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밟고, 지지고? 새해엔 기지개를 켜자!
나도 허리디스크 환자였다
“아이고. 허리야. 강준아~ 이리 와서 할애비 허리 좀 밟아봐라”
6살 때쯤이었나, 할아버지는 허리가 뻐근하고 아프실 때마다 날 불러 허리를 밟게 하셨다.
고사리발로 조금씩 밟을 때마다 할아버지는 “아이고 시원하다”며 “역시 손주가 최고”라고 날 치켜세우곤 하셨다.
허리가 뻐근하고 아플 때 엎드린 자세에서 다른 사람이 허리를 발로 밟는 것을 경험하거나 본 적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누르는 압력으로 시원함을 느낄 수는 있겠으나 이는 무게가 허리에 그대로 전달되어 무리를 줄 수 있는 아주 위험한 행동이다. 물론 우리 척추는 많은 하중을 버틸 수 있는 구조이지만, 엎드린 자세에서 근육과 뼈가 이완되기에 어린아이들이 올라가 밟아주는 것조차 충분히 허리에 나쁜 자극을 줄 수 있다.
허리 밟는 것 못지않게 위험한 행동이 바로 나무에 등을 치는 것.
나무에 허리를 툭툭 치면 충격 받는 부위에 일시적으로 혈액순환이 이루어져 시원한 느낌이 날뿐, 실제로는 그 충격이 고스란히 척추에 전해져 근육과 뼈를 손상시킨다. 특히 척추에 반복적인 압박을 가하는 행위는 척추 골절을 비롯해 척추 근육 약화로 이어져 더 심각한 요통을 유발할 수 있다.
할아버지는 또 요통이 올 때 엎드려 허리에 마른 수건을 올리면 할머니는 다리미로 할아버지의 허리를 지지곤 하셨다.
지금이야 좋은 찜질기가 많아 생경한 장면이지만, 할아버지는 허리가 아플 때 ‘다리미’를 떠올리곤 하셨다.
찜질, 정말 허리 치료에 효과적일까?
보통 냉찜질은 염증이나 부종, 출혈이 있을 경우 국소적인 마취 효과가 있으나 20분 이상 계속할 경우 동상의 위험이 있다. 대한민국 온 국민이 열광하는 온찜질은 손상 부위의 작은 혈관들이 확장돼 손상조직의 회복에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관절 및 근육의 만성적인 통증 완화에 좋지만 화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특히 수술 부위 찜질은 극히 위험한 행동이며 임의로 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허리 통증은 아주 극심하다가도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아프지 않고 괜찮아진다. 그렇기에 더욱 올바른 생활습관을 통해 적극적으로 고쳐야 한다. 종종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누워만 있는 분들이 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허리디스크나 목디스크는 누워서 나을 병이 아니다.
허리 건강을 위해 밟고, 치고, 지지기 보다 이젠 기지개를 켜자.
허리 건강에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어려운 게 바른 자세다. 엉덩이를 등받이에 대고 허리를 곧추세워 앉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톡을 괴고 반쯤 책상에 누워있거나 의자 끝부분에 걸쳐 앉는다. 심지어 다리까지 꼬고 앉아있기도 한다. 바른 자세로 시작해 몇 분 만에 자세가 흐트러진다면 핸드폰 알람을 통해 ‘자세 교정’이라고 인지하게 해주어 자세를 고칠 것을 추천한다. 조금씩 훈련이 된다면 바른 자세가 습관이 될 수 있다.
한 자세로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것은 근육과 인대 등 척추를 둘러싸고 있는 구조물의 경직으로 이어진다. 척추가 경직된 상태에서 갑자기 무거운 물건을 드는 등 허리에 힘을 가하면 부상의 위험이 크므로 틈틈이 자리에 일어나 허리를 조금씩 움직여 주는 것이 좋다.
코로나19로 인해 외부 활동이 쉽지 않은 요즘, 실내에서 걷기 운동조차하기 쉽지 않다고 많은 환자분들이 토로한다.
연령 불문하고 환자분들에게 손쉽게 할 수 있도록 요즘은 기지개 켜는 방법을 권유, 강조하고 있다.
틈틈이 허리를 움직일 때 자리에서 일어나 두 발을 땅에 딱 붙이고 어깨너비로 서서 우리가 흔히 하는 기지개 동작을 3~5초 정도 켜 보는 것을 추천한다. 기지개는 척추 기립근을 이완시켜주고, 혈액순환을 돕는 최상의 운동법이자 남녀노소 장소 불문 편하게 할 수 있는 동작이다. 3~5회 정도 기지개 운동을 반복하면 위축되었던 몸과 마음을 조금씩 필 수 있을 것이다.
<건강한 기지개 켜기>
발을 정확하게 어깨너비로 벌려 지지한다.
팔을 하늘 위로 곧게 뻗어 올려 척추를 길게 이완시켜 준다.
이때 고개는 뒤로 젖히지 말고 정수리가 하늘을 향하도록 곧게 뻗는다.
3~5초 정도 유지하고 팔을 내려 숨을 고른 뒤 3~5번 정도 반복한다.
무엇보다 증상에 대한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참고하기 전에 병원을 찾아 정확하게 검사를 한 뒤 신경외과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타인의 치료 방법은 치료 기준이 될 수 없다. 정확한 검사를 통한 전문의 진단으로 증상에 맞는 생활 교정 훈련을 권장한다.
(2020년 12월 헬스조선 건강칼럼) / 강남베드로병원/윤강준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