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_그리고_음모__소설❤️❤️❤️
제 9장,
박기홍은 그런 경희에게 운전대를 맡긴다.
“길은 내가 알려줄 테니 핸들을 잡아봐라!”
경희는 조심스럽게 핸들을 잡는다.
박기홍은 옆에서 길을 안내한다.
“생각보다 아주 침착하게 잘 하는구나!
아무래도 우리 경희에게 차를 한 대 사 줘야겠다.“
“아닙니다.
나올 일도 별로 없고 나오게 되면 아버지하고 함께 나오는데 그때 제가 자주 핸들을 잡으면 되지 않겠어요?“
“허허허............
그래도 이제는 너도 네가 가고 싶은 곳에 마음 놓고 다니려면 차가 필요할 것이 아니냐?“
“아버지!
언제든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말씀드릴게요.
지금은 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래, 언제든지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말을 해라!
우리 경희 차 한 대쯤이야 언제든지 살 줄 수 있으니까!“
두 사람은 백화점으로 간다.
이것저것 쇼핑을 하고 저녁을 먹고 집에 들어간 시간이 꽤나 늦은 시간이다.
“경희야!
이렇게 늘 이 애비하고만 다니니 재미없지?”
“아버지!
오히려 마음이 편안하고 더 즐겁습니다.
아버지께서 제가 원하는 것을 모두 사 주시는 것도 너무 고맙고요.“
”그렇게 말을 해 주니 내 마음이 가벼워진다.
아마 성준이도 마음으로는 네게 많이 미안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거다.
이번 승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상당히 바쁜 모양이더라.“
“네!
저는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그 사람이 원하는 대로 마음 편안하게 일을 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박기홍은 경희를 보기가 늘 미안하고 안쓰럽다.
결혼을 한 새 신부인 경희는 늘 독수
공방에 혼자서 지내고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되어간다.
박기홍은 그동안 성준에게 여러 차례 전화도 하고 회사로 찾아가 성준을 만나 이야기를 해 보기도 했지만 대기업의 생리를 알지 못하는 박기홍은 아들의 말을 믿는 수밖에는 없었다.
어떻게 하든 남들보다 더 노력을 해서 승진의 기회를 잃지 않으려 하는 아들의 노력이 참으로 안쓰럽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하늘을 봐야 별을 딴다고 아이가 생기기를 바라는 박기홍의 마음은 애가 타지만 경희 혼자서는 가질 수 없는 아기인 것이라 일찍 손자를 본다는 생각을 접어둔다.
허지만 경희로서는 성준이보다는 박기홍이 더 편안하고 좋다는 생각을 한다.
성준은 이제 손님처럼 서먹해진다.
어쩌다 집에 들어오는 날이라 해도 상당히 늦은 시간에 들어와 잠만 자고 나가는 손님 같은 그런 생각이 든다.
“이번 추석에 네 손으로 제수를 마련
해서 올리면 우리 내 부모님과 성준
에미의 영혼이 참으로 좋아할 것이다.”
“아버지!
제가 할 줄을 모르는데 많이 가르쳐 주셔야 합니다.“
“그래!
아무리 잘 한다고 해도 집안마다 제사음식 마련하는 것이 다르단다.
넌 총명해서 한 번만 일러주면 잘 할 것이다.“
”열심히 배울게요.“
“경희야!
우리 속초에 한 번 다녀오지 않을래?“
”갑자기 속초는 왜요?“
”이제 얼마 있으면 추석이 되니까 속초
에 가서 생선과 차례 상에 쓸 제수를 준비하러 가자.“
“네!
언제 가요?“
”주말이면 차가 많이 밀리니까 모래 출발을 할까?
내일 사무실에 가서 대충 내 할 일을 해 놓고 나서 모래 이른 새벽에 출발을 하면 아마 그리 늦지 않게 도착을 할 수 있을게다.“
“네!”
경희는 장거리를 간다는 것에 마음이 설랜다.
결혼을 하고 아직 한 번도 친정에도 가지 않았던 경희였다.
박기홍이 몇 번을 보내주려고 했어도 경희 자신이 가지 않았다.
혼자 계신 시아버님의 수발을 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거절을 했었다.
남편의 시중을 들어주는 것보다는 시아버지의 수발을 들어드리는 것이 경희로서는 가장 큰 일이었다.
그러나 시아버지의 수발을 들어드리는 일이 경희에게는 기쁘고 즐거운 일이었다.
참으로 인자하시고 언제나 정이 넘치시
는 시아버지와의 생활이 참으로 다행스럽고 편안한 일상이다.
박기홍은 새벽 세시에 눈을 떠서 주방으로 간다.
경희가 행여 잠에서 깰까 조심하면서 밥을 한다.
미리 불려놓은 쌀을 참기름에 달달 볶다가 물을 붓고 밥을 한다.
김을 살짝 구워서 먹기 좋을 크기로 썰어 놓고 다 된밥에 통깨와 소금과 약간의 설탕과 식초를 넣어 간을 맞춘다.
마침 무김치가 먹기 좋을 정도로 익은 것이 있다.
김에 양념을 한 밥을 주먹으로 쥐어 흩어지지 않게 올려놓고 무김치를 적당히 썰어 넣은 다음 꼭 만다.
많은 재료를 넣고 하는 김밥보다 맛이 단백하고 더 좋다.
박기홍은 커피를 내려서 보온 통에 담는다.
“아버지!
지금 뭐하세요?“
”벌써 일어났니?
아직 조금 더 자도 되는데.“
“아버지는 안 주무시고 뭐하시는데요?”
경희는 이미 모든 것이 준비가 된 것을 본다.
“이것은 주먹밥이네요.”
“그래!
집에서 아침을 먹고 나서기보다는 이렇게 간단하게 준비를 해서 가지고 나가 가다가 차안에서 먹으면 맛도 좋고 아주 좋지 않겠니?“
”저를 깨우시지 그랬어요?“
”잠이 없는 늙은이가 하는 것이 더 낫지.
한참 곤하게 자는 우리 경희를 왜 깨우냐?“
“그래도 아버지가 혼자서 준비를 하시면 제가 죄송스럽지 않나요?”
“허허허..........
그럴 것 없다.
기왕 잠이 깼으니 일찍 출발하자.“
그들은 새벽부터 길 떠날 준비를 한다.
화장을 별로 하지 않는 경희는 간단히 샤워를 하고 간편한 옷을 입는다.
말이 시아버지였지 친정아버지보다 더 편안하고 따뜻한 시아버지라서 그런지 경희는 이제 별 어려움이 없다.
그들이 집에서 출발한 것은 새벽 다섯 시가 거의 다 되어가는 시간이다.
“제가 운전을 할게요.
아버지는 잠을 좀 주무세요.“
“아니다!
나는 항상 이 시간이면 잠을 깨는 버릇이 있어 잠이 오질 않는다.
새벽이니 너 보다는 내가 낫지 않겠니?“
박기홍은 경희를 옆자리에 태우고 핸들을 잡는다.
새벽공기가 유난스럽게 좋다고 생각
하면서 경희는 가벼운 기분을 느낀다.
아직 길은 막히지 않고 뻥 뚫려 있어 차는 제 속력을 낼 수가 있다.
“이 새벽에 길을 떠나는 기분이 어떠냐?”
“아버지!
정말 너무 좋아요.
생각보다 기분이 아주 상쾌하고 날아갈 것만 같아요.“
“그래!
그래서 가끔은 이렇게 새벽에 길을 떠나보는 것도 좋단다.
모든 것을 다 잊고 오늘 하루 마음껏 즐겨보렴!“
“네!”
차는 어느새 영동고속도로로 진입을 한다.
경희는 커피를 따라 박기홍에게 건넨다.
“커피를 제가 내리는 것 보다는 아버지가 내리시면 향이 더 진한 것 같고 맛도 아주 좋아요.”
“네가 아직 물 조절을 잘못해서 그런 모양이다.
물을 조절만 적당하게 해 주면 아주 맛이 좋단다.“
박기홍은 속력을 높이지 않는다.
바람도 쏘일 겸 해서 나온 것이다.
바쁜 일은 없다.
차례 상이라고 해야 거창하게 준비할 것도 아니다.
원래 박기홍의 부모는 두 분이 모두 강원도 사람이다.
그래서 평소에도 문어나 코다리 같은 생선을 매우 좋아하셨다.
박기홍은 부모님의 제상이나 차례 상에 빠짐없이 올리는 것이 바로 문어와 동태 말린 코다리는 빼 놓지 않는다.
그것을 사러 가기 위해 집을 나선 것은 아니다.
경희 무료함을 달래주고 경희를 바람
이라도 쏘여 주려고 겸사겸사 나온 길
이기에 급하게 서둘 것도 없는 길이다.
“아버지!
아침을 드실래요?“
”그럴까?
이렇게 운전을 하면서 먹는 것도 괜찮지.“
경희는 박기홍의 입에 주먹밥을 하나씩 넣어준다.
“우리 경희가 먹여주니 더 맛있는데!”
“정말요?”
“그럼!
정말 아주 맛이 좋다.“
”아버지!
정말이지 너무 맛이 있어요.
밥이 입안에서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것 같아요.
이 밥을 어떻게 하신 거예요?“
”알려주랴?“
”네!“
박기홍은 세심하게 알려준다.
휴게소마다 잠시 휴식을 취한다.
“이렇게 밖에 나와서는 입이 즐거워야 마음도 즐거워진다.”
박기홍은 매점에 들려 초콜릿과 스낵
과자 등을 사와 경희에게 준다.
“이것을 다 언제 먹어요?”
“언제 먹기는?
입이 심심하지 말라고 하나씩 먹다 보면 다 먹게 되지.”
“아버진 담배를 피우시지 않으시니까 이런 과자도 잡수시는 것 같아요.
제 친정아버진 담배를 피우시기 때문에 이런 과자 같은 것은 입에 대지도 않으시죠.“
“그래!
담배를 피우지 않아서 그런지 입이 심심
하고 궁금할 때는 이런 저런 간식거리를 먹게 되더라.
담배를 피우게 되면 내 건강도 해칠 뿐
만이 아니라 곁에 있는 사람들까지 많은 피해를 주게 되고 나 자신에게도 냄새가 나지.“
“네!
담배 피는 사람에게 역겨운 냄새가 날 때가 있어요.
가끔 친정아버지에게 그런 것을 느끼곤 할 때가 있지요.“
”아버지가 담배를 많이 피우시니?“
”아마 직장생활의 스트레스 때문에 많이 피우시는 것 같아요.
집에 오시면 저희들 때문에 피우지 않으시려고 많은 노력을 하시는데 가끔 담배 피우시는 모습을 보곤 하지요.“
“난 애초부터 담배는 입에 대지를 않았다.
내 아버지께서 담배를 피우셨는데 그때는 지금처럼 이렇게 질이 좋은 것이 아니라 종이에 돌돌 말아서 피우는 것
이었는데 냄새가 어찌나 독하고 역겨운 것이었든지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지.“
“그래도 남자들은 성인이 되기도 전에 많은 호기심을 가지고 담배를 배우곤 하는데 참으로 대단하신 결심이셨네요.”
“결심이 아니라 난 체질적으로 담배
냄새가 아주 역하고 싫더라.
지금도 누가 담배를 피우고 있으면 그 냄새가 아주 싫거든!“
“아, 체질적으로 받지 않는 사람도 있네요?
그래서 그런지 아버지께는 상큼함이 있어요.
남자들의 고리타분하고 퀘퀘한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아요.“
“허허허.............
우리 경희가 그렇게 말을 해 주니 기분
이 정말 좋다.
행여 내게 노인 냄새라도 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했단다.“
박기홍은 경희의 말에 기분이 상쾌
해진다.
차는 어느덧 대관령을 넘어서고 있다.
“이제 조금만 가면 강릉이다.
강릉에서 바다를 잠시 보고 갈까?“
“네!
말로만 듣던 동해바다를 빨리 보고 싶어요.“
”동해바다를 아직 본 적이 없니?“
“동해바다에 올 기회가 없었어요.
늘 부산의 해운대와 태종대가 바다의 전부라고 생각하면서 살아왔었거든요.“
“그랬구나!
그곳도 좋은 곳이지만 동해바다는 오염
이 되질 않아 물이 아주 맑고 깨끗한 것이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지.“
멀리서 보이는 바다를 보면서 경희는 벌써 감탄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