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황석영. 그의 이름은 익히 알고 있었으나 수십 편의 소설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의 책을 읽은 적이 없었다. ‘한국공산주의운동사’수업을 듣지 않았다면 그의 책은 죽을 때까지 읽지 않았을 것이다. 유명한 태백산맥, 혼불, 아리랑 등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하는 작가들의 자전적 소설들도 단 한 편 본적이 없다. 그만큼 나는 기껏해야 한 세기도 지나지 않은 우리의 역사에 대해 무지했고 왜 알아야 하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동기는 과제가 주어졌기 때문이었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가 왜 우리의 역사에 그토록 소홀 했었나’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고 결과는 이 수업이 끝나도, 누가 억지로 시키지 않아도 내 손으로 찾아서 기꺼이 지난날 한국의 모습을 알아보자는 다짐으로 나타났다. 이 책의 흡입력은 앉은 자리에서 이백페이지를 다 읽게 만들었으며, 한국 공산주의운동사를 배우기 위해 읽은 교재, 시청한 영상물을 보면서 다지고 있는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법’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주었다.
지난 조국해방전쟁시기 미제침략자들은 조선에서 인류력사상 일찍이 그 류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전대미문의 대규모적인 인간 살육만행을 감행함으로써 이십세기 식인종으로서의 야수적 본성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말하는 신천대중학살사건, 신천지구 주둔 미국 사령관 해리슨 놈의 명령에 따라 감행된 사건, 1950년 40여 일 동안 군내 총인구의 1/4을 죽음으로 내몬 사건. 이 사건의 진실은 우리 익히 알고 있었던 그것이 아니라는 것이 이 책의 줄거리이다. 생면부지의 놈들이나 타지에서 온 놈이 나타나서 총칼을 들이대고 마구잡이로 빼앗았었던 것이 아니라 얼마전만해도 같이 뛰어놀고, 어렸을 적부터 같이 살고 자라온 놈들끼리 벌어진 전쟁이었다는 것이다. 양구신을 믿는 땅 좀 깨나 있는 소위 민족주의자들과 맑시즘에 입각해 토지개혁을 이루려던 공산주의자들의 이데올로기 싸움이라는 것이다. 우리 한 민족끼리의 일이었다는 것이다.
해방 후부터 삼팔선이 그어지기까지 한반도에서 일어난 민족끼리의 다툼, 60여년이 지난 지금 서로를 용서하고 다시 화합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은 아닐까?
주인공 류요한 목사가 어렸을 적에 장승에 절을 하면 마마(천연두)병을 앓지 않는다는 증조할머니얘기를 듣고 기독교임에도 불구하고 절을 한다. 그리고 나서 형에게 ‘난두 머 잘했다고는 생각 안 해요. 할수 없이 절 한건 손님이 무서워서 기랬디. 살아도 꼼보가 되니까니.’라 말한다. 기독교 신자는 그 가르침에 따라 하나님과 예수님, 그 유일신을 제외한 어느 신도 섬겨서는 안 되고 절을 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살아있는 남은 날 동안 고통 받지 않기 위해 그가 절을 한 것처럼, 분열된 우리 민족이 각각의 다른 신을 섬긴다고 해도 살아갈 남은 날 동안 더 이상 고통 받지 않기 위해 서로에게 절을 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 절로 곰보처럼 붙어있는 삼팔선 철조망을 떼어내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첫댓글 * 최아람 : 1) 아리랑등 -> 아리랑 등 2) 단 한편 본적이 없다. -> 단 한 편 본 적이 없다. 3) 하는지 조차도 알지 못했다. -> * '조차'의 용법을 [바르고 고운 우리말 우리글]에 정리하여 보세요. 4) 앉은자리에서 -> 앉은 자리에서 5) 앓지 않는 다는 -> 앓지 않는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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