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방향감각의 종결자인가?
난 20년 동안 운전면허 기능 시험에서 9번 떨어졌다.
20년 전 최초로 운전면허를 따려고 했을 때, 필기만 합격하면 기능은 거저 주어 먹는 거라 여겼을 정도로 운전에 자신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런데 예상외로 필기는 94점으로 100명 중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지만, 기능 시험은 보지도 않고 포기했었다.
난 면허증도 따기 전에 1톤 트럭 중고를 3백만원에 샀었다. 그러나 그 트럭은 후진 기아가 잘 먹히지 않았다. 어쩌면 그것은 핑계일지도 모른다.
난 그 중고차를 몰고 다니면서 꽤 높은 낭떠지가 있는 저수지 앞에서 연습하곤 했는데,
아차하는 순간 자동차 앞바퀴가 낭떠러지 가장자리에 걸려있는 듯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나를 발견했다. 후진 기아를 못 넣으면 죽을 상황이니 그때의 긴장감은 아직까지도 생생할 정도다. 난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리려했지만, 트럭의 구조상 내려서 디딜 땅이 보이지 않았다. 난 죽을 각오로 후진 기아를 넣었다. 차가 뒤로 후진할 때 내 인생이 구원 받은 그런 느낌이었다.
난 그 차를 한번에 후진 기아를 성공한 적이 없었다. 아마도 내 인생의 단 한번 뿐인 최고의 순간이었는지 모른다.
어찌됐거나 그건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
난 그 고물 중고차를 3달만에 100만원에 팔았고, 그 돈으로 비디오비젼 1대를 샀었다.
그 비디오비젼으로 이소룡이 남긴 4편의 영화를 보면서 엄청 감명 받았던 기억 새록새록 내 가슴에서 피어나는 것만 같다.
난 죽을 고비를 넘긴 감사의 마음 탓인지 기능시험을 보지도 않았다.
그로부터 5년 후 내가 다니년 회사엔 운전면허증 따기 열풍이 일었고, 나 또한 동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에도 난 단번에 필기시험에는 합격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었다.
연거푸 코스에서 6번 떨었어졌다. 참 우습게도 후진 기어만 넣으면 기어가 들어가지 않아 6번 다 떨어졌으니 주행 한번 못해본 거다.
난 6번 떨어졌을 때, 저수지에서의 악몽과 구혼 받은 내 육체를 떠올리면서 만세 불렀다.
"정녕 내게 면허증을 허락하시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내게 멀게만 느껴지던 그 면허증을 최근에 다시 따려고 하는 건, 주변 사람의 권유 때문이었다. 어쩌면 내 자신 또한 그 흔한 면허증이 없는 허탈함이라든가 소외감이 있었을 터, 정녕 운전을 안 할지라도 면허증만은 꼭 따고 싶었다.
난 이번엔 악몽의 트럭이 아닌 2종 오토를 선택했다. 필기시험은 딱 10분만에 86점으로 합격했다. 난 필기시험을 최대한 빨리 보기 위해 애썼다. 마지막 동영상 문제에서 2분 잡아 먹은 게 아쉬울 정도였다.
난 요즘처럼 쉬워진 기능 시험에서도 한번 떨어지는 아픔을 맛 봤다.
전에 무면허로 트럭 몰고 도로까지 다녔을 터, 따로 2종 오토 한번 연습하지 않은 게 문제였다. 동영상이라도 봤으면 합격했을 텐데, 아내의 차종과 다른 차에 당황하여 떨어진 것이라 여긴다.
난 두번만에 그 기능 시험을 합격했다.
그리고 학원에 등록하여 주행 연습을 했는데, 그 주행에서 또 2번 떨어지고 말았다.
지금부터 내가 왜 방향감각의 종결자인지 말하고자 한다.
난 자동차 학원을 인터넷에서 검색한 후 자전거 타고 찾아갔다.
거리상으로 10킬로미터 이내일 텐데 무려 두 시간이 걸렸다.
그중에 1시간은 자동차 학원 300m 주변을 헤메며 찾는데 소요됐다.
난 주행 연습일자를 받은 후엔 학원차로 왕래했고, 6시간 연습 후 주행 시험을 봤다.
내가 첫번째 시험에서 떨어진 결정적인 이유는 방향을 잃었기 때문이다.
난 그날 밤 6시에 학원을 향해 자전거를 달렸다. 한번 갔던 길이라 거의 10분 만에 E마트 까지 갔다. 그때의 마음은 심마니가 산삼을 본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난 1시간 동안 대일자동차 학원을 찾아 헤맸다. 힘겹게 학원을 찾은 후, 코스 반바퀴만 돌고 집에 돌아갔다.
다음 날 4시간 동안 인터넷으로 지도 공부를 한 탓인지 다시 학원까지 가는데 별 어려움이 없자 난 또 한번 벅찬 감동이 파도 처럼 젖어드는 걸 느꼈다.
주행 코스 따라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서 주변을 살펴보면서 A코스 까지 어려움 없이 당도했고, 다시 B코스를 따라 안산호수공원 까지 잘 나갔는데, 난 순간 방향을 잃고 거의 두시간 동안 자동차 학원을 찾는데 진땀을 흘렸다.
도대체 코스 답사하지 않은 것만 못했다. 처음 떨어졌을 때, 겨우 몇 점 미달이었을 뿐인데, 난 내가 방향 감각 없다는 것만 처절하게 깨우친 것이다.
난 수십번 외쳤다.
"나는 바보! 바보! 바보! 나는 헤매기 위해 태어난 사람인가?"
두번째 시험 본 날 아내가 3시간 동안 나를 태우고 코스를 돌았다.
아니 내 뇌도 돌고 돌았다.
학원에 들어갈 때와 시험보기 위해 나올 때 방향이 그만 뒤집히고 말았다.
난 두번 째 시험 시작부터 헤맸다.
비는 오고 와이퍼는 헤매는 내 눈동자에 더욱 거슬렸고, 빗길 탓인지 차가 빨라진 느낌이 들어 너무 계기판만 바라보다가 신호 위반으로 난 실격 당하고 만 것이다.
아내는 시험이 끝나고 허겁지겁 아내 차를 찾는 나를 향해 차에서 내려 손을 흔들어 주었다. 문을 열고 타려는 날 행해 아내는 미소지으며 합격했어 물었을 때, 난 눈물로 대답하고 싶었지만, 웃으면서 또 떨어졌다고 했다. 아내도 웃었다. 정말로 할말이 없었다.
두번째 주행에서 떨어지 후에 잠을 청하는데 잠이 올리 있는가?
내겐 시작하는 방향이 두 곳인 것을 어쩌면 좋으랴!
하나를 신경 쓰면 하나를 망각하는 것을 어쩌면 좋으랴!
매형 차로 고향에 갈 때
40년도 넘게 산 시골 풍경이지만
때론 낯설게 느껴져
어! 저런 동네도 있네 생각하는 순간
자동차가 동네에 진입하려고 방향을 바꿀 때,
난 속으로 운다.
난 아직 주행 시험 날짜를 받지 않았다.
20년 동안 9번 떨어졌을 뿐이지만
내겐 200번 떨어진 기분이 든다.
내가 면허증 따는 날
난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를 지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