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3628]白居易(백거이)-邯鄲冬至夜思家(한단동지야사가)
邯鄲冬至夜思家[한단동지야사가]-白居易[백거이]
한단에서 동짓날 밤에 집을 생각하며.
邯鄲驛裏逢冬至[한단역리봉동지]
: 한단의 역참 안에서 동짓날을 맞이하여
抱膝燈前影伴身[포슬등전영반신]
: 등불 앞에 무릎 안고 몸은 그림자 짝하네.
想得家中夜深坐[상득가중야심좌]
: 생각해보니 집 안에선 밤 깊도록 앉아서
還應說著遠行人[환응설저원행인]
: 응당 멀리 간 사람 생각하며 또 말하리라.
夜思家(야사가)=밤에 집을 그리면서
白居易(백거이)= 자는 낙천(樂天)이며,
호는 향산거사(香山居士) 또는 취음선생(醉吟先生).
邯鄲 한단= 邯=땅이름한鄲=조나라서울단.
BC 386~228년에 조(趙)나라의 도읍지가 되면서 한단은
교역 중심지였으며 사치와 우아함으로 이름이 높았다.
BC 228년 진(秦 : BC 221~206)의 공격을 받아 한단은 함락되었으며,
한대(漢代 : BC 206~AD 220)에는 조(趙)나라의 도읍으로, 당대(唐代 : 618~907) 이후로는 명주에 속한 현(縣)이 되었다.
驛裏역리=驛=역참 역.약자(略字)駅.裏=속 리.동자(同字)裡
逢봉= 만날 봉.
冬至동지= 일 년 중 낮이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길다는 날.
이십사절기(二十四節氣)의 하나로 대설(大雪)과 소한(小寒) 사이에 있다.
춘분점을 기준으로 하여 태양이 황도(黃道)의 270도(度)에 이르는 때로
양력 12월 22일경이다.
抱膝 포슬=무릎을 감싸 안는다
燈前 등전=등불 앞이나 가까운 곳
影=그림자 영. 伴=짝 반. 伴身반신=자신을 짝으로
想得 상득= 생각에 잠겨.家中 가중=집 안.
夜深 야심= 깊은 밤.坐= 앉을 좌.
還應환응=도리어 응당.說著설저= 생각하며 또 말하리라.
遠行 원행= 멀리 간 .
시인은 타향인 한단에서 동짓날을 맞이합니다.
그 당시 동짓날이 되면 조정도 하루를 쉬었고,
사람들은 가족끼리 모여앉아 음식을 함께 먹으며
눈썹이 셀까봐 긴 긴 밤을 보냈겠지요.
驛舍[역사] 방에는 말 상대는 없고 내 그림자 뿐이요
아마 고향집 식구들은 내 이야기를 하면서
밤 깊어가는 줄 모르겠지요.
고향 집 광경을 상상하면서
외로움과 고향을 그리는 심정을 묘사한 걸작입니다.
邯鄲驛裏逢冬至, 한단역리봉동지,
抱膝燈前影伴身, 포슬등전영반신,
想得家中夜深坐, 상득가중야심좌,
還應說著遠行人. 환응설저원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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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단역에서 동지를 맞아
여관,방 등불 앞에 무릅 괴고 앉으니 짝이라곤 그림자 뿐
이 밤 고향집에서는 가족들 모여 앉아
먼 곳에 있는 사람 이야기를 하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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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백거이(白居易)가 객지인 한단역에서 동지를 맞아
여관 방 등불 앞에 홀로 앉아 고향의 가족들을 생각하며 읊은 시이다.
동지가 되면 일년 중 밤이 제일 길다.
객지에서 향수에 젖어 몸을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나그네에게
긴 긴 밤은 견디기가 더욱 어렵다.
시인은 이 시에서 현재의 자기 모습과 상상 중의 고향의
가족들 모습을 대비시켜향수의 농도를 선명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이 시는 시적 화자가 고향을 그리워하면서도 자신의 관점을
직설적으로 드러내지 않은 채 식구들의 관점에서 고향을 생각하는
독특한 표현 기법을 활용하였다.
한단邯鄲은 전국시대 조趙나라의 수도였다.
지금의 하북성 한단시로 당나라 때에는 매우 번성한 도시였다.
이 때, 백거이는 가족을 떠나 객지에 나와 있었다.
동짓날 기나긴 밤은 타향을 떠돌며 향수에 젖어 있는 나그네에게는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시간이다.
식구들은 지금쯤 한 방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인은 객사에서 홀로 자신의 그림자와 짝하며
함께 이야기를 나눌 식구들이 없는 외로움과 서러움을 달래고 있다.
詩歌한시365일
365일 한시-백거이白居易
한단에서 동짓날 밤에 집을 생각하며 邯鄲冬至夜思家
2019년 12월 20
슬이헌
한단에서 동짓날 밤에 집을 생각하며
邯鄲冬至夜思家/
당唐 백거이白居易
邯鄲驛裏逢冬至 한단의 역사에서 동지 가절을 만나니
抱膝燈前影伴身 웅크려 앉은 등불 앞 그림자가 벗하네
想得家中夜深坐 생각느니 집안에선 깊은 밤 둘러 앉아
還應說著遠行人 멀리 객지에 있는 나를 말하고 있겠지
804년 백거이(白居易, 772~846)가 33세로 한단(邯鄲)을 여행할 때 지은 시이다.
당시 백거이는 교서랑(校書郞)으로 재직하고 있었는데 낙양(洛陽)과 서주(徐州) 일대를 여행하다가 하북(河北)에 있는 한단에 온 것이다. 동지는 양의 기운이 처음 생겨나서 드디어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기점이라 많은 의미가 있다. 이 때문에 봄의 기점인 입춘과 함께 옛날부터 명절 분위가가 나는 날이었다. 가족들이 한 곳에 모여 새 옷도 입고 음식도 만들어 먹는 날이라 객지에 있는 사람들은 자연히 집을 그리워하는 날이다. 백거이의 이 시는 바로 이런 당시의 문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시에서 표현한 것 이상의 많은 여운을 남긴다.
시의 후반 내용은 왕유의 “지금 형제들이 높은 산에 올라가서, 나만 빠진 채 다 수유 가지 꽂았겠지 [遙知兄弟登高處, 遍插茱萸少一人]”라고 하는 시와 같은 발상으로 자신이 가족을 그리워한 나머지 가족들이 자신을 그리워하는 것까지 표현하여 더욱 그 감정이 아련해진다. 단순히 표현의 기교라기보다는 사람이 누구를 그리워하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니 이는 백거이의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깊은 측면에서 보아야 하지 단순히 표현 수법을 논할 것이 아니다.
그런데 범중엄(范仲淹)은 백거이의 이 구절이 왕건(王建)의 <길을 가며 달을 보다(行見月)> 시에 “집안사람들 달 보며 내가 돌아오길 바랄 테니, 바로 길 가는 중에 집을 생각하는 때이네[家人見月望我歸, 正是道上思家時]”라고 한 시만은 못하다고 평가하기도 하였다. 백거이의 시는 어느 한쪽을 묘사하였지만 왕건의 시는 쌍방향으로 묘사하여 더욱 절실함이 드러난 것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내용으로 보면 후반이 이 시의 중심이지만 묘사로는 2번째 구가 돋보인다. 포슬등전영반신(抱膝燈前影伴身), 등불 앞에서 쪼그려 앉아 몸을 웅크리고 있으니 등불에 비친 이러한 몸 그림자가 방안에 생겨난다. 이 그림자만이 자신을 짝하고 있다고 말한다. 외로운 가운데 생각을 골똘히 하면서 어떤 감정에 휩싸여 있는 상황을 잘 드러내고 있다.
한 해가 저무는 시기가 왔다. 해와 달의 변화로만 보면 동지가 가장 한 해를 시작하는 기점으로 합리적이다. 내년을 새로 계획해 보기에 좋은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