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25일은 대학 동기회 모임날이다. 우리는 학번을 따지지 않고 군대처럼
기수를 따지는데 25기이기 때문이다. 물론 전원 ROTC였기 때문에 군인이나
다름없었다. 그 달25일이 일요일인 경우에는 앞으로 당기거나 늦추기도 한다.
이번달 모임은 우리동네 식당인 배비장보쌈집에서 저녁6시에 하기로 했었다.
오총무의 제안으로 늘 한곳에서 정해진 메뉴보다는 조금 분위기도 바꿔보고
메뉴도 달리해보는게 어떻겠는가 해서 처음으로 내가 사는 우리동네로 정한 것이다.
메뉴및 예약도 내개 미루는 바람에 내가 하게 되었다. 보통 보쌈메뉴가 18000원
짜리가 있고 조금 비싼 것은 돼지고기 수육과 오리 훈제가 23000원이었다.
친구들이 모처럼 모이는데조금 비싼 것이 낫지 않겠는가 해서 23000원짜리로
예약을 하였다. 인원은 20명으로 했는데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다 참석하였다.
약속시간이 돼서 친구들이 모여 술과 안주로 이야기 꽃을 피웠다.
식사를 마치고 오총무가 멀리 호주에서 날아온 장희재친구에게 인삿말을 할 기회를
주었다. 그는 호주 브리스베인에서 골프 연습장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일년에 봄 가을
두 번 한국으로 나오는데 이번에 마침 시간이 맞아 동기회에 참석하게 되었다고 한다.
다음으로는 여수에 있는 정부영 친구에게 발언할 기회를 주었는데 그는 얼마전
척추수술을 했다고 한다. 척추에 종양이 생겨 수술을 했는데 얼마간 복대를 차고
다녔으나 지금은 복대도 풀고 다닌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오늘 식사 스폰서를 한 내게 기회를 주었다. 늘 만나는 친구들이라 별로 할
이야기가 없었다. 그래도 자리에서 일어섰어니 무슨 이야기라도 해야 하므로 우선 먼 곳까지
찾아와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부터 하고는 내 호가 뭔지 아십니까 하고 되물었다. 그랬더니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기억하기 쉽게 고냑이라 하고는 곤학이라 하였다.
'곤학(困學)'이란 곤이학지(困而學之)의 준말로 논어(論語)의 계씨(季氏)편에 나온다.
공자는 사람을 네 분류로 나누었는데 첫째는 생이지지자상야( 生而知之者上也),
둘째는 학이지지자차야( 學而知之者次也), 그리고는 곤이학지 우기차야(困而學之 又其次也),
곤이불학 민사위하의 ( 困而不學 民斯爲下矣) 라고 했다.
즉 태어나면서 아는 사람이 제일이고, 배워서 아는 사람은 그 다음이고
어려움에 처하여 배우는 것이 그 다음이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배우지 아니하면 제일 아랫 백성이
된다고 했다. 공자 자신도 배움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학이지지자(學而知之者)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