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SK와 부산 KCC의 6강 플레이오프 1,2차전을 보고왔습니다.
잠깐 먼저 제 이야기를 하자면,
주희정을 좋아했던 학생이었고, 그렇게 안양체육관 직관을 다니며 연고도 없던 안양의 팬이 되었습니다.
결혼 후 15-16시즌부터 부부의 취미 생활로 시즌권을 구매했고 지난 22-23시즌까지 시즌권자 생활을 유지하다 조금 늦은 나이에 아이가 생겨 이번 시즌부터는 육아 때문에 시즌권 구매를 중단했죠.
제 농구 관람 역사에서 오세근은 상당히 특별한 존재였습니다. 이유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겠죠.
그런 이유로 서울SK의 플레이오프 경기를 보러갔고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 국농게를 빌려 일기를 한번 써보려 합니다.
감상을 한마디로 하자면, “이제는 오세근, 김선형 시대의 종료구나“ 였습니다.
두 선수가 등장한 11-12시즌부터 지금까지 총 11번의 시즌 동안 (코로나 조기 종료 19-20 제외) 모비스가 4번, KGC가 4번(현 정관장), SK가 2번, 오리온이 1번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제는 역사가 사라진 오리온이 중간에 한번 끼어있었지만, 사실상 양동근에 이어 오세근, 김선형이 다 해먹은 기간이었죠.
현역 파이널 MVP를 꼽아보면 오세근(3번), 함지훈, 김선형, 이승현, 이대성(1번)까지 91년생 이후로는 전무한 상황입니다.
허훈, 송교창, 최준용 등이 새로운 스타로 떠오르며 시즌 MVP를 수상 했지만, 최준용을 제외하면 챔프전 우승을 경험한 MVP 레벨의 젊은 선수가 거의 없었죠.
하지만, 이제 그 때가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KBL도 시대를 교체 할 시기가 온거죠.
오늘 경기를 보며, ‘올스타 투표를 보아도 점차 인기도 떨어져가고 있는 구세대보단 인기 많은 신세대가 리그 정상에 오르는게 KBL 흥행을 위해서도 맞다’ 생각하고 오세근 부진에 대한 떨치지 못하는 아쉬움을 삼켰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30대 마지막칸에 자리한만큼 평일에도 지방 원정을 쫓아다니고 EASL 경기 보러 오키나와까지 따라다니던 내 국농 열정의 시대도 끝나는건가 하는 씁쓸함도 느꼈죠.ㅎㅎ (물론 알럽에 저보다 형님들도 많이 계시지만)
그런 마음의 끝에 그래도 이 선수들이 마지막 한방은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구구절절 노잼 사연을 뒤로 하고 경기 이야기를 하면, KCC가 정말 좋은게 결국 최준용-송교창 두 MVP 레벨의 선수가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둘의 공존은 시즌 전부터 의문점이었는데, 최준용이 팀플레이에 집중하면서 송교창이 최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네요.
여기에 스페이싱을 제공하며 중요할 때 한방씩 해주는 허웅과 밀릴 줄 알았던 앞선 싸움을 우세로 만든 에피스톨라의 깜짝 활약은 SK가 무언가 손 써볼 틈도 주지 않는 높은 에너지레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반대로 SK는 본인 부진+시스템 적응 문제로 오세근을 결국 코어로 삼지 못하고 롤플레이어 역할을 하게된 점, 그리고 지난 시즌 챔결까지 갔던 김선형-워니라는 코어마저 낮은 야투율로 활로를 찾지 못하고 부진한 점이 큰 아쉬움 입니다.
지난 시즌부터 EASL 등 빡센 일정을 소화하며 지친 부분도 영향을 줬겠지만, 외곽슛 난조로(+3점 슈터 부재로) 스페이싱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에너지레벨을 올리려해도 공간이 좁아 시원한 활동량이 나오질 못해 KCC와 에너지레벨에서 전혀 게임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객관적으로는 KCC의 4강행이 확정적이고, 슈퍼팀이 결국 플옵을 앞두고 합이 맞아가는 느낌인데, 4강에서 1위팀을 만나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도 무척 기대되네요.
짦게 쓰고 싶었는데 결국 주저리주저리 기네요.ㅎㅎ
첫댓글 정말 공감이 많이 가는 글입니다! 오세근이 정관장에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도 본인이 중심이 되서 플레이를 해야 위력을 발휘하는 선수인데, SK에서는 워니를 중심으로 플레이가 되다보니 오세근이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 적을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저도 어제 직관을 갔지만 4쿼터의 SK 모습을 보며 올 시즌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SK 단점인 외곽 문제가 이렇게 크게 도드라질줄 몰랐습니다. 허일영, 다른 가드진들의 외곽이 터지지 않는 이상 이번 시리즈는 KCC가 무난하게 올라갈걸로 예상이 됩니다
말씀에 공감합니다.
어제 보면서 SK응원했는데 역부족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선형, 최준용은 대체 무슨일이..
저는 방성윤 플레이를 보고 sk팬이 되었고 이후 sk와 김선형의 팬이 되어 김선형은 데뷔 때부터 응원하고 있는데요. 글쓰신 내용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 시대가 저물어가는 것 같네요.
87년생인가.. 한국나이로.. 38....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도 김선형때문에 sk를 세컨팀으로 응원했는데..
지난 시즌 챔결 6차전이 두고두고 아쉽네요
이정현이 베스트5에 5라운드 6라운드mvp를 쓸어가고 하윤기도 배스 로슨에 밀려나서 그렇지 충분히 베스트5에 들만한 기량이었고 세대교체의 조짐이 올시즌 보이긴했고 말씀대로 한 시대가 저무는 느낌이 듭니다. 근데 이렇게 끝맺음짓는건 오세근 김선형에게 어울리는 결말이 아니에요. 개인적으로는 지금상황의 씨앗은 오세근 김선형이 추일승 감독이 국가대표에 부르면서 파이널 7차전까지의 여파를 비시즌에 관리해주지못하고 시즌에 돌입한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들도 몸상태가 안좋다는걸 알았겠지만 이때까지 열심히 국가대표로 뛰었기에 거부하기는 힘들었을테고 무리하게 그들을 부른 추일승 감독의 선택이 너무 아쉽습니다. 그러다 시즌에 돌입했고 노련한 둘의 부족한 에너지레벨을 채워줄 워니 최원혁 안영준 다른선수들은 easl을 병행하느라 퍼져버렸습니다. 높은 연봉에 걸맞는 활약을 못해준 오세근이지만 이적 1년차때부터 상황이 최악으로만 설정되어서 좀 가혹한 면이 있는것 같아요. 물론 프로이기때문에 부진에 대한 비판을 피할수는 없지만요
저는 파이널 mvp받을때의 활약은 아니더라도 비시즌때 준비 열심히하고 easl없이 리그에만 집중한다면 김선형 오세근 둘다 다음시즌에는 명예회복을 할 수 있는 클라스가 아직 남아있다고 생각해서 힘을 냈으면 좋겠습니다
근데 당시 워낙 오세근, 김선형의 임팩트가 커서 추일승이 아니라 누가 감독을 맡아도 무조건 뽑았을 거 같습니다.
이미 커리어에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갖고 있는 그들이기에 1개 더 추가하면 연금 혜택도 받을 수 있구요.
오세근은 몸이 안되서 결국 스스로 출전을 고사했지만 김선형은 스스로 어느정도 몸상태를 끌어올렸다고 생각했을텐데 챔프전 때의 외곽슛 성공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자신감 없는 모습으로 슛을 미뤘던 게 아쉬웠었죠.
오세근, 김선형 발탁으로 추일승 감독을 비판하는거 보다는 선수단과 소통이 부족하여 명확한 롤을 부여하지 않고 라건아 해줘 김선형 해줘 농구로 실패한 과정이 아쉬웠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김선형이 짧은 출전시간동안 조커로 투입되었으면 오히려 아시안게임에서 활력소 역할로 제격이었을 거라고 생각해서 아쉬웠습니다. 슛없는 약점만 부각되어서 안쓰러웠던 기억이 나네요.
@환상의 식스맨 맞습니다. 식스맨님의 생각도 존중합니다. 뽑았으면 잘 쓰기라도 했어야했는데 손을 놓아버린듯한 경기운영이 너무 아쉬웠어요. 저는 비시즌을 좀 푹쉬고 올시즌을 치뤘더라면 이정도까지는 아니었다고 생각해서 국가대표 발탁시점까지 올라가게 된 것 같아요
궁금한 것이 비시즌에 착출되는 것이 컨디션에 많은 영향을 미치나요?? 아니면 부상관리가 제대로 안되서 그런 것일까요? 잘 몰라서^^;;
저도 주희정을 좋아해서 sk를 좋아했고 그러다가 혜성처럼 등장한 김선형을 참 좋아했어요ㅎㅎ 지나 목요일 경기 현장 응원했지만 저도 김선형 시대가 이제 저물었구나 하는걸 느껴서 조금 서글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