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들러리를 선 셈이다.
북한 내에서 순수 해외자본으로 설립된 첫 대학인 평양과학기술대학은 애초부터 궁극적으로는 ‘선교’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 때문에 적지 않은 한국교회와 해외 한인교회가 이를 위한 모금에 동참했고, 정확한 금액은 밝혀진 바 없으나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독교계가 평양과기대의 운영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그러나 정작 준공한 뒤에는 김일성 영생탑이 세워져 북한의 북한 체제를 빛내주는(?) 계략에 말려든 꼴이 되고 말았다.
우려대로 평양과기대는 지난해 9월 준공식을 마쳤으나 올 4월로 예정된 개교는 미뤄졌고 향후 일정도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천안함 사태가 북한의 만행으로 밝혀진 이후 남북관계가 전면 단절되고 개성공단마저 앞날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평양과기대 또한 더욱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이러한 상황은 북한의 현실을 너무 몰랐거나 혹은 알면서도 고의적으로 외면한 데에서 기인한다.
평양과기대의 설립 모티브가 된 것은 잘 알려진 대로 연변과기대다. 연변과기대를 통해 중국의 크리스천 리더를 양성하고 선교에 이바지했듯, 같은 공산권인 평양에서도 노력하면 그것이 가능하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과 북한의 상황은 근본적으로 전혀 다르다.
중국은 국제적 지위와 외자 유치를 매우 중요시하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국제적 상식은 통하는 국가다. 그러나 북한은 이번 천안함 사태와 각종 남북교류에서 수 차례 확인했듯 상식과는 거리가 먼 나라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나라에서 외국 자본이 그 설립이념을 구현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은 애탕초 도박이었다.
평양과기대 내 ‘김일성 영생탑’과 ‘주체사상 연구센터’가 세워진 것은 그러한 북한의 현실을 반증해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해괴 망측한 영생탑이라는 것은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김정일의 지시로 북한 전역에 세워진 김일성 ‘우상화’ 조형물이다.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 사망일(7월 8일)이나 생일(4월 15일)에 각 동리마다 세워진 영생탑에서 헌화하도록 강요 받고 있다.
평양과기대 김진경 총장은 당초 학사 운영에 대해선 김 총장과 북한 교육성이 임명한 북한측 총장이 공동으로 50년간 운영하나, 학교측이 한국을 비롯한 해외 교수임명권과 연구개발센터 등 산학협동단지의 조성 운영권을 모두 김 총장에게 부여해 북한 당국이 학사 운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은 결국 ‘북한 정권의 원칙’이란 공수표에 불과했다거나, 아니면 김 총장이 북측에 이용 당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북한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런 결과를 얼마든지 예측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한국의 나노라 하는 교회지도급 인사들이 앞장서서 모금운동을 주도했고 북한을 방문하여 무슨 개선 장군과 같은 모습으로 사진을 찍고 돌아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개혁, 개방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중국과, 세계최악의 폭정이 행해지는 북한과의 동등비교는 무의미(無意味)하다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북한은 신앙의 자유를 부정하며, 기독교인에 대한 극단적 탄압을 하고 있다. 북한 내 기독교인은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가거나, 공개처형당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황장엽씨는 『북한에서 종교를 믿는다고 공개리에 말하면 죽는다』면서 『북한은 영적인 것뿐만 아니라 언론의 자유, 생각의 자유 등을 모두 빼앗았다』고 지적한다. 한마디로 평양과기대와 같이 공개된 방법을 통한 북한선교는 사실상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평양과기대를 지원하고 있는 한 교회의 A장로는 『기독교에서의 선교가 아무리 절대적 가치여도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부작용이 있다면 이는 합리화될 수 없고 무엇보다 북한의 현실을 고려할 때 평양과기대 건립을 통한 선교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인선교협의회 회장 김태연 목사는 평양과기대문제와 관련,『김일성 주체사상이나 김정일의 선군정치 등 정치적 논리로 접근하는 북한체제에 대해 냉정한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고 전제한 뒤 『이러한 평가 없이 맹목적으로 접근한다면 북한에서의 「부흥」보다는 북한정권에 이용만 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선교를 행해 온 목회자들은 진정한 「북한선교」를 위해서라면 「지하(地下)교인지원」 등 김정일 정권을 돕지 않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모퉁이돌선교회 이삭 목사는 『모퉁이돌선교회가 직접 세운 지하교회만 280여개가 있고 전체적으로는 북한 내 지하교회는 천 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북한의 지하성도를 지원한다는 것은 방송, 문서선교, 풍선띄우기 등 북한당국과의 공식적 루트를 제외한 다른 모든 가능한 방법을 동원할 때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북한정권이 내세우고 있는 조그련이 말하는 「가정교회」나 「봉수교회」 등은 선전용에 불과하다』면서 『그들에게 전달되는 돈이나 지원품은 모두 공산당으로 들어가게 되기 때문에 합당한 방법이 아니다』고도 말한다.
풍선보내기, 탈북자 지원 등
북한선교방법은 많아
전 북한과학원 연구원으로서 현재 북한지하교인을 지원하고 있는 이민복 목사는 『북한선교의 핵심은 선교라는 외피만 걸친 채 김정일 정권을 돕는 것이 아니라 김정일 정권에 탄압받는 지하교인들을 돕는 것이며, 이는 적은 돈으로도 커다란 선교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평양과기대 건립과 관련, 『진정으로 북한선교를 하고 북한동포를 도와주려면, 김정일 정권에게 수백억의 자금과 과학기술을 지원하는 것보다 북한의 진짜교회인 지하교인들을 돕거나 전도지, 복음라디오 등을 담은 풍선보내기, 탈북자나 도강자(渡江者) 돕기, 국내 탈북자들을 통해 북한 내 가족들을 돕게 하는 방법 등이 올바른 방식』이라며 『한국교회는 무엇이 기독교 정신에 합당한 의롭고 선한 길인지 분별해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재언)
북한 평양시 락랑구역 보성리 승리동에 위치한
평양과학기술대학의 조감도
첫댓글 빨갱이 쉬퀴들 ----------
좋은자료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나쁜덤들 ...
슈산님 반갑습니다 좋은 글 잘 보고 감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