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생
김선우
거꾸로 가는 생은 즐거워라
나이 서른에 나는 이미 너무 늙었고 혹은 그렇게 느끼고
나이 마흔의 누이는 가을 낙엽 바스락대는 소리만 들어도
갈래머리 여고생처럼 후르륵 가슴을 쓸어 내리고
예순 넘은 엄마는 병들어 누웠어도
춘삼월만 오면 꽃 질라 아까워라
꽃구경 가자 꽃구경 가자 일곱 살배기 아이처럼 졸라대고
여든에 죽은 할머니는 기저귀 차고
아들 등에 업혀 침 흘리며 잠 들곤 했네 말 배우는 아기처럼
배냇니도 없이 옹알이를 하였네
거꾸로 가는 생은 즐거워라
머리를 거꾸로 처박으며 아기들은 자꾸 태어나고
골목길 걷다 우연히 넘본 키작은 담장 안에선
머리가 하얀 부부가 소꿉을 놀 듯
이렇게 고운 동백을 마당에 심었으니 저 영감 평생 여색이 분분하지
구기자 덩굴 만지작거리며 영감님 흠흠, 웃기만 하고
애증이랄지 하는 것도 다 걷혀
마치 이즈음이 그러기로 했다는 듯
붉은 동백 기진하여 땅으로 곤두박질 칠 때
그들도 즐거이 그러하리라는 듯
즐거워라 거꾸로 가는 생은
예기치 않게 거꾸로 흐르는 스위치백 철로
객차와 객차 사이에서 느닷없이 눈물이 터저 나오는
강릉 가는 기차가 미끄러지며 고갯마루를 한순간 밀어 올리네
세상의 아름다운 빛들은 거꾸로 떨어지네
**********
어제 못다 내린 빗님인지
잘 익은 감자분같은 비가
포슬거리며 내리고 있습니다
간밤의 월드컵 응원 열기가 다 식은듯
조금은 노곤하고 차분한 주말입니다
엊저녁 상록수 미사에는 류신부님의 친구이신
윤상용 신부님께서 오셔서
상록수 미사를 집전해주셨는데
눈망울이 아기같이 해맑고 동그란 신부님이셨습니다

조용하고 평화롭게 느껴지는 강론에
모두들 귀기울여 열심히 듣게 하셨는데
설득력과 목소리크기는 반비례한다는 말이 생각나게 하셨지요^^
마지막에 너무나 가슴 찡한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눈을 부릅뜨고 힘을 주어봤지만
대책없이 눈물이 줄줄 흘러 내렸습니다
그나마 다행인건 코만 훌쩍대지 않으면
미사포에 가려서 옆사람에게 안 들킬 수 있으니
영세를 받은게 어찌나 감사한 마음이 들던지요 ㅎㅎ
아이들이 차례로 기도를 드리고
<주님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하는 부분에서 재빨리,
오늘밤 월드컵 이기게 해주세요 라고 기도를 드리고 생각하니
우루과이 사람들도 기도를 드릴텐데 어떡하나 싶어^^
잠시 망설이다
'주님 그 쪽의 기도는 못들은척 하시고...엥?
아니아니~ 그쪽의 기도는 무시하시고...이것도 너무한가?
아니..그냥...주님 뜻대로 하시옵소서...'
이럴때만 <주님 뜻대로>라고 온전히 순종하는척하니
에구...내가 생각해도 좀 고약하다...싶었습니다^^
하여간에 경기에 지고보니 선수들 보기가 마음이 아팠는데
이렇게 우리나라 사람들이 한마음이 되도록 만드는
스포츠의 힘이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같은 편을 응원한다는 이유만으로 이렇듯 화합이 가능하다면
그렇다면 지구와 다른 행성이 축구시합을 벌인다면
(스페이스컵? 유니버스컵?^^)
세계 평화도 그리 어렵지 않게 이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했더랬습니다 하하~~
쓰잘데기없는 이 상상은 제가 경기를 보고있으면
혹여 골을 먹지나 않을까 하는 징크스에
소심하게 돌아누워서 냄표니와 딸내미가 질러대는 소리와 탄식의 강약으로
경기내용을 나름대로 분석해보며
꾸어본 꿈이었습니다^^
그래도 축구가 세계 평화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될지
혹 모르는 일이잖아요?ㅎㅎ
윤상용 신부님께선 다음 일정이 바쁘셔서
저녁식사도 못하시고 서둘러 떠나셨지요
그러실줄 알았으면 차안에서 드실 간식이라도 준비하는건데
우리만 맛있는 저녁을 먹게되어서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영혼의 쉼터에서 곡스모자랑 주니맘님 하늘바람님이
미사에 참석해 주셨지요
상록수에 손님들이 오실때마다 느끼는 일이지만
처음뵈도 별로 낯설지가 않고 알던 친구같은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만남은 처음이지만 마음을 먼저 나누어서 그런가 봅니다^^
꼬모샘과 샬롬님과 보라꽃이 우중에 먼길을 달려와주어서
(연약한 몸매와 천상여자인 사랑많은 세 아가씨 지요^^)
봉사자분들과 상록수 식구들까지 모두 모여 미사가 시작되길 기다리고 있자니
우리가 참 복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지요^^
따뜻한 마음을 나누러 와주신 분들 덕분에
하느님께 처음부터 끝까지 감사의 기도가 우러나오는
행복한 미사를 드렸습니다
축구를 허무하게 지고나니
새벽이지만 잠은 안오고 채널을 돌리다가
전쟁영화를 하길래 보게 되었습니다
축구의 들뜬 기분에 6.25가 묻혀서 지나가버렸는데
그러니까 금요일날 6.25때 재우이눔 교실앞 등나무에 앉아
졸다가, 책을 보다가, 땀을 씻다가 ,눔이 소리에 귀를 쫑긋 세웠다가,
혼자 더위와 씨름을 하고 있었지요
복도가 훨 시원한데 눔이와 눈이라도 마주치면
공부자세가 흐트러질까봐 나와서 서성대게 되는데
이글거리는 태양이 무섭게 느껴지도록 뜨거운 날이었습니다
교정에는 사람 기척 하나없고
엄청 씩씩하게 생긴 커다란 개미들만이 분주하게 발밑을 오가는데
그눔들을 안 밟으려 신경써서 서성대자니
다리가 꼬일적도 있고 짜증도 납니다
작은 생명 하나도 다치게 하지 않으려는 갸륵한 마음에서가 아니라
개미라고는 하지만 하도 굵어서 그걸 밟았다가는
무얼 밟았다는 끔찍한 느낌이 올게 분명해서
비켜,비켜 하며 서성였지요
이 뜨거운 날에 에어컨 나오는 차도 없이
뜨겁고 무거운 짐짝들을 등에 지고 피난을 갔겠구나...
그냥 걷기도 죽을판인데
죽음의 공포에 짓눌리면서 먹지도 씻지도 쉬지도 못하고
끔찍한 고생들을 했겠구나...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을 눈앞에서 보아야하는 기막힘을 당했겠구나
나라의 운명이 일본의 강점에서 풀려난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가 되었으니
나라를 위해 싸우다 스러져간 젊음들로
우리나라 어디를 파도 젊은 주검이 나올만큼
가슴저미는 죽음이 많았겠구나
축구 응원한다고 밤새워 길에 쏟아져나온 저 젊음들이
지금 전쟁이 나면 조국을 위해 저렇게 앞다투어 쏟아져 나올것인가
하기 쉬운 애국, 자기만 아니면 괜찮은 희생...
얼굴에 훅훅 끼치는 열기에 저도 모르게 비참한 상념들이 떠올랐습니다
고통스러웠던 우리의 근현대사에 비추어볼때
좀 더 책임있고 자각있는 행동들이 필요해 보입니다
나라의 존망이 걸린 다른 중요한 이슈에는 관심조차 없고
손쉽고 즐기면 그만인 애국에만 열을 올리는건 아닌지...
6.25 발발 연도를 알고있는 대학생이 많지않다는 뉴스에
기성세대로서 좀 걱정이 되는게 사실입니다
그 연도를 알고모르고가 문제가 아니라
사회도 부모도 학교도 진정한 한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갖추어야 할 책임이나 역사를 가르치는데 지금처럼 소홀해서는
기럭지만 길고 속은 나약한 수수깡같은 젊은이들로
키워내게 될까봐 우려가 되어서요...
내일부터 기말고사가 시작되니 수험생이 둘인 우리집은
쥐죽은듯이 연필 사각거리는 소리만 나야하지만
재원이눔은 짱구 비디오를 욜심히 시청하고 계시고
다예는 간밤의 불면을 보충하느라 오수를 즐기고 계십니다^^
주말이니 맛있는 음식 한가지라도 해먹이고 싶은데
머리에 떠오르는게 없네요 ㅠ.ㅠ
상록수에서 어제 먹은 맛있는 왕언니표 반찬들이 생각나네요 히~^^
재원이가 상록수에서 스팸을 하나 챙겨와서 살림에 보탬을 주었지요
눔이는 확실히 효자 맞습니다 하하하~~
스팸넣고 부대찌개나 보글보글 끓여볼까요?
맛있는 저녁 해드시고 평안한 주말 저녁 보내세요
그리고 7월이 시작되는 멋진 새로운 한 주를 맞으시길 바랍니다~
아뒤유~
첫댓글 뚱땡이님의 글을 읽다보면 생각을 많이 하시고 사시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축구 할 때에도 가슴 떨려서 축구를 보지도 못하고 기도도 못하고 6.25도 아무 생각 없이 보냈습니다. ㅎㅎ 생각이 많아지는 건 거울을 봤을 때 언제 이렇게 많이 늙고 미워졌나하는 생각이 들 때입니다.
거꾸로 가는 생이면 즐거울까요. 마음이 순수함을 잃지 않고 거꾸로 가는 것은 괜찮을 것 같아요. 행복한 주일 저녁 시간 되세요*^^
어렸을 때 전쟁을 겪었지만 아직도 기억에 생생해요. 지옥처럼 무섭고 비참했던 그때가...북쪽하늘에서
터지는소리가 났고 우리 국군이 남으로 후퇴하고, 북한군이 서울을 점령하는 것을 나는 보았지요. 서울은 불바다 페허로 변했고, 시체가 길거리에 쌓여 있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지요...그때 아버지를 잃었고, 오랫동안 전쟁 나는 무서운 꿈에 시
리며 살았답니다. 아,
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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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살아있음이 기적이지요...
다음 6.25때에는 이번처럼 무심히 안 지나가고 알려줘야겠습니다. 행복한 날 되십시오.*^^
별하나님은 전쟁을 겪으셨군요, 아무것도 모르면서 들은 얘기로도 가슴이 떨리던데 직접 그 악몽을 겪으셨으니 오죽하셨겠어요. 전쟁때 살아남은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들...참말 기적인거죠.이제는 무서운 꿈에서 벗어나셨기를 기도드립니다...
제가 돌보는 할머니께서도 생생하게 이야기 해 주세요...12살 먹은 북한 군인도 잇었데요..밤에 평상에 앉아서 엄마 보고 싶다고 그렇게 울드래유...쩝
6,25가 벌써 60주년입니다.2년여 전쟁에 800만명이나 죽었다니 이것은 전쟁이라기 보다는 학살에 가까웠던 것이지요.남북한이 서로 반인륜적인 잔학한 살상행위를 자행한 겁니다. 어느 신부님 강론말씀에 우린 이 전쟁을 계기로 아직도 서로를 용서 못하고 죽어도 용서를 못한다고 이날까지 반목하고 있는것은 말도안된다고, 예수님은 7번 아니라77번도 더 나아가 용서에는 횟수가 없다고 하시는데 우리 그리스도인들 조차도 다 용서해도 그들만은 안된다고 한다면 얼마나 모순된 신앙관이냐고 반문하시더라구요. 글쎄 우리는 참으로 많은 반공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입니다. 신앙과 이데오로기 앞에서 우리가 어떻게 선택을 해야 참 선이고
참 진리인지 난감합니다. 주님, 내 발 앞에 등불되소서...
록은님 말씀에 참말 공감이 갑니다, 어떻게 살아야 후회없는 선택을 하는걸까요...? 평화롭게 살고 싶어요...누굴 미워하는건 너무 힘들잖아요...
나도 재원이랑 똑같이 짱구에 빠진적도...아무리 봐도 짱구 같은 애가 좋으니...!
소금님이
구 팬이시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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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겨워하면서도 저도 
구 잘 들여다봐요^^ 지금 운동 시켜놨더니 자전거 돌리면서 200에서 바로 1.000으로 뛰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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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놈이가 헷갈렸는지 아니면 제가 안듣고 있는줄 알고 꾀를 파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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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익은 감자분 같은 비...........캬......................
그런 비라면 몇시간이라도 맞고 다닐만하지요?............그런데 곡스님 캬~~~소리가 빈대떡에 쇠주 한잔 쭉 ~~~~~~~~~ 그 다음소리같네요.ㅎㅎㅎㅎㅎㅎㅎ
ㅋㅋㅋㅋㅋ..딩동댕^^
잘 익은 감자분 같은 비 ...캬.... 곡스에메 흉내 감자 묵고 잡으라. 어쩜 그런 맛있는 표현을...저도 여러편의 6.25 참전 용사들의 한국방문 다큐를 봤는데 정작 봐여할 우리아이들은 음악프로 보고파하고 늙어가는 나는 U.N묘지 참배하는 그들을 보며 추억에 젖고 자고 나란곳이 그 근처라 기도 모임도 그곳에서 하고 명절에는 한복입고 방문하고 평상시에도 늘 가던곳이라 남의 나라 전쟁에 꽃다운 나이에 참전해 목숨을 잃은 그들을 보며 참 감사한 마음이었는데 우리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10명중 6명은 전쟁이나도 참전 안하겠다는 요즈음의 통계를 보며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렇지만 희망을 가져봅니다.
조사하는것이 항상 만약에 전쟁이 난다면 ? 하고 물었겠지요. 실제로 나라에 위급한일이 생기면 동참하겠지요. 우리나라이니까요.
그러게요
축구라면 진절러리를 내는 제가 월드컵 응원하는걸 보면요 
참말 전쟁이 나면 다들 동참할거예요
우리나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