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24년 10월 16일 18;00 시.
장소 : 남포문고 B 1 층 冊 138
수다물 : 오늘의 소설 70호 (가을호)
수다자 : 정재운 소설가 권유리아 평론가
출연자 : 김종찬, 정우련, 허택
주최 : 부산소설가협회 후원 ; 남포문고 (주) 소나기크리에이티브
지난 16일 남포문고에서 부산소설가협회에서 계간으로 발간하는 [ 오늘의 소설]에 실린 단편소설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본인이 발표했던 소설 [오버시 차이니즈 블랙 커넥션]에 대한 작가 노트를 소개할까 한다.
이 소설은 1989년 9월 28일 발생했던 TE NYU호 사건을 상상을 조금 보태어 소설이라고 우기며 세상에 고발한 작품이다.
국제화교범죄조직과 한국인 선장 출신 하수인이 기획, 공모하여 저지른 선박 납치, 해적 행위였다.
각 관련국 수사기관의 공조가 이루어지지 않아 실종 선원들의 생사는 묘연하고 검거된 한국인 선장 출신 하수인과
그의 협조자만 법정에 섰다. 그러나 해적행위는 인도네시아인들이 저지른 범죄라 검거된 하수인에게는 100% 심증은 가나
물증이 없어 기소도 못하고 장물취득, 외황관리법위반, 증거 인멸 교사 등의 혐의만 적용하여 검찰은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검사장 출신 변호사의 입김 탓인지 판사는 하수인에게는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용의자는 3년도 억울하다며 항고를 했으나 법원에서는 기각했다. 관련 서류를 소각한 협조자들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실종된 선장과 기관장 가족들은 법원 앞에서 생사라도 밝혀달라고 눈물로 호소했으나 메아리도 없었다.
[ 오버시 차이니즈 블랙 커넥션 ] 작가 노트
말이 좀 어눌하고 가는귀가 어두워 진행에 걸림돌이 되지나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고 또 해적이라는 조금은 낯선 소재라
독자 여러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하고 싶은 말을 간략하게 적어 봤습니다.
제목을 굳이 외국어로 택한 이유는 '낯설게 하기' 수법으로 독자들의 관심을 끌 의도로, 또 선박을 납치하고 해적질을 한 주범
즉 고발 대상이 바로 그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단편소설은 통나무 나이테같이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실화를 바탕으로 범행 현장을 추적하며 묘사하다 보니
곁가지가 많아졌습니다. 쓸 때는 사명감에 불타서 열심히 쓴다고 썼는데 써 놓고 보니 소설 같은 문장은 안 보이고 르뽀르따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족한 점 독자 여러분들의 지탄을 달게 받겠습니다.
[동남아 해적의 역사]
- 태고 적부터 말레이 해적의 소범선들은 수마트라의 울창한 숲이나 작은 섬에 잠복하고 있다가 해협을 통과하는 배에 덤벼들어
창을 휘두르며 공물을 요구했다. 몇 번이고 유럽의 순양함으로부터 피비린내 나는 징계를 받고 이들 해적들의 방약무인한 태도가 다소 수그러졌으나 오늘날에 와서도 아메리카 및 영국의 선박들이 이 해역에서 무자비하게 약탈 당하고 있다는 소문을 때때로 듣기도 한다. - 1851년 허먼 멜빌의 [ 白 鯨 ] 중 제87장 무적함대 편에서.
- 남중국해는 오랫동안 해적들의 소굴이었지만 현대의 해적들은 새로운 방법을 이용한다. 1990년대 피해자들은 동남아 해역에서 중국 선원들을 태운 포함(군함)들로부터 공격을 받았다고 보고를 했다. 이런 사건의 배후로 중국 국경수비대가 지목되고 있다....중국 당국은 지역 해군 순찰대가 해적들과 밀수꾼들을 추적하는데 지나친 열성을 보인다고 인정했다.
- 2002년 발행 앵거스 컨스텀의 [ 해적의 역사]에서.
오늘날 동남아 해역에서 해적들이 극성을 부리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말엽부터이다. 1976년 모택동의 사망으로 문화대혁명이 끝나자 중국에서는 제1차 개혁개방정책이 시작되었다. 이 시기에 중국 대륙에서는 수많은 폭력, 범죄단체가 우후죽순처럼 솟아나 부패한 관리들을 매수하여 그 세력이 공권력을 비웃을 정도였다. 그러자 등소평 정권은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수 차레에 걸쳐 대대적인 검거작전에 돌입했다. 그러자 범죄조직 간부들은 뭉칫돈을 들고 싱가포르, 홍콩, 인도네시아. 미얀마,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지로 도피했다. 현지에서 유력한 화교들과 교분을 쌓은 그들은 겉으로는 정상적인 사업체를 운영하는 척하며 뒷전으로는 온갖 범법 행위를 자행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바로 '오버시 차이니즈 블랙 커넥션'이다.
[ 작가가 뽑은 문장 낭독 ]
박선호 기관장은 마지막 순간에 사랑하는 아내에게 한 마디 작별 인사도 못하고 배와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김 민자 씨는 그 이후 시도 때도 없이 남편이 해적들에게 살해당하는 환상이 눈앞에 떠올랐다. 그럴 때마다 참혹한 현장을 보듯 몸서리치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느꼈지만 자라나는 어린 자식들 앞에서 눈물은커녕 드러내 놓고 슬픈 표정을 지을 수도 없었다. '제발 살아만 있어다오!' 그런 간절한 기도와 염원으로 20년 세월을 보냈다. 하루도 맘 편한 날이 없이 살다보니 가슴에 한이 맺혀 병이 들고 말았다. 스트레스성 위암이었다. 생명의 불꽃은 점점 시들어가는데 남편은 꿈에도 한번 나타나지 않았다. 나중에는 환청까지 들렸다. '여보, 내가 왔소!' 하는 소리에 허겁지겁 대문 밖에 나가보면 아무도 없고 스산한 바람소리뿐이었다. 넋이 빠져 한참을 서 있다 보면 하염없이 눈물만 뺨을 적셨다. 생사를 모르니 제사도 지낼 수 없었다. 그렇게 허깨비처럼 살다가 죽음을 맞이한것이다.
"20년을 지나도록 무슨 기별 하나 읎는거 봉께 아무래도 이 세상 사람은 아인갑다. 나도 인자 살 만큼 살았다. 너그들도 다 장성했은께 불쌍한 너가부지 영혼이나 찾아갈란다!"
[ 이 소설을 쓰게된 동기 ]
1989년 9월 28일 텐유호 사건이 발생했을 때 나는 같은 회사 소속의 배를 타고 있었다. 그래서 사건의 윤곽은 대충 알고 있었다. 범죄 기획자이자 하수인인 방득춘(가명)이 검거될 때까지만 해도 실종 선박 선원들을 어딘가에 숨겨 놓았을 줄만 알았다. 설마 고교 동문들을(동기생 선장과 후배 기관장) 죽이기야 했겠나 싶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들의 생사가 묘연해지자 그 사건도 세상에서 점점 잊혀져갔다. 그렇지만 나는 잊을 수가 없었다. 일면식도 없었지만 풍문에 들리는 희생자 가족들의 눈물겨운 사연들이 너무 안타까웠다. '내가 그렇게 당했다면 내 가족들이 어떻게 지낼까?' 하는 생각을 하면 너무 가슴이 아팠다. '니도 해양소설가냐?' 하는 자책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참 잘했소 기록이라도 남겨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