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에로무니스 보스, <일곱가지 큰 죄>, 1500년경, 목판에 유채, 86>5*56, 제네바 미숳재단, 제네바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죽음에 이르는 죄를 교회에서는 ‘일곱 가지 큰 죄’(칠죄종, 七罪宗)라고 한다. 이는 인간이 일상생활에서 쉽게 범하는 모든 죄의 근원이 되는 죄로서 교만, 인색, 질투, 분노, 음욕, 탐욕, 나태를 일컫는다.
상상력이 풍부한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Hieronymus Bosch. 1450~1516)는 평범한 생활을 배경으로 죄의 근원을 자세히 표현하고 있다. 직사각형의 커다란 원형 안에는 그리스도인들이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일곱 가지 죄를 묘사하고 있다.
그림 왼쪽에 화려하게 빛이 나는 분홍색 실크 드레스를 입고 손거울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여자는 남을 업신여기는 ‘교만’을 나타낸다. 그녀의 옆에는 커다란 보석함이 있고 그 안에는 보화가 가득하다. 상당히 상류층 사람임을 알 수 있다. 허영에 들뜬 여자는 자신의 모습을 이리저리 유심히 살펴보며 감탄하며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그 뒤로 올빼미 한 마리가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기만과 어리석음을 상징하는 올빼미는 이 여자의 자만심을 말하는 동시에 그 죄가 큰 죄임을 암시하고 있다. 거울 보는 여자의 오른쪽 위에는 두 사람이 화를 삭이지 못하고 격렬하게 싸우고 있다. ‘분노’이다. 한 사람은 그 화를 삭이지 못하고 상대를 복수하고자 하는 욕망으로 칼을 휘두르며 난투를 벌이고 있다. 싸우고 있는 이들 위에는 ‘음욕’이 표현되어 있다. 산 정상 천막 앞에서 한 쌍의 남녀가 그들만의 공간을 마련하고 유희와 희열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탐욕’은 정상 오른쪽 아래 두 사람이 식탁에 앉아 있는 장면이다. 한 남자는 남은 음식 부스러기까지 먹으려 하고 있고, 다른 한 남자는 이미 토할 정도로 음식을 너무 많이 먹은 상태이다. 계속해서 ‘질투’ 장면은 가운데 두 사람이 언쟁을 벌이다가 엎치락뒤치락 정신없이 잡아당기며 싸움을 하고 있다. 인간의 속된 마음이 보인다. 그리고 ‘나태는’ 그들 오른쪽에 나무 밑에서 쿠션을 베고 편안하게 낮잠을 자는 사람으로 나타난다. 그 옆에 한 남자 역시 아무런 의지 없는 눈빛으로 무기력하게 몸을 바닥에 기대고 있다. 이는 게으름을 뜻한다. 마지막으로 ‘인색’은 가장 앞쪽에 어린아이를 데리고 있는 나이 든 가난한 여자가 지급해야 할 돈을 자신의 벨트로 대신하고 있는 장면이다. 부자가 가난한 사람의 돈을 갈취하고 있다.
그림 아랫단에는 인간이 경계하지 못한 죄의 대가를 보여주듯, 어두침침하고 암울한 분위기의 지옥에서 불로 고통의 체벌이 가해지는 장면이다. 한편, 그림 위에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매달리신 장면이다.
예수님께서는 인간의 죄를 구원하시기 위해 십자가 위에서 목숨을 바쳐 희생하셨다. 예수님의 수난은 인간을 위한 사랑이셨기에, 적어도 그리스도인은 빠지기는 쉬우나 쉽게 벗어나기 어려운 죄를 부끄러워하고, 강한 믿음으로 경계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주님과 하나 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칠극(七克)」에서 전하는 것처럼, 교만은 겸손으로, 질투는 애덕으로, 분노는 인내로, 인색은 너그러움으로, 탐욕은 절식으로, 음욕은 금욕으로, 나태는 근면으로 생활화되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