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3.14. 불날. 날씨: 아침저녁으로 찬기운이 있다 낮에는 따듯한 봄날.
아침열기 ㅡ 수학의 날(프랙탈, 칠교, 곧은선으로 굽은선 그리기, 수학기호) ㅡ점심ㅡ청소ㅡ수학(칠교와 도형ㅡ구구단 선그리기) ㅡ마침회ㅡ5,6학년 영어-가정방문
[파이의 날, 규칙과 기준을 찾는 수학]
학교에서 북쪽 방향으로 마을 길을 걷는다. 마당에 모여 인사를 잘하자 연습을 몇 번 했더니 마을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인사를 건네는 아이들이다. 당분간 날마다 인사를 잘하는 연습을 해야겠다. 교실로 들어와 피리를 불고 시를 읽고 수학의 날 채비를 했다.
3월14일을 파이데이로 수학을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로 해마다 수학의날 행사를 하는데, 이번 수학의 날은 6학년 네 어린이가 선생이 되어 어린이들과 활동 수학을 한다. 본준이가 칠교, 지안이는 수학기호와 셈, 수학 기호 얼굴에 그리기, 한주는 프랙탈로 입체편지 만들기, 현서는 곧은선으로 굽은선 그리기(스트링아트)를 맡아 이끄는데 정말 선생 노릇을 제대로 한다. 네 모둠으로나눠 30분씩 바꿔가며 네 가지 활동을 모두 마쳤다. 6학년 아이들이 모둠 수업에서 이끌기 위해 미리 공부하고, 선생들이 아이들을 돕는 구조로 준비한 수학의 날, 아이들마다 만족도가 높고 선생이 되어 동생들을 가르치는 6학년들이 배운 게 많다. 다양한 동생들과 알맞은 시간 배치가 힘들었지만 재미있었다고 말하는 6학년 아이들 표정에 뿌듯함이 가득하다. 예전 모둠마다 활동 꼭지를 맡아 이끄는 노릇을 할 때처럼 미리 공부하고 준비한 아이들이 힘들지만 보람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이었다. 함께 다닌 지안이와 2학년 나윤이와 동규가 수학에 푹 빠져 손을 놀려 생각하는 모습을 보니 저절로 좋아서 웃음이 난다. 생각을 키우고 규칙과 기준을 찾아내는 수학 재미를 아이들이 제대로 느낀 날이다.
우리 학교에서 수학은 놀이이자 삶을 가꾸는 시간이다. 전체로 보는 눈을 갖도록 대칭과 규칙을 찾아내고, 기준을 세워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도록 한다. 수와 셈 익히기도 아주 중요하지만 계산과 문제풀이로 수학을 느끼게 하지 않고 삶의 줏대와 잣대를 길러 삶을 가꾸는 게 먼저라고 본다. 학년마다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과 자연수와 분수·소수의 사칙연산, 도형, 측정 영역을 알맞게 나누어 하고 있고, ‘생명을 살리는 머리셈’이나 알맞은 문제 풀기로 사칙연산을 익히기도 하고, 모둠마다 선생들이 활동지를 만들고 문제풀이수학이 아닌 창의력과 문제해결능력을 기르려 애를 쓴다. 수학이 수와 셈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과 자연에 가득하다는 걸 보여주려 애를 쓰는 것이다. 그래서 수학 시간은 놀이와 신기함이 있는 활동들이 많다. 음식을 만들 때도, 자신이 쓸 책상을 만들 때도, 몸자람표를 만들 때도, 메주를 만들면서, 집을 짓고 평상을 만들면서도, 텃밭을 잴 때도, 텃밭과 뒷산과 길 위에서도, 종이접기로, 구슬로, 딱지로, 콩으로, 선그리기로, 재고 만들고 그리고 쓰며 온 몸으로 수학을 한다. 그렇기에 아이들에게는 놀이와 수학은 늘 붙어있다. 물론 높은 학년에게는 차분히 앉아 셈을 하는 시간과 집에서 풀어 와야 할 숙제도 갈수록 늘어난다. 대안학교에서 숙제가 있다고 하면 웃으려나. 그러나 익힘은 어느 곳에서나 필요하기에 아이에게 부담이 되고 괴로운 일이 되지 않으면 그만이다. 또한 익히는 과정에 아이들이 수학을 지겹고 삶과 떨어진 쓸모없는 것으로 문제집 푸는 것만을 수학이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철학이 녹아있는 수학 활동의 힘을 바탕으로 익힘의 시간이 필요함을 잊어서는 안된다. 배움의 열정을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익힘은 아이 기운에 맞게 알맞게 들어가야 한다. 일정한 추상의 단계에서는 재미 여부와 상관없이 수학에 대한 선호가 그대로 드러나기도 하고 그대로 수학에 대한 자신감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그러나 대개 초등 수학은 자연 속 일과 놀이로 양감을 직관으로 기르고 규칙과 기준을 세우고 문제해결력과 상상의 힘을 높여가는 것이니 몸을 쓰고 이야기가 있는 수학 활동에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초등수학에서 지나친 익힘은 추상단계에서 필요한 끈기와 호기심의 싹을 잘라버릴 수 있다. 알맞게 익히며 자신감을 길러주되 독이 되지 않도록 가르치는 사람이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어려운 일이지만 알맞게 익힘이 자신감에 필요하다면 수업 시간 구성과 저마다 기운에 맞게 과제를 내놓는 것도 소홀해서는 안되겠다. 골고루, 때론 저마다 좋아하는 영역이 조화롭게 발달하도록 돕는 몫이 크다. 높은 학년에서는 입체도형을 만들어 보며 겉넓이를 구하는 아이들이고 배우는 속도와 저마다 느끼는 수학은 다 다르다는 걸 알지만 누구에게나 어려운 부분은 있다. 또한 아이들 모두 다 수학을 좋아하는 건 아니다. 그래도 모둠마다 재미있는 수학활동을 하고, 오늘처럼 모두가 수학을 즐기는 날을 자주하니 앉아서 셈만 하는 것만으로는 줄 수 없는 삶의 줏대와 잣대를 기를 수 있음을 날마다 확인한다.
오늘 수학놀이를 다시 생각해본다. 프랙탈은 대칭과 규칙을 한 눈에 보여주니 좋고, 칠교는 일곱 조각으로 도형과 공간의 상상력을 북돋으니 좋다. 곧은선으로 굽은선을 그리며 색다른 시각과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고, 수학 기호의 유래를 듣고 얼굴에 그리며 +-×÷=으로 계산을 해본다. 중국에서 5천년 전에 시작된 놀이로 세상에서 가장 정교한 놀이로 알려진 칠교 놀이는 아이들의 창의력을 키우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된다. 7개의 도형으로 정말 많은 모양을 만들고 도형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으며, 눈과 손을 동시에 써서 즐기는 놀이이다. 수학 기호를 알고 기호를 써서 셈을 하며 몸에 수학 그림 그리기는 수학을 재미있고 신나는 미술 활동으로 익히며 수학과 친하게 할 수 있다. 곧은선을 굽은선으로 만들어내는 수학 활동(영어로 스트링아트)은 도형 안에 규칙있게 점을 찍거나 모든 점들을 직선으로 연결시켜 곡선을 만들어낸다. 잘 보면 원이나 사각형 같은 도형이 다 점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점들을 일정한 규칙에 따라 선으로 연결하면 선들이 모여서 곡선이 되는 것이다. 색연필로 그리는 것도 예쁘지만 여러 가지 색깔 실을 바늘에 꿰어하면 아주 길게 해야 완성되는 예술이기도 하다. 프렉탈이란 작은 구조가 전체 구조와 비슷한 형태로 끝없이 되풀이되는 구조를 말한다. 자기 유사성을 갖는 기하학 구조를 프랙탈 구조라고도 한다. 프랙탈 카드의 핵심은 같은 과정을 원하는 만큼 계속 반복하는 것이다.
낮 공부 시간은 4월부터 헤엄인데 지금은 자유롭게 수업을 구성한다. 아침 나절 몸으로 쓴 수학을 하나 하나 확인한다. 네 가지 활동을 모두 기억하는데 칠교로 도형이야기를 더했다.정사각형 색종이를 다시 기준점을 잡아 접고 자를 대고 그려 칠교를 만든 뒤 직각삼각형 갯수를 찾고 정사각형에서 90도 각도를 그려본다. 다양한 그림을 만드는 활동은 본준이가 준비해서 모두 한 뒤라 스스로 칠교를 만들고 도형 이야기를 하며 갈무리를 한 셈이다. 수학 공책에 옮겨놓고 쉬는 시간 뒤 구구단 선그리기를 했다. 구구단으로 선을 그리면 도형이 나오고 선과 면 속에 규칙을 찾아가는 손 놀림에 수학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