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식사 반찬으로 갈치구이가 나왔다. 갈치는 비린내가 그리 심하지 않고
뼈를 발라 먹으면 고소하다. 구이 말고도 이맘 때쯤에는 애동호박 썰어 넣고
갈치조림을 해 먹어도 짭쪼롬한 게 입맛을 돋군다. 예전에 시골에서 모내기할 때
논두렁에서 밥 한 바가지와 감나무 잎에 싼 간갈치 조림 생각이 난다.
골라다큐에서는 제주 근해에서 은갈치 주낙하는 장면이 나온다. 갈치는 이빨이
상어 이빨처럼 무섭고 날카롭다. 한번 물면 톱날처럼 싹뚝 잘려 나간다.
나는 배를 타면서 호르무즈해협 입구에 있는 푸자이라항에 몇번 벙커링하러 들어갔다.
외항에서 벙커를 수급받는데 기름값이 다른 곳에 비해 조금 싸기 때문이었다.
대형선은 하루 연료소모량이 150톤 가량되므로 기름값만해도 톤당100불이면 만5천불이다.
외항에 대기하고 있을 때 선원들은 심심하니까 낚시를 한다. 수심은 100여m 남짓했다.
미끼로는 냉장고에 있는 소고기를 쓴다. 낮에는 주로 참돔류가 올라오더니 해가 지고
어둠이 몰려오니 바다 밑에 있던 갈치들이 수면 부근으로 올라왔다 먹이활동을 하기
위함이었다. 갈치는 이동할 때는 수평으로 주행하지만 먹이활동을 할 때는 수직으로
서서 다닌다.
휘영청 밝은 달빛 아래서 선원들은 갑판에 둘러서서 갈치 낚시를 즐긴다. 여기 저기서
"와! 물었다!"하는 비명 소리가 터져 나온다. 야밤이라 수면에서도 인이 번쩍 거리는 데
허연 은빛 갈치가 낚시에 걸려 갑판으로 올라와 퍼덕으면 시퍼런 불똥이 여기저기
흘러내린다. 갈치는 갈치대로 눈알을 굴리면서 최후의 발악을 한다. 낚시를 빼다가
날카로운 갈치 이빨에 물리기라도 하면 큰 상처를 입는다. 갈치낚시도 때가 있으므로
급할 때는 갈치꼬리를 잘라서 미끼로 쓴다. 갈치는 자기들끼리도 잡아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