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폭염가운데 내린 비로 어르신과 산행은 하지 못하였지만
아침 6시쯤 집에서 가장 큰 우산을 들고 비 오는 날의 산책을 즐겼습니다.
먼저 구천공원의 저류시설에 있는 관찰 데크로 가서
비에 젗은 꽃잎과 야생의 들풀을 살폈습니다.
무엇보다도 저류시설이라 운동장 주변에 항상 물이 고여있는 곳에
수 많은 수생식물과 부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갈대처럼 키를 넘는 부들은
저류시설의 수생식물로 위풍당당하였습니다.
부들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는 노란 달맞이꽃은
꽃이 피고지고를 반복하면서 참깨와 같은 씨방을 맺었니다.
얼마전까지 빨간 야생 접시꽃은 신비스런 씨방을 남겼고
파란 나팔꽃은 제철을 맞아 흐드러지게 피었습니다.
키를 넘는 울창한 숲 사이로 보이는
방아라고도 불리는 배초향꽃이 수줍은 듯 예쁘게 군락을 이루었습니다.
또 여성질환에 좋은 익모초의 보라색 꽃이 더욱 선명하였고
저류시설의 언덕배기는 울긋불긋한 백일홍이 아름답게 피어나고
그 사이 황화 코스모스가 제철을 맞아 황색꽃을 활짝 피웠습니다.
얼마전까지 꽃양귀비를 비롯하여 수레국화와 끈끈이대나물꽃의 절경을 이루었는데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백일홍 사이로 하얀 까마중 꽃이 고개 숙여 수줍은 듯 피어나고
환삼 덩굴은 야생의 생명력이 넘쳐 울타리를 넘었습니다.
85세의 어르신은 울타리를 넘은 환삼덩굴을 지팡이로 쳐 내며
초등학생들이 다니는 길을 안전하게 하였습니다.
비 오는 날 저류시설의 구천 운동장에는
오직 한 사람이 우산을 쓰고 운동장을 걷고 있었습니다.
숲을 관찰하고 있는 제 쪽으로 다가오길레 인사를 나누고
비 오는 날의 우산쓰고 운동하는 사연을 들었습니다.
나이는 40대 초반의 아주머니였는데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의 아침 식사시간 20여분이 남아
우산 쓰고 운동장을 나왔다고 하였습니다.
20분의 시간을 쪼개어 운동에 사용하는 아주머니는
완전 헬스 트레이너 못지 않았습니다.
사연을 들어보니 매일 새벽마다 우유배달을 하고 낮에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는데
헬스장이 지겨워 이제 산행을 시작할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20분의 시간을 쪼개어 운동하는 젊은 아주머니의 모습에서
새벽 우유배달로 피곤한 몸을 쉬고 싶을 텐데도 운동으로 건강을 관리하는 감동을 받았습니다.
아주머니와 헤어지고 저류시설의 계단을 올라가는데
너무나 예쁜 꽃이 피어있어 무슨 꽃인지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나도송이의 꽃처럼 생겼는데
나도송이보다 꽃이 작은 것으로 보아 꽃며느리밥풀꽃이란 생각이 스쳐지나갔습니다.
배초향을 비롯해서 꽃며느리밥풀꽃을 감상한 비오는 날의 산책은
비에 젖은 꽃과 야생의 들풀을 관찰하는 큰 보람이 되었습니다.
저류시설의 운동장에서 올라오니
우산을 쓰고 걷는 또 한 사람이 발견되었습니다.
지나는 길이라 가까이 가니
매일 인사하는 맨발로 잔디밭을 걷는 50대 중년의 아주머니였습니다.
인사를 하고 비 오는 날까지 잔디밭을 맨 발로 걷느냐며 물었더니
한 번 시작한 일 끝까지 가 볼 생각이라고 하였습니다.
아주머니는 이쪽 다리에서 저쪽 다리까지 잔디밭을
매일 백 번씩 왕복하는 구천 비슬공원의 명물이 되었습니다.
다리를 건너 운동 시설에는
낯 익은 어르신들이 비가 그쳤다며 아침 운동을 하였습니다.
한 분 어르신께 며칠 동안 보지 못했다고 하니
며칠 동안 아침 일찍 초곡리에 있는 밭에 가을 무우와 배추를 심었다고 하였습니다.
오늘은 비가 오지 않아 산행을 준비하였는데
팔순 어르신께서 6분이나 일찍 나왔습니다.
어르신께 비가 온 후라 보도 블럭의 인도는 미끄러우니까 산책길로 가자고 하여
집으로 돌아오는 길의 산책로를 따라 디지스트 교정까지 산행을 하였습니다.
비에 젖은 숲의 향기는 더욱 깊었고
어르신은 가다가 멈추어서곤하면서 두 팔을 벌여 아!~ 이 자연의 향이 넘 좋다며
여신 탄성하였습니다.
오늘은 목적지까지 갔는데도
아침마다 일찍 뛰어내려오는 68세의 어르신이 보이지 않아 궁금하였는데
얼마 후 어르신이 붉은 옷을 입고 뛰어내려왔습니다.
팔순 어르신은 감탄하며 우리가 6분 일찍 왔는데
저 사람도 정확한 시간에 운동하는 사람이라고 탄복하였습니다.
팔순 어르신은 새벽 운동을 하면서
항상 그 시간에 만나는 사람들을 기억하며 같은 길위를 걷는 새벽 동지로 생각하였습니다.
오늘은 정점에서 도로의 끝을 보자며 계속 걸었는데
한참 걷다보니 디지스트 건물이 눈 아래로 보였습니다.
디지스트로 가는 길의 도로는
산을 따라 빙 둘러 360도 순환도로였습니다.
어르신은 처음으로 낯설고 새로운 길을 알게 되어
너무 감사하며 앞으로 360도 순환도로를 걷는 루틴을 정하였습니다.
오늘도 돌아오는 길에 매일 만나는 저전거를 탄 아저씨가 길 비켜 주세요라고 하였는데
오늘은 그 아저씨가 우리 앞에 서서는 죄송합니다고 하면서 저는 걷지를 못해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데 두 다리로 걷는 사람을 보면 제일 부럽다고 하였습니다.
아저씨는 몇 년 전 암투병을 하였는데
이제 완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지독한 항암치료의 후유증으로
아직 걷지를 못한다며 저전거를 타며 재활중이라고 하였습니다.
오늘도 쌍계리 유가의 옛 마을 지나는데
아주머니는 빗자루를 들고 구슬 땀을 흘리며 마을 청소를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