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주목해야 할 EPL 신입선수들 |
뜨거운 올림픽 열기의 틈에서 슬그머니 개막전을 치른 2008/2009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빅4 팀들이 비교적 잠잠한 가운데 예년에 비해 파격적인 이적은 적었지만 그래도 많은 선수들이 새로운 유니폼을 입고 새로운 시즌을 맞이하게 됐다. 이번 시간에는 올 시즌 EPL을 빛낼 새로운 얼굴들을 만나보기로 한다. 팀을 옮겼거나, 올 시즌부터 본격적인 주전 경쟁에 가세하게 될 유스팀 출신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별로 한 명씩 선정해 소개한다.
① ARSENAL (아스널)
잭 윌셔 (Jack WILSHERE)
세상에… 1992년생이란다. 고작 열 여섯 살이란 얘기다! (필자가 고등학교 2학년일 때 태어난 선수다.) 올 여름, 아스널의 오스트리아 프리시즌 투어에 참여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최근 1군에 합류해 등번호 19번을 받아 아스널의 새로운 영입 선수가 되았다. 올 초까지만 해도 18세 이하 팀에 있었으니 초고속 승진한 셈. 아홉 살이던 2001년에 유스팀에 입문하면서 아스널과 인연을 맺었다. 아스널 경력만 보면 팀내에서 거의 최고참급. 작은 키지만 매우 창의적인 플레이를 펼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득점력도 좋다. 슈투트가르트 전에서 ‘22살 연상의’ 아스널 후배
옌스 레만 골키퍼를 상대로 골을 터뜨렸다. 아직 어린만큼 포지션이 고정된 것은 아니지만 올 시즌에는 주로 측면에서 교체 선수로 기회를 얻을 것 같다.
* 신입 중에는 카디프에서 영입한 애런 램지, 마르세유에서 데려온 사미르 나스리가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얻을 것이다.
② ASTON VILLA (애스턴 빌라)
브래드 프리델 (Brad FRIEDEL)앞서 소개한 윌셔보다 21살(!)이 많은 베테랑 골키퍼. 뉴캐슬, 리버풀, 블랙번 등을 거쳐 이제 자신의 네 번째 프리미어리그 팀인 애스턴 빌라에서 새로운 시즌을 준비한다. 리버풀로 복귀한 뒤 웨스트 브롬으로 이적한
스콧 카슨 골키퍼와 오랫동안 빌라의 주전 골키퍼로 활약한 뒤 팀을 떠난 토마스 쇠렌센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빌라가 긴급 영입한 선수다. 2002년 월드컵에서
이을용의 PK를 막을 당시 이미 ‘노장’ 소리를 듣기 시작했던 선수지만 서른 일곱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최고의 선방을 보여준다. 담력이 좋은데다 판단력도 뛰어나 공격수와의 1대1 상황에서 특히 뛰어난 방어 능력을 갖고 있다.
* 선수층이 엷어서 고생했던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데이비스, 시드웰, 쇼리, 루크 영, 쿠엘라, 구잔 등을 영입해 단숨에 메워버렸다.③ BLACKBURN ROVERS (블랙번 로버스)
폴 로빈슨 (Paul ROBINSON)잉글랜드 국가대표팀에서 주전 골키퍼 자리를 놓치더니 소속팀 토트넘에서도 밀려났다. 블랙번 이적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블랙번 입장에서는 프리덜을 빌라에 빼앗긴 뒤 데려온 선수치고는 상당히 만족스러운 선택일 것이다. 블랙번의 폴 인스 감독이 부임 이후 첫 번째로 영입한 선수라 부담이 더 클 듯. 가끔 어이없는 실수를 범하기는 하지만 신경 쓸 정도로 자주 발생하는 사고는 아니다. 킥이 좋고 수비진과의 커뮤니케이션에도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즈 유나이티드에서 17살 때 1군 데뷔전을 치른 뒤 줄곧 탄탄대로를 걸어왔지만 라모스 감독 부임 이후 토트넘에서 시련의 나날을 보냈다. 블랙번에서 권토중래를 꿈꾼다.
* 맨유에서 오른쪽 풀백 대니 심슨을 빌려왔고 로케 산타 크루즈의 친동생인 훌리우 산타 크루즈도 가세했다.④ BOLTON WANDERERS (볼턴 완더러스)
요한 엘만더 (Johan ELMANDER)스웨덴 국가대표. 190cm에 육박하는 장신 공격수지만 높이 외에도 개인기와 돌파 능력이 뛰어나다. 덴마크 리그와 프랑스 리그를 거치면서 명성을 쌓았고 올 시즌 무려 1,000만 파운드(약 200억원)를 쏟아부은 볼턴의 러브콜을 받아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했다. 올 시즌 강등 후보 중 하나로 꼽히는 볼턴이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선수로 멕슨 감독은 그에게 등번호 9번을 선사하며 좋은 활약을 주문했다. 엘만더가 첼시로 아넬카를 이적시킨 뒤 텅 비어있는 믿음직한 최전방 공격수 자리를 잘 메워준다면 볼턴이 중위권에서 선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겠다.
* 파트리스 무암바를 버밍엄에서 데려오느라 500만 파운드를 썼다. 엄청난 스피드로 엘 하지 디우프의 공백을 메워줄 무스타파 리가도 주목해볼만한 영입 선수다.
⑤ CHELSEA (첼시)
보싱와 (BOSINGWA)지난 유로2008에서 가장 빛났던 오른쪽 풀백. 이 자리는 첼시의 취약 지점이다. 지난 시즌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인 마이클 에시엔에게 이 자리를 맡겼던 게 용납될 수 있었던 것도 그래서다. 수비는 물론 공격적인 오버래핑에도 능한 보싱와는 무리뉴-그랜트 체제에서 공격성이 거세되었던 첼시의 오른쪽 풀백을 새롭게 정의할 것으로 보인다. 보싱와는 또 포르투갈 대표팀 시절 스콜라리 감독의 전술을 구현해왔던 선수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는만큼 앞으로의 활약이 매우 기대된다.
* 무리뉴 감독 부임과 함께 첼시에 올 수도 있었던 데쿠가 마침내 스콜라리 감독과 함께 당도했다. 중원에서 여우 같은 움직임과 늑대 같은 파괴력으로 상대를 희롱하는 그의 플레이가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통한다면 센세이션이 될 것이다.
⑥ EVERTON (에버턴)
잭 로드웰 (Jack RODWELL)
올 시즌 에버턴은 선수 영입에 지독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돈 주고 사 들인 선수가 아직 한 명도 없는 상태. 그래서 유스팀 출신의 어린 선수들에게 희망을 걸고 있다. 카슬리-그라브센 ‘쌍라이트’ 형제가 빠진 중원은 가장 걱정스러운데 1991년에 태어난 신예 잭 로드웰은 그 공백을 메워줄 선수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잉글랜드 청소년 대표팀 주장 출신으로 사실 지난 시즌 이미 에버턴 1군 무대 데뷔전을 치르기도 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단순한 백업이나 유망주 이상의 활약을 모두가 기대하는 눈치다. 중앙 수비수도 가능하지만 에버턴에서는 중앙 수비형 미드필드 요원으로 분류된다.
* 1990년생 고슬링은 로드웰과 함께 에버턴 중원의 ‘꼬꼬마’ 콤비로 기대를 모으고 있으며 ‘FM’ 마니아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선수일 1992년생 조시 박스터는 공격진에 힘을 불어넣을 것이다.
⑦ FULHAM (풀럼)
마크 슈워처 (Mark SCHWARZER)
미들즈브러의 수호신이 장장 11년 간의 잉글랜드 북부 생활을 마치고 런던으로 상경했다. 한국 나이로 벌써 서른 일곱 살이 된 노장 중의 노장이지만 골키퍼로서의 기량은 여전히 전성기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믿음직한 선수다. 페널티 박스 전역을 장악하는 넓은 활동 범위와 1대1 상황에서의 과감한 선방을 취약한 수비로 고심하는 풀럼에게 매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다. 호주 대표팀에서도 여전히 주전 골키퍼로 활약 중이다.
* 10명이 넘는 선수를 영입한 풀럼. 김두현의 동료였던 졸탄 게라의 활약과 최전방에 나설 보비 자모라의 적응 여부도 관심거리지만 무려 1,000만 파운드(약 200억원)을 들여 에버턴에서 데려온 앤드류 존슨만큼 부담스럽지는 않을 것 같다.
⑧ HULL CITY (헐 시티)
조지 보아텡 (George BOATENG)앞서 소개한 슈워처와 함께 미들즈브러를 떠났다. 이로써 미들즈브러의 한 시대가 정리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보아텡의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위 리그에서만 뛰었던 헐 시티 선수들 대부분에게는 페예노르트, 아스톤 빌라, 미들즈브러 등에서 400경기가 넘는 1부 리그 경력을 쌓은 보아텡의 존재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그는 포백을 보호하고 때로는 전방에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주는 것으로 팀을 이끈다. 헐 시티의 중원에 생명수 같은 존재로 올 시즌 팀의 강등 탈출을 진두지휘할 것이다.
* FC바르셀로나 출신 브라질 공격수 제오반니의 합류는 의외였다. 맨체스터 시티를 떠나 헐 시티에 도착한 제오반니의 공격성은 보아텡의 든든한 뒷받침 아래 힘을 발휘할 전망. ‘크로스의 달인’ 할모시와 ‘골잡이’ 말론 킹도 눈에 띄는 신입생들.
⑨ LIVERPOOL (리버풀)
로비 킨 (Robbie KEANE)
리버풀이 ‘외로운’ 토레스의 짝을 드디어 찾은 것 같다. 무려 2,000만 파운드(약 400억원)을 들여 토트넘의 공격수 로비 킨을 영입했다. 로비 킨에게 리버풀은 6번째 클럽이다. 울버햄프턴 시절 유망주로 주목받던 그는 코벤트리 시티, 인터 밀란, 리즈 유나이티드, 토트넘을 거치는 동안 줄곧 능력있는 공격수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어느 팀에서나 늘 세컨드 공격수로 평가받았다. 물론, ‘제2의’라는 말은 B급이 아닌 협력 플레이를 잘 하는 선수라는 호평이다. 보로닌, 쿠이트, 크라우치 등에게서 만족할만한 지원자의 역할을 발견하지 못했던 베니테스 감독의 기대대로 킨이 토레스와 환상의 콤비를 이룬다면 리버풀의 리그 우승 도전은 그 가능성을 크게 높일 전망이다.
*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선수는 안드레아 도세나. 세리에A에서 일곱 시즌 동안 좋은 플레이를 펼친 도세나는 ‘챔스 참극’의 장본인 리세가 떠난 자리를 메울 것이다. 반대쪽 수비 라인에는 스위스 대표 필립 데겐이나 프랑스 청소년 대표 공격수인 은고그의 영입도 눈에 띈다.
⑩ MANCHESTER CITY (맨체스터 시티)
조 (JO, João Alves de Assis Silva)
러시아 리그를 휩쓸던 바로 그 사내가 맨체스터에 도착했다. 맨시티 팬들은 조가 CSKA 모스크바에 입단할 당시만큼 활약해주길 기대할 것이다. 당시 그는 첫 18경기에서 14골을 몰아치며 모스크바 팬들을 흥분시켰다. 신임 마크 휴스 감독이 2천만 파운드나 들여 영입한 것에 대해 현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탁신 구단주의 태국 내 자금이 정치 상황으로 완전히 묶여버리는 바람에 추가 영입이 어려워진 것에 대한 우려도 더해진 것이다. 조는 현재 브라질 대표로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하고 있어 8월 말이나 되어야 팀에 합류할 것으로 보이는데 덕분에 그에 대한 기대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그러나 벤자니와 상당히 궁합이 잘 맞는 콤비를 이룰 것이라는 분석도 있으니 일단 뚜껑을 열어봐야 할 것 같다.
* 볼턴에서 날아 올랐다가 첼시에서 추락한 이스라엘 수비수 탈 벤 하임이 맨시티로 팀을 옮겨 권토중래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