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신발수리하려고 지하철1호선 범일역 인근에 갔다가 도로변 노상에서
여러 물건들을 늘어놓고 파는 난장에서 고무줄을 한 묶음 샀다. 팬티 고무줄과
추리닝복 하의에 들어 있던 고무줄이 오래되어 탄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고무는 잘 늘어나지만 오래되면 산화되어 탄력을 잃어 본래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우리나라에 고무가 들어온 것은 아마도 왜정시대가 아닌가 생각된다. 문헌을
조사해 보진 않았지만 어머니한테서 들은 바로는 대동아전쟁시 일본군들이
남양을 점령하여 고무자원을 확보하게 되자 기념으로 점령지인 우리나라 국민들
에게도 검정고무신을 선물했다고 한다. 그 이전에는 짚신과 나막신을 신었고
부자들은 가죽신을 신었다고 한다.
우리가 국민학교 다닐 적만 해도 검정 고무신을 신고 다녔다. 흰 고무신도 있었는데
흰 고무신은 질감이 약간 부드러운 반면 값이 검정 고무신에 비해 비쌌다.
비가 오는 날이면 고무신에 빗물이 들어가 미끄러웠다. 신발이 잘 벗겨지도 하고
걸음도 잘 걸을 수가 없어 그냥 신발을 벗어 양손에 들고 맨발로 치돗길을 뛰었다.
학교에 가면 여학생들은 여학생들끼리 따로 고무줄뛰기를 하며 놀았다. 사내 개구장이
가 고무줄뛰기 하고 놀고 있는 여학생들한테 가서 훼방을 놓았다. 잇빨로 고무줄을
절단해 버리면 욕을 한바가지 하고는 다시 줄을 이어 놀았다. 그전까지만 해도 새끼줄을
둘둘 말아서 축구공으로 차다가 고무공으로 바뀌고 나니 월드컵대표선수나 된듯 기뻤다.
고무의 탄력성을 이용해 공업용으로도 널리 쓰이고 있다. 가령 대형디젤기관의 경우
실린더내에서 연소가 쉴새없이 진행되므로 실린더를 냉각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실린더 라이너 주위에 청수로 냉각을 하는데 청수가 작은 틈으로 밖으로 새지 않게 하기
위해서 O -ring을 몇개 씩 넣는다. 이 O ring도 오래쓰면 갱년열화로 탄성이 줄어 물이 새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O ring은 작은 기관이나 구조물에서부터 첨단 우주선에까지 사용되고 있다.
1986년 1월 28일, 승무원 7명을 태운 미국의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발사 73초 만에 폭발했다.
폭발 원인은 발사 당일 고드름이 얼 정도로 추운 날씨에 뻣뻣해져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오링'(O-ring)
이었다. 오링은 기계 부품 이음매에서 기체가 새지 않도록 하는 고무패킹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오링이 날씨 때문에 제 역할을 못 할 것이라는 담당 기술자들의 경고를
무시하고 발사를 결정했다가 최악의 사고를 불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