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절 순다의 공양
1 밤이 새어 부처님은 여러 비구들을 데리고 순다의 집에 가서 그의 공양을 받으셨다. 순다는 자기 손으로 부처님과 비구들에게 공양을 올리고 특별히 전단 나무의 버섯 요리로 장만하여 부처님께 올렸다. 그런데 한 비구가 그 공양을 받던 그릇으로 물을 마시고 주의가 부족하였든지 그릇을 깨뜨렸다. 공양은 끝났다. 순다는 작은 책상 하나를 가져다 부처님 앞에 놓고 아뢰었다.
"부처님이시여, 세상에는 어떠어떠한 사문이 있습니까?"
"도를 잘 행하여 근심과 두려움의 바다를 건너고 높이 人天의 도를 뛰어넘어서 열반에 이르는 자는 그 첫째요, 제일의 뜻을 잘 설하여 더럽힘이 없고, 자비가 있어 모든 의심을 밝게 결단하는 자는 그 둘째요, 멀리 무구지를 바라서 다른 것을 돌아보지 않고, 힘써서 게으르지 않으며, 법을 받아서 스스로 수행하는 자는 그 셋째요, 밖으로는 깨끗하되 안으로는 탁하여 성실한 곳이 없고, 더러운 곳을 향하는 것은 그 넷째다.
순다여, 한 사람의 허물을 들어서 여러 사람을 책해서는 안 된다. 세상에는 선과 악이 있고 깨끗함과 더러움이 섞여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한 가지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형상만 취해서 급히 서로 친하여서는 안 된다. 형상만이 좋은 것은 좋은 것이 아니요, 마음이 깨끗하고 맑은 자라야 좋은 것이다."
"일찍이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시기를, 가지고 있는 것을 모든 사람에게 보시하는 것은 찬탄할 일이라고 하셨으니, 이 말씀의 뜻은 어떠한 것입니까?"
"다만 하나만은 제해야 한다."
"그 하나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파계하는 사람이 그것이다. 파계라는 것은 선근을 끊는 것이기 때문이다."
"선근을 끊는 사람이라는 것은 어떠한 것입니까?"
"추악한 말로 정법을 비방하고 길이 그것을 그치지 않으며 또 부끄러워하지도 않으면, 그것이 선근을 끊는 사람이다. 만일 사중금계를 범하고 오역죄를 짓고도 마음에 두려움과 부끄러움이 없고, 또 감히 이것을 숨기며 길이 정법을 두호할 마음이 없고, 도리어 이것을 가볍고 천하게 여기며, 또 나무라고 헐뜯어 말에 허물이 많은 것이 선근을 끊는 사람이다. 또 만일 부처도 법도 승도 없다고 말하는 자가 있으면, 이것도 선근을 끊는 곳으로 향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을 제하고 그 이외의 사람에게 보시하는 자는 다 칭송할 만한 사람이다."
"이렇게 파계한 사람도 오히려 제도할 수가 있겠습니까?"
"인연만 갖추면 제도할 수 있다. 만일 회개하고 참회하며, 두려워하고 근신하여 정법으로 돌아오고, 스스로 꾸짖기를 '나는 무슨 까닭으로 이러한 중죄를 범하였는가? 정법을 지키는 이외에는 나를 구해줄 자는 없다. 정법을 세워서 꼭 이것을 지키지 아니하면 안 되겠다' 고 스스로 책망하면, 오역이라고 이름 지을 수가 없는 것이다. 만일 이러한 사람이 보시하면 그 복은 한이 없는 것이다.
순다야, 한 여자가 있는데, 몸이 무거워지더니 해산기가 가까워졌다. 마침 나라에 전쟁이 일어나서, 그 여자는 다른 나라로 도망을 가 천신을 모신 어떤 사당에 들어가서 아들을 순산했다. 그런데, 얼마 안 되어 고국에 전쟁이 가라앉았다는 소문을 듣고, 그는 그 어린애를 데리고 돌아오게 되었다. 마침 도중에 냇물이 넘쳐서 어린 것을 업고 건널 수가 없었다. 그 여자는 여기서 생각하기를 차라리 어린애와 같이 죽자고 결심하고 함께 물에 빠져 죽었다. 그것은 자식을 내버리고 혼자만 건너가 살 수 없었기 때문에, 같이 빠져 죽은 것이다. 이 여자의 성품은 악했으나, 자식을 사랑함으로 말미암아 죽었기 때문에 천상에 가서 날 수 있었다. 순다야, 법을 두호하는 마음도 또한 그러한 것이니, 그 전에 착하지 못한 업이 있었다고 할지라도, 그는 정법을 애호함에 의하여 세간의 무상한 복밭이 되는 것이다.
순다야, 도를 받드는 사람은 다른 것을 부러워하여서는 아니 된다. 또 다른 사람의 말에 미혹하여서도 아니 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야 일을 잘하거나 못하거나, 놀고 있거나 쉬고 있거나 간섭해서는 아니 된다. 다만 자기가 잘하고 못하는 선악이나 가릴 뿐이다. 이렇게 하면 도를 얻기가 빨라질 것이다. 그러므로 너는 네 자심을 닦아서 결코 방일하지 말아야 한다."
순다는 듣고 몹시 기뻐했다.
2 부처님은 순다의 집을 나와 여러 비구들에게 호위 받아 구시나가라로 향하셨다. 순다와 그의 집안사람들도 다같이 그 뒤를 따랐다. 가시는 도중에 다시 병환이 났다. 그래서 길가의 나무 밑에 고요히 앉아 쉬면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잔등이 몹시 아파온다. 여기에 자리를 깔아다오."
아난은 자리를 깔았다. 부처님은 그 위에 앉으시고,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목이 말랐다. 개천에 가서 맑은 물을 길어다 다오."
"부처님이시여, 아까 상인들이 오백 수레를 끌고 개천 상류를 지나갔습니다. 그래서 물이 흐립니다. 설사 길어 오더라도 잡숫기 어려울 것입니다. 부처님이시여,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카쿳타 하가 있습니다. 거기에는 맑고 차가운 물이 있습니다. 거기 가셔서 목마른 것을 푸시고, 발까지 씻으시는 것이 줗을 줄로 생각합니다."
하고, 아난은 물 길어 오기를 주저하였다. 그러나 부처님은 듣지 않으시고 세 번이나 되풀이해 청하셨다. 아난은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부처님의 바리를 가지고 냇가 언덕에 나가서 보았더니, 뜻밖에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아난은 놀라고 두려워하며 감탄하였다. '부처님의 신력은 어찌하여 이렇게도 장하신가!' 하고 혼잣말로 중얼거리고 물을 길어와 부처님께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