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 사람의 영어 표현이 화제라고 합니다.
하나는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씨의 재혼 상대였던 전청조씨의 “I am 신뢰에요.” 다른 하나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향해 한 “미스터 린튼(Mr. Linton)”입니다.
한쪽은 사기 혐의로 구속된 사람의 엉터리 영어이고, 다른 쪽은 아이비리그 출신 정치인의 문법을 갖춘 영어라는데 공통점이 있다고 합니다.
첫째, 쓸 필요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굳이 썼다는 점, 둘째, 그로 인해 비웃음이나 비난 등 역효과를 일으켰다는 점, 셋째, 둘 다 ‘구분 짓기’를 위해 사용된 영어라는 점이라고 합니다.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 4일 그의 부산 토크쇼에 찾아간 인요한 혁신위원장과의 면담을 영어로 거절한 것은 인종적 ‘구분 짓기’로 여겨져서 더 큰 논란이 되고 있나 봅니다. 이 전 대표는 “You became one of us but you don’t look like one of us as of now(당신은 우리의 일원이 됐지만, 아직은 우리 일원 같이 보이지 않습니다)” 등 영어로 여러 말을 했다고 합니다.
연세대 의대 교수인 인 위원장은 3대에 걸쳐 한국에 살고 있고 한국에서 태어난 한마디로 한국인인데, 그런 그에게 굳이 영어를 쓴 것은 “‘너는 우리 국가의 일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라는 ‘헤이트 스피치’(혐오발언)”이며 (금태섭 전 의원 신당의 곽대중 대변인), “노골적으로 상대를 외국인 취급하는 배타적 행위”(정의당 이재랑 대변인)라는 비난이 쏟아졌다고 합니다.
이 전 대표가 이후 ‘실수했다’고 사과했으면 논란은 가라앉았을 것인데 그는 인종차별 비난에 “어이가 없는 상황”이라며 인 위원장의 “언어 능숙치”를 고려해 “뉘앙스”를 전달하기 위해 영어로 말했으며 “정중하게” 했다고 주장해서 비난을 자초하고 있는가 봅니다.
이 전 대표가 재능이 있고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인데 이런 겸손하지 못한 태도는 김어준이 같은 생각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앞날에 큰 마이너스가 될 것 같습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인요한 혁신위원장에게 했다는 영어 발언이 소비되는 방식을 보며 지난해 영국 왕실에서의 일을 떠올렸다.
엘리자베스 2세의 최고 참모이자 윌리엄 왕세자의 대모이기도 한 80대 수전 허시(SH)가 버킹엄궁을 찾은 시민단체 대표 응고지 풀라니에게 거듭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서 벌어진 파문이다. “영국”이라고 답했는데도 계속 질문했다. 대충 이런 대화가 오갔다고 한다.
“국적(또는 민족)이 뭐지?” “여기서 태어난 영국인인데.”
“아니, 진짜 어디서 왔지? 너희들(your people)은 어디서 왔는데?” “너희들? 무슨 얘기지?”
풀라니의 부모가 1950년대 영국으로 이주했다고 하니 SH는 “카리브 사람이구나”라고 했다. 풀라니는 바로 “난 아프리카계 카리브 혈통의 영국인”이라고 반박했다. 그러곤 다음날 트위터(X)에 “이후 행사 기억이 흐릿하다”고 썼다. 충격을 받았던 게다.
2년 전엔 해리 왕자의 부인 메건 마클이 오프라 윈프리에게 이런 말을 했다. “임신 중 왕실 인사가 아들의 피부색이 얼마나 어두울지 걱정하는 소리를 들었다.” 알다시피 마클은 흑백 혼혈이다.
‘너 진짜 어디서 왔니’나 ‘아들의 피부색’ 어디에도 튀는 단어는 없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영국 왕실이 인종주의자(racist)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저류에 깔려 있음직한 의식 때문이다. ‘영국은 백인들의 나라’ 말이다. 백인 아닌 사람들은 ‘타자(他者)’일 뿐이니 차별 또는 배제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 아니냐는 불신이다.
이준석 전 대표가 4일 부산 토크콘서트에서 내내 한국어로 얘기하다가 인요한 위원장 대목에선 ‘인요한’이란 버젓한 이름 대신, “Mr. Linton(미스터 린튼)”이라고 호명하며 영어로 얘기했다. 인 위원장의 혁신 접근법이 잘못됐다는 취지의 말과 함께 ‘우리(one of us)’일 수 없다고 단언했다.
전형적인 타자화다. “한국계 미국인 2세에게 미국 유력 정치인이 공개석상에서 한국어로, 그것도 비아냥대면서 했다면 그 사람은 인종차별로 그날로 퇴출될 것”이란 나종호 예일대 교수의 비판이 널리 회자됐는데 그럴 만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 전 대표가 “언어 능숙치를 생각해서 이야기했는데 그게 인종차별적 편견이라고 얘기하는 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했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인요한의 한국어’ ‘이준석의 영어’ 능숙치를 감안하면 이 전 대표가 한국어를 쓰는 게 더 나았을 것이다.
이 전 대표가 있어 보이게 말했지만 본질은 명백하다. 인요한의 혁신을 비난하기 위해 인 위원장이 미국계임을 동원한 것이다. 이런 걸 두고 인종주의라고 한다. 이태원 참사 행사장에서 누군가 “한국놈도 아니면서 여기가 어디라고 와”라고 외쳤다던데, 그것의 ‘고급 버전’일 뿐이다.
우려스러운 건 또 있다. 이 전 대표의 행태가 주로 인성을 드러내는 케이스로 소비된다는 점이다. 심지어 일각에선 “영어를 잘하는 사람에게 영어로 말한 게 뭐가 문제냐” “백인인데 무슨 인종차별이냐”라고 두둔한다.
정치학자 박상훈은 『혐오하는 민주주의』에서 “정치 양극화의 심화와 팬덤정치 현상의 본격적인 등장 과정에서 ‘야심가형’ 인물들이 대중의 의지와 열정을 자신에게 최대 동원하려는 욕구를 숨기지 않았는데, 이때 등장한 두 특별한 인물형이 이재명과 이준석”이라며 “이준석은 한국 정치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을 넘어 이를 혐오와 적대의 위험한 도구로 활용하는 대표적 인물의 하나”라고 했다. 그렇다. 잠시 잊고 있었다.
참고로 엘리자베스 2세는 마클의 주장에 이렇게 말했다. “제기된 문제, 특히 인종 문제는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일부 기억은 다를 수 있지만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가족끼리 비공개로 다룰 것이다.” 잘못한 건 잘못한 건데, 우린 도통 인정하질 않는다.>중앙일보. 고정애 Chief에디터
출처 : 중앙일보. 오피니언 고정애의 시시각각, 잠시 잊고 있었던 이준석의 언어
저는 영어를 잘 모르고 또 이런 말에 무슨 뜻이 함축되어 있는지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한국사람이 영어를 잘 한다고 해서 굳이 영어로 말할 시점이 아닌데도 영어로 말하는 것에 대해서는 솔직히 거부감이 있습니다.
“재승박덕(才勝薄德)”은 널리 쓰이는 말이지만 “천재불용(天才不用)”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말 같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천재가 넘치는 것 같지만 대부분 덕이 부족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재명이 현란한 말 재주로 지금 날리고 있지만 그는 덕이 부족해서 결국은 초라한 파국을 가져올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일인데 이준석도 자기가 ‘천재’라고 생각하는지는 모르지만 왜 ‘불용이 될 것이지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2회 영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