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얘기가 하구 싶은 그런 날이 있자나요..
내 안에 할말이 쌓여서 꼭 풀어내야만 살 것 같은 화급한 경우말이죠..
들어주는 사람이 필요한데...결국 찾지 못해서 이곳으로 왔습니다...
요즘은 왜인지 모르겠지만
아마두 내 운세에 친구관계를 조심하라..라는 말이 있을 듯.
갑자기 여기저기서 먼가 꼬이기 시작하는 것 같은 살벌한 느낌이 든다.
항상 친구들의 존재에 감사해 했다.
각 무리별로 다른 개성을 지닌 그들을 보며 나의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상에 나를 생각해주고 내말에 반응보여주는 가족아닌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해서 때로는 나의 영향력을 시험해보고 싶은 오만한 욕구가 들기도 했다.
나의 존재감을 확인시켜주는 존재...그뿐이었을까...?
때때로 나는 존재를 의심하곤 했다.
학교에서 부르는 출석부에 내 이름이 들어가 있는 것이 신기했다.
내가 진짜 이 학교, 이 반의 학생인지..걱정스러웠다.
혹시 아니면 어쩌나..하는 불안함..
그것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나는 항상 불안했다.
나도 세상에 속해 있음을 늘 확인받아야만 했다.
그래서 내겐 친구가 고.마.운. 존재이다.
누구에게나 있는 베스트라 부르는 친구 무리들이 3종류가 있다.
그 하나는 중학교 단짝.
독특한 성격의 그녀는 유학중이다.
방학을 맞아 한국에 머무르면 우리는 늘 붙어다닌다.
그녀가 없을땐 그녀 생각이 참 많이 난다.
그러나 막상 그녀가 오면 난 그리 살갑게 잘해주지는 못하는 것 같긴 하다.
그치만 머 우린 항상 이렇다.
유학생이니 만큼 여름방학이 길다.
올 여름에도 나는 그녀를 기다렸다.
혹시나 하고 집에 전화하니 그녀가 받았다.
나는 많이 기뻐했는데...오~목소리가 담담하다.
나는 머릿속으로 그녀가 있을 한달의 계획을 잡아놨는데
오~그녀가 먼가 다르다.
원래는 한국에 친구가 거의 나 밖에 없음므로 그녀가 항상 먼저 전화했다.
오히려 내가 부담될 정도루.
허나...이번엔 먼가 다른걸..
여행가자는 말에 그녀는 웃었다.
그리곤 일이있어서 안된단다.
무슨 일인지도 묻지 말란다.
그럼, 밥이나 먹자고 했으나...
거절당했다.
갑자기 기분이 엿같애 졌다.
이게 무슨 꼴이람.
꼭 차인 기분...
그래, 그럼 니 안바쁠 때 전화하라며 나도 전화안하기루 맘먹었다.
설마 지가 일주일안에 전화하겠지...
그러나...
벌써 한달 째이다...
이젠 나도 존심이 나오는 걸~
왜 이러나 싶어 화두 나구, 이대루 얼굴두 못보구 돌아갈까바 염려두 되구~
먼저 전화하자니 또 바쁘다 그럴까바, 이유조차 묻지 못하게 할까바
전화두 망설여지구...
머 이리저리 찔러본 결과, 그다지 중요한 일은 아닌거 같은데 (얘는 원래 남들 보기 하찮은 일에 열중하는 이상한 습성이 있다. 별거 아닌거 비밀로 감추는 더 이상한 습성두 있구.)
나한테 까지 말 안한다는게 갑자기 서운하다.(이런적 한두번이 아니긴 하지만 여전히 적응 안된다.)
그리고 무리 둘.
고등학교 친구들.
거의 한몸이다 싶을 만큼 오랜 동안 붙어다닌 친구들이어서
그래..늘 너무 편하게 생각하긴 했다.
7명이나 몰려다니지만 무리 생활 해본 사람은 다 알듯이 그 무리들 중에서도 쫌 더 친한 한두명이 있기 마련이다.
첨 만났을 때부터 나만 좋아해 줬던 친구가 있다-황송하게도.
우리는 꽤 죽이 잘 맞았는데...
만난지 6년만에 갑자기 찾아온 권태기인가..
우리들은 서로 눈빛만보고도 맘을 알 수 있는 처지이다.
그렇다.
그녀의 눈빛이 달라진 것이다.
이것을 처음 느낀 것은 그녀가 말할 때 나를 보지 않는 다는 아주 사소한 징후때문이었다.
그녀는 자기가 호감이 있는 사람하고만 노골적으로 말하고 눈 맞추는 좀 비사교적인 면이 있다.
그래서 나와 그녀는 6년동안 서로만 바라보며 얘기했다.
처음으로 그녀의 등뒤에서 그녀의 얘기를 듣는 기분...
싸~한 느낌...
그 뒤로 밀려드는 울화...->이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유없는 미묘한 감정의 굴곡에 흠칫 놀래버렸다.
무리 셋.->이 세 번째 무리까지 흔들리면서 나는 지금 거의 자아 붕괴상태다.
재수 학원 동기들.
어려운 시절을 함께 했기에 빨리, 그리고 깊이 친해져 버렸다.
늘 하루에 서너번은 전화로 챙겨주는 친구가 있다.
그녀로 인해 다른 친구들과도 연락이 끊이지 않을 수 있어서 우리는 그녀를 '중앙시스템'이라 부른다.
그녀에게는 천재성이 있다.
불행히도 이말은 그냥하는 말이 아닌 진짜라는 게 문제다.
이론 논쟁을 좋아하는 그녀.
성경을 사상적으로 연구하며 동양학문과 서양학문을 밤새워 통합하고 있는 그녀.
벌써부터 벤처 사업 계획을 다지고 있는 그녀.
머 이정도라면야 그냥 좀 독특한 정도겠지..
하지만 집에서 창세기를 연출하고 식탁에 우연히 떨어진 국물의 면적을 계산하던 그녀는 병원으로 갔다.
퇴원한 뒤, 그녀는 다시 평범하고 밝은 그녀의 모습을 되찾았었다.
그녀가 교회를 다시 다니기 전까진...
그녀가 다니는 교회는 이단이다.
그렇다고 교회에 전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게 아니라 교회가 그녀를 진지하게 만든다는 게 문제다.
그녀는 진지해지면 위험하다.
내 생일날.
그녀와 다른 친구들을 만났다.
평소와 다른 그녀.
병원에서 나온 뒤 한동안 밝고 평범했었는데..
표정이 진지하다....슬슬 걱정되기 시작...
친구들이 하는 모든 말에 딴지 걸기 시작했다.
그녀의 논쟁병이 도진걸까...
유럽여행에서 돌아온 친구가 벨기에에서 바가지 쓴 경험을 얘기하자 우리는 모두 나쁜 식당 주인을 욕했다.
갑자기 그녀, 벨기에 편에서서 이상한 논지를 폈다.
벨기에는 복지국가므로...국민성이 어쩌구 저쩌구...
바가지쓴거랑 몬 상관인가...?!
다른 친구가 다음주에 라식수술을 한다구 했다.
우리는 이제 훤히 살겠다며 축하해주는 분위기...
또다시 그녀...라식수술하다 죽은 사람 봤다면서 의사 말 믿지 말란다.
분위기 싸~해졌다.
그 친구가 반발하며 의사 선생님이 괜찮다구 했다고 하니까 그 말이 더 위험하다며 수술 날짜 잡고 좋아하던 친구한테 찬물끼얹기...
그녀의 반례찾기, 또는 반박해대기는 그칠 줄을 몰랐고
결국 분위기 이상해져서 모임이 끝났다.
그녀를 포함해서 다른 친구들과 여행을 가기로 했다.
내심 기대되고 흥분됐다.
혼자서 가고 싶은 이곳저곳을 찍어 좋고 그녀에게 전화했다.
넌 어디가 조아~~?
그녀, 매우 심드렁한 말투로~
나 쫌 바빠서(동생 과외해야 되므로--;;;)
이날도 안되고 저날도 안되고 이곳도 안되고 저곳도 안돼~~
남은 눈이 뻘개지도록 여행지 뒤지는 데
깐죽대면서 지 스케줄에 맞추라고 하자
나도 성질이 났다.
너..지금 머하는 거냐!!
허~ 그런데 이녀석, 내가 이렇게 까지 화를 내는 데두 아무렇지 않은 말투로 나오는 거시다.
그녀의 단점은 가끔 자기가 다 아는 것처럼 말하는 말투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중에 하나다.
마치 아랫사람을 조롱하는 듯한 특유의 말투...
결국 더운 대낮에 열이 끝까지 뻗친 나는 전화기를 내팽개치고 말았다.
좋은 숙소까지 예약했는데 이녀석때문에 파토났다.
다른 친구도 이녀석과 통화 한번 하고는 나와 마찬가지로 열받아서 거의 쇼크사 상태가 되어 있었다.
그후로, 이녀석과도 연락 두절이다.
아.....
이게 어찌 된 것일까....
어떻게 나를 지탱하던 삼각 다리 모두가 삐걱댈수 있단 말인가!
마치 약속이나 한듯, 차례차례로 말이지...
예전에는 이 무리에서 섭섭한 일 생기면 다른 무리에서 하소연하고 풀어버리고 위로받고 그랬는데
지금은 길이 없다.
다리가 세개뿐이어서 지금 내가 위로받을 상대가 없다 하면 다리를 늘리면 되지 않냐고 충고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가지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하더라...
이 이상 나에게 충격이 오면 그렇지 않아도 용량 모자라는 머리...감당 안될 것이다...
집 밖에 나가기도 싫다.
아니, 나가서 놀고 싶은데 하나같이 맘에 드는 넘이 없으니...
이케 어두컴컴한 방안을 지키고 있어야 하는 나의 청춘이 불쌍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