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벌써 52회째. 그 시간의 흐름만큼이나 생생한 한국 주니어 테니스의 역사를 입증해온 장호 홍종문배 전국주니어대회가 2008년의 화려한 피날레를 준비하고 있다.
5일 장충테니스코트에서 장호배 4강전이 치러진 현재 조숭재(마포고)와 임용규(안동고), 한나래(석정여고)와 유진(전곡고)의 결승만이 남은 상태다.
먼저 결승행을 확정지은 선수는 임용규였다. 안동중 3학년이던 재작년과 안동고 신입생이던 작년까지 어린 나이지만 국내 최고의 실력으로 대회 2연패를 거머쥐었던 임용규는 올해까지 역사적인 3연패에 도전한다는 각오다.
국내 주니어랭킹 1위 강호민(울산공고)과 오늘 준결승에서 만난 임용규는 6-1 6-1의 가뿐한 승리를 거두고 챔피언 결정전에 도달했다. 전국학생선수권대회와 전국체전 우승 그리고 지난주 골드슬램컵 결승에 올랐던 강호민은 전날 김유섭(대전만년고)에게 3시간이 넘는 접전을 이뤄낸 바 있어 피로누적으로 컨디션 난조를 겪었다.
경기 후에는 강호민과 떡볶이를 먹으며 우정을 다진 임용규는 "숭재형과 겨뤄본 지 1년이 넘었다. 서로 많은 경험을 한 터라 어떤 경기가 될지 기대된다. 열심히 뛰어서 목표를 이루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조숭재는 동갑내기의 전재빈(안동고)과 맞붙어 6-3 6-0으로 이기고 임용규와 한판대결을 준비한다. 조숭재와 임용규는 작년 삼성증권배챌린저 예선 1회전에서 만나 조숭재가 이긴 이후 처음 맞붙는다.
그 사이 주니어 그랜드슬램을 비롯 퓨처스대회 경험치를 많이 늘린 두 선수가 어떤 결승전을 이끌어낼지 관심이 뜨겁다.
한편 지난주 골드슬램컵에서 영광의 타이틀을 거머쥔 홍현휘(경화e여고)는 한나래에게 6-7(3) 7-5 2-6으로 패해 4강에 만족해야 했다.
경기 초반의 흐름을 이끈 홍현휘는 허벅지에 경련이 느껴져 제대로 뛸 수가 없었지만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파워 스트로크로 확실한 포인트를 획득해나갔다. 그 결과 첫세트를 힘겹게 내준 후에 2세트를 거두며 스스로를 격려했다.
허나 3세트 들어 범실은 늘어만 갔고 주저앉고 싶은 고단함도 무거워졌다. 이효영 코치 역시 "좀만 힘내"라고 소리치면서도 안타까움이 커져갔다.
이효영 코치는 "현휘가 3주째 강행군을 이어오다 보니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아까 3세트 가기 전에는 화장실에 가서 '다리가 도저히 안움직인다'며 아쉬워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모습이 대견스럽다"고 기특해했다.
파워는 떨어지지만 전술에 능한 한나래는 올해 17살로 주목해야할 주니어선수다. "어릴 때부터 힘이 약해서 양손 포핸드를 쳤다"는 한나래는 지난 인천국제여자챌린저 예선에서도 나이답지 않은 똑똑한 전술을 펼치며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중학교 때 이후 두번째 장호배 출전이라는 딸의 경기를 지켜보는 어머니 김은경 씨는 딸의 준결승전을 보며 가슴이 두근거려 혼쭐이 났다고 전했다.
"나래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가족들이 코트에 나오면 더 편하다고 한다. 오늘은 교장선생님까지 응원오셔서 나래가 더 힘이 난 것 같다. 결승까지 간 것만도 감사하고 끝까지 잘 마무리해서 더 성장하고 배우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조근히 말하는 엄마에 이어 딸도 "이겨서 좋아요"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이에 맞서는 17살 동갑내기 유진 역시 주목받는 유망주. 유진은 4강에서 김윤희(조치원여고)를 6-2 6-2로 꺾고 장호배 52번째 주인공에 도전한다.
안예준 전곡고 코치는 유진을 일컬어 "성적은 안났지만 중학교 때부터 실력을 인정받은 선수다. 혼자서도 훈련을 빼먹지 않고 승부근성이 있는 성실파"라고 말했는데 경기를 지켜보면 그 말을 실감할 수 있다.
1학년인 올해 전국학생선수권대회를 제패하면서 스카우터들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만들었고 이번 장호배 결승에도 올라 주목해야 할 주니어 스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렇듯 화려한 경쟁자들이 2008년 장호배를 장식할 예정이다. 결승전은 6일 장충코트에서 열리며 여자 결승이 오전 10시에 먼저 시작된다. 비가 내리면 올림픽공원 실내코트로 옮겨 12시에 치러질 예정이다.
한국 기대주들 체력비상!올해는 골드슬램컵이라는 국제주니어대회가 더 늘어나면서 연이은 스케줄로 인한 선수들의 체력저하가 화두에 올랐다.
지난 10월 둘째주 전국체전부터 곧바로 양구국제주니어와 골드슬램컵에 이어 이번 장호배가 끝나고 나면 7일부터 한국선수권대회가 김천에서 개막한다.
이렇게 5주 연속 쉼없이 달리다 보니 대회장에 들어선 선수들의 메디컬타임 요청은 부지기수이고 코치들에게 "더는 못 뛰겠어요"하며 울먹이는 모습들도 더러 목격되고 있다.
지금은 많이 바뀌는 추세이긴 하나 아직도 수 틀리면 공을 띄우면서 소극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들이 많고, 앞 대회에서 상위 입상을 한 선수들도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인지 크고 작은 부상을 입은 경우도 속출한다.
오늘 장호배만 봐도 4강서 패한 강호민은 오른쪽 팔뚝에 붕대를 칭칭 둘러감고 나왔고 경기 중에도 계속 손마사지를 하며 불편한 기색을 비쳤다. 전재빈이 속수무책으로 진 것 역시 발목 부상 때문으로 걸을 때도 절뚝거렸다.
우리 주니어선수들이 몸과 마음을 더욱 키워 세계 무대에 내놓아도 꿋꿋이 뛸 수 있는 진정한 선수로 거듭나길 바라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크다.
결승에 오른 임용규와 조숭재는 국제대회에 출전하면서 커다란 외국선수들과 많이 상대했었고 힘든 투어생활도 경험했기에 몸과 마음을 키울 수 있었다. 두 선수 모두 "컨디션 좋다"라는 자신감을 내비쳤을 정도.
이런 여러 경험을 통해서 우리의 주니어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한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경기결과
남자
임용규(안동고) 61 61 강호민(울산공고)
조숭재(마포고) 63 60 전재빈(안동고)
여자
한나래(석정여고) 76<3> 57 62 홍현휘(경화e여고)
유진(전곡고) 62 62 김윤희(조치원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