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에 있을 때는 정장에 구두를 신고 다녔으므로 구두 뒷축이 많이 닳았다.
금강제화를 선호하였으므로 뒷축이 닳으면 금강제화 판매점에 가서 A/S를
맡기면 최소한 의 수리비를 받고 새 신발같이 수리를 해 주었다.
정년퇴임을 한 후로는 정장을 입을 일이 거의 없으므로 구도도 신을 기회가
별로 없다. 아무리 구두가 편하다고 하지만 운동화보다 나을 수는 없다.
평소에 친구들을 만날 때나 둘레길을 갈 때는 전문 트래킹화보다 그냥 운동화를
신는 편이다. 물론 경사진 길이나 가파른 길에서는 미끄럽기도 하고 발을 삘 우려도
있지만 가볍고 편리한 면도 있다. 단벌 신사란 말이 있듯이 신발도 여러 켤레가 되면
이것 저것 골라 신으면 잘 닳지 않지만 단 한켤레로 사시사철 일편단심 운동화가
되다 보니 신발 뒤축이 닳는 속도가 눈에 보일듯이 빠르다.
2년전인가 집사람이 동래 메가마트에서 내 생일선물이라면서 프로스펙스 운동화를
15만원 넘게 주고 샀었다. A/S가 한번만 가능하다 하여 뒷축이 닳았을 때 신환하는데
만원을 주었다. 이후로 계속 운동화만 고집하다 보니 뒷축이 다 닳아 없어졌다. 메이커
에는 A/S가 불가하므로 그냥 멀쩡한 운동화를 버릴 수도 없어 시내 구두수선방을 수소문
하여 오늘 오후에 범일역2번 출구에 있는 구두 수선점에 가서 만원 주고 수선했다. 그는
내 신발 닳은 모양을 보고 우측신발은 깨끗하게 정상적으로 닳았는데 좌측은 정상이 아니
라고 하면서 "혹시 척추협착증이 았으신지요?"하고 물었다. 그는 의사나 다름없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물자가 풍족한 세상에서 태어 났으므로 보릿고개 같은 어려운 시절을
모른다.그러므로 유행이란 미명하에 멀쩡한 바지도 쭉 찍어 너덜너덜하게 해 다닌다.
옷이나 운동화를 기워 입는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하고 비싸도 새것으로 바꾼다.
또 철지난 옷은 그대로 쓰레기장이나 헌옷 박스로 직행한다. 운동화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근검절약이 몸에 배여 있어 멀쩡한 물건을 그대로 버리는 일은 없다. 그런데
아파트 재활용 쓰레기장을 지나치면 쓸만한 물건들이 더러 보인다. 전자제품에서부터
서적, 화분,그릇 등등. 실내공간이 한정돼 있는데 무조건 주워 왔다간 놓을 장소가 없어
집사람과 아이들로부터 쓸데없는 물건들을 탐내어 주워온다면서 퇴박맞기 일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