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각무’가 있으면 ‘처녀무’도 있는가.
총각무
總角-
총각무’는 총각들이 먹는 무인가? 총각무로 담근 ‘총각김치’나 ‘총각깍두기’를 먹으면서 종종 이러한 의문을 가져보기도 한다. 아울러 ‘총각무’가 있으면 ‘처녀무’도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도 해 본다. 그러나 ‘총각무’는 총각들이 먹는 무가 아니다. 그러므로 ‘총각무’에 대한 ‘처녀무’란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각무’가 결혼하지 않은 성인 남자를 뜻하는 ‘총각’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떨쳐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것은 총각무의 외양이 총각의 생식기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실제 ‘총각무’는 숫총각의 생식기처럼 약간 작은 듯 뭉툭하게 생겼다. 그러면서 여물지 않은 음경처럼 색이 하얗다. 그래서 ‘총각무’를 보고 젊은 남자의 성기를 연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더 나아가 ‘총각무’의 ‘총각’이 결혼하지 않은 성인 남자를 뜻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여자들은 ‘총각무’로 담근 ‘총각김치’를 먹는 것을 꺼린다고 한다. 민망스러워서 어찌 먹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민망해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총각무’의 ‘총각’이 ‘결혼하지 않은 성인 남자’를 가리키지 않을뿐더러 ‘총각무’가 젊은 남자의 생식기를 상징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총각’은 무엇인가? 이는 한자 ‘總角(총각)’이다. 지금은 ‘결혼하지 않은 성인 남자’를 가리키고 있으나 처음부터 그러했던 것은 아니다. 그 본래의 의미는 ‘總角(총각)’의 한자 그대로의 뜻으로 잘 드러난다. ‘總(총)’은 ‘거느리다, 묶다’라는 뜻이고, ‘角(각)’은 ‘뿔, 두발’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總角(총각)’은 한자 뜻 그대로 ‘머리를 땋아서 뿔처럼 묶음’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옛 문헌에서는 “총각은 어린아이가 두 머리를 모아 묶는 것이다”, “총각은 그 머리를 묶어 두 뿔 모양으로 하니, 어린아이의 꾸밈이다”와 같이 기술하고 있다. 이것이 ‘총각’의 본래 의미인 것이다.
‘총각무’의 ‘총각’도 ‘머리를 땋아서 뿔처럼 묶음’이라는 그 원래의 의미와 무관하지 않다. 다만 ‘머리’ 대신 ‘무청(무의 잎과 줄기)’을 땋아서 뿔처럼 묶는다는 점만이 다르다. 사람의 ‘머리’와 ‘무청’은 땋아 묶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공통된다. 이렇게 보면, ‘총각무’는 ‘(땋아 묶을 수 있는) 무청이 있는 무’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실제 ‘총각무’는 ‘무청’이 짤막하고 실하다. 이렇게 해서 ‘총각무’의 반대가 ‘처녀무’가 될 수 없고, ‘처녀무’란 있을 수도 없음을 알 수 있다.
‘총각’이라는 단어는 오랫동안 ‘머리를 땋아 묶는 일’이라는 의미로 쓰였다. 그러다가 어느 시기부터인지는 모르지만 ‘머리를 땋아서 묶고 있는 남자’라는 의미로 변하였다. 관례를 행하지 못하고 머리카락을 땋아 늘인 남자아이를 가리키게 된 것이다. ‘더벅머리 총각’이니, ‘떠꺼머리총각’이니, ‘덜머리총각’이니 할 때의 ‘총각’이 바로 그와 같은 의미로 쓰인 것이다. ‘머리를 땋아 묶는 일’이라는 의미에서 ‘머리를 땋아 묶고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로의 변화는 아주 자연스럽다. 이는 어떤 행위에서 그 행위와 관련된 사람으로의 변화인데, 이러한 변화는 다른 단어에서도 엿볼 수 있는 보편적인 것이다.
그런데 ‘총각’의 의미 변화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머리를 땋아 묶고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혼인 전의 성인 남자’라는 좀 더 구체적인 의미로 변한다. ‘머리를 땋아 묶는다’는 것이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의미 변화는 자연스럽다. 이러한 의미가 19세기 말 이후 확인된다. 이로 보면 ‘총각’이 지금과 같은 의미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전의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아주 일찍이 만들어졌을 ‘총각무’라는 단어 속의 ‘총각’이 ‘혼인 전의 성인 남자’라는 의미를 가질 수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총각무’는 ‘알타리무’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 밖에 ‘달랑무, 알무’라고도 한다. 그런데 ‘알타리무’나 ‘달랑무, 알무’는 표준어가 아니고, ‘총각무’만 표준어다.
첫댓글 👍
알고 보면 재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