤에 서서 웃어보이는 사서.
부록 (민망한 웃음) 아..네..
부록 서둘러 서가쪽으로 가려는데
사서 좋으시겠어요~
부록, 뭔소린가 돌아보는데
사서, 서랍에서 종이 뭉치들을 꺼내놓는다.
사서 오늘 아침에 ‘칭찬합니다’함을 열었더니 들어있더라구요..
부록, 무슨 말인지 몰라 가만히 서있자
사서 다 아저씨 앞으로 온 거예요..보세요~
사서 하나 펴서 보여주는데
INS//(애 글씨) 저한테 책을 골라주신
아저씨를 칭찬하고 싶어요. 근데 이름을
모르겠어요..어쩌죠?
부록, 피식 웃고는 다른 종이를 펴보는데
INS//(애 글씨) 그 ‘허준’에 나왔던 ‘홍춘이~’
아저씨..너무 좋아요~
INS//(중년 여성인듯한) 순박한 순돌이 아저씨
같으신 분, 못 보던 분인데 너무 친절하시더
군요..그런 분들이 더 많아졌음 좋겠네요..
INS//(예쁜 여자글씨)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서관을 가꾸시는 중년의 남자 직원분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부록, 종이를 여러개 펴보며 웃음짓고.
사서 (웃으며) 맞죠? 아저씨 얘기..
부록, 민망해서 미소만 짓고.
사서 그래서 말인데요.. 괜찮으시면 저희 도서관 명예 사서를 맡아주시는게 어떻겠냐구 관장님이 말씀하시던데..
부록 (기쁘고 벅차다) 네..그러죠..
씬29/ 대문 앞(D)
할머니들 좌판 앞에서 쭈그려앉아
짜장면 시켜먹고 있다.
셋다 입에 한가득 짜장 묻히고(둘리의
마이콜 입술처럼..-_-;)
혜옥 언니, 우리 이러다가 금방 부자되겠다~
영숙 (씩 웃으며) 그러게..미자 상견례할 밥값은 빠지겠구먼..
영옥 (신난) 야, 너 모아둔 거 창고에 더 있지? 그것두 얼른 꺼내다가 팔자.
영숙 창고에 몇 개 없어.. 접때 내다버려서..
영옥 야! 그런 걸 왜 버려!! 곰탱아~
영숙 언니가 버리라구 난리쳤잖수..
혜옥 맞어! 쓰레빠 들고 생난리를 쳤으면서..
영옥 (민망) 짜장면 이거 오랜만에 먹으니까 맛나네..
할머니 셋, 짜장 묻은 얼굴로 마주보며
‘흐흐’ 웃는다.
씬30/ 정민 사무실 + 공사장 (D/ENG)
정민, 한참 일하다가 볼펜 끝 깨물며
생각하다가 전화건다.
정민 어, 윤아씨. 난데..뭐해?
윤아 (F) 뭐하긴 일하지..
정민 어디야? 회사?
윤아 (F) 아니. 출장 있어서 춘천 내려왔어.
정민 (정말일까?) 춘천에 무슨 일?
윤아 어, 춘천시청 옆쪽에 새로 갤러리를 짓게 됐거든.. 거기 와 있어.
정민 (고민하다가) ..내가 갈까?
윤아 (F) 오긴 뭘 와? ..와봤자 바빠서 얼굴도 못 봐~
정민 그래도.. 내가 가면..
윤아 (F) 어, 저기 정민씨. 나 바빠서 끊어야 돼~ 나중에 전화할께~(딸깍)
정민 (끊긴 전화 바라보다 놓으며) 일은..무슨..
/ 춘천외경
/ 공사장.
정민 차 길가에 서고, 정민 차에서
내리며 어이없는 듯
정민 (이마 짚으며) 아..진짜 와버렸네..참..
정민, 차에 기대서 공사장 이곳저곳을
본다. 그때 보이는 작업복과 안전모
차림의 윤아 모습.
정민 (조금 놀란) 어..윤아씨..
윤아, 도면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사람들에게 작업 지시하는 모습.
무전기로 뭔가 지시해가며 바쁘게
일하는 윤아 모습이 빛난다.
정민 (깨달은 듯 E) 많이 힘들꺼라는 거.. 내 착각이었구나.. 그래 내가 알던 오윤아는 일도, 사랑도 뒤돌아보는 법이 없는 프로였지..
아련히 바라보다 다시 차에 올라다며
정민 차~ 니가 뭐라구 윤아씨가 너땜에 힘들어 하겠냐? 헛다리 제대로 짚었다.. 이 자식아.. (헛웃음)
정민, 안전벨트 매고 출발하려다
정민 (백 미러로 일하는 윤아를 보고) 멋지다.. 오윤아.
정민. 윤아모습 바라보고 있는데서 F.O.
씬31/ 마당 (D) - 에필로그
F.I. 박스안에 든 고물들을
혜옥, 입김 호호 불어가며 닦고있고
책상에 앉아 한 남자와 얘기중인 영옥.
영옥 (절레절레) 음..아래쪽에 거북이 문양이 있는 호롱불이라..
남자 (울상) 저희 방송국에도 없어서 찾다찾다 수소문해서 여기까지 온 거거든요..좀 도와주세요..네?
그때 창고에서 고물 몇 개 들고나오던 영숙.
영옥 뭔데요?
영옥 (볼펜으로 장부 가리키며) 되겠냐?
남자 (애걸복걸) 제발 꼭 좀 부탁드릴께요..이거 없음 촬영 펑크납니다.
영숙 (잘난 척) 뭐.. 힘들긴 하겠지만..한 삼일뒤에 다시와봐.. 구해볼게..
남자 (굽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할머님만 믿을께요~
할머니 셋, 씩 웃는데서 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