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고 흥겹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그러니까 꼭 열흘 전 전야제하는 날부터 나는 육상에 빠졌다. 걷기를 참으로 싫어하는 내가 육상을 좋아해서도 아니다. 처음엔 그냥 개최지 시민으로서 육상대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이 대일산필을 통해서 참가하자고 권해놓고 내가 빠질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첫 경기인 여자 마라톤을 길거리에서 응원하고 나서부터는 그런 생각들이 바뀌었다.‘대구일보’의 ‘관중석에서’ 라는 육상대회 특집에서 썼듯이 ‘누가 육상을 비인기 종목이라 했던가!’ 싶은 것이다. 재미있었다. 마지막 경기 남자 400m 계주까지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특히 폐막식 직전 남자 400m 결승에서 이번 대회의 최고 스타라고 할 수 있는 우사인 볼트가 참여한 자메이카 선수들이 세계신기록을 수립하는 순간은 내게 영원히 잊지 못할 일이 될 것이다. 육상의 각 종목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하기 때문에 깊은 재미는 내가 캐내지 못했다.
그러나 만석 경기장에서 선수가 아닌 관중들이 만들어 내는 아름다움은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무엇보다도 경기장을 꽉 채운 관중석, 연인원 45만 명 정도로 추산하지만 가고 싶어도 표가 없어 입장하지 못한 사람이 적지 않으니 이 얼마나 큰 성공인가.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13회째였는데 이 보다 더한 기록은 없었다. 이런 일을 대구 시민이 해냈다. 대구의 저력이다.대구의 저력은 이것뿐이 아니다. 관중석의 경기 관람 태도다. 선수가 응원을 요청하면 조금도 아낌없이 박수와 함성으로 답해주었고, 경기 진행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대형화면에 살비가 나타나서 ‘쉿’ 하면 일시에 조용했다. 이렇게 절도 있는 응원이 어디에 있었던가 싶다. 경기 진행 팀에서 관중석으로 카메라를 돌려 ‘키스타임’을 만들면 화면에 비친 사람은 키스를 하고 관중은 환호를 보냈다. 이런 즐거움은 대구스타디움 아니면 만날 수 없는 것이다. 이 또한 대구의 저력이 아닐 수 없다.시민 서포터즈와 자원봉사단 그들의 활동은 정말 눈부셨다. 신나게 일하며 즐겁게 봉사했다. 그들의 얼굴에서 피어나는 환한 미소는 세상에 저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있을까 싶다. 구경만 하고 있는 내가 미안해서 나도 뭐 도와서 일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다.
마라톤 경기가 이루어질 때 나는 한동네 사는 아파트 주민들에게 같이 응원하러 가자고 성화를 부리고 응원하는 관중들에게는 내가 괜히 고마워서 음료수를 사서 돌리며 흥분했다. 나는 육상대회 순간순간이 즐거워 그것들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새로 산 탭으로 열심히 눌러댔다. 육상선수권대회가 그리워지는 날이면 언젠가 그 때 감동을 재생시킬 준비를 한 것이다. 이번 대구대회는 내 생각으로는 ‘이 보다 더 잘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 큰 행사에 더러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만 이번엔 거의 완벽했다고 볼 수 있다. 경기를 매일 관람한 시민의 입장에서 그렇게 생각되는 것이다. 여기서 무엇을 더 바랄 것인가. 우리 선수들이 입상권에 들지 않은 것이 아쉽긴 하지만 대구는 세계 육상을 위해 잔치를 벌였고, 그 잔치는 지구촌 모든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자메이카 팀이 400m 계주에서 세계신기록을 수립한 것도 대구 시민들에 주는 커다란 선물이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하늘도 대구를 도와 태풍도 비켜가게 하고 그 잣던 비도 경기기간 내내 참아주었다. 대구 사람들의 정성이 하늘에 통했나 보다. 대구의 저력을 한껏 내 보인 육상선수권대회였다. 대구, 세계에 우뚝 선 자랑스러운 도시다. 손경찬 수필가ㆍ(사)대구예총 예술소비운동공동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