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조금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새 화폐 도안에 석굴암 석가여래상이 들어간 데 대해 "특정 종교를 두둔하는 처사"라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한은은 국사편찬위원회 등에 자문해 "민족문화를 대표할 수 있는 국보급 예술품 중에서 선정했다"고 설명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박정희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로 도안을 세종대왕으로 바꿔야 했고 1만원권 유통도 1년 늦춰졌다.
▶오늘부터 시중에 풀리는 5만원권도 비슷한 논란과 곡절을 거쳤다. 1만원권이 발행된 1973년 이후 36년 사이 물가는 12배 이상, 국민소득은 150배 넘게 뛰었다. 고액권 발행의 근거로 이렇게 경제규모가 커졌다는 사실과 함께 자기앞수표의 문제점이 거론되는 것도 그렇고, 과소비와 물가 상승의 부작용이 걱정되는 것도 비슷하다. 5만원권 도안을 놓고도 이런저런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주머니에 흔히 '배춧잎'으로 불리는 1만원권 한 장이 들어 있으면 든든하던 시절이 있었다. 1만원권이 처음 발행된 1973년 포항제철 기능직 1기로 입사한 직원들은 첫 월급으로 2만4000원을 받았다. 쌀 여섯 가마니를 살 수 있는 돈이었다. 당시엔 월급 1만원도 적은 보수가 아니었다. 지금은 1만원으로 쌀 3~4㎏밖에 못 산다. 그래서 고액권 발행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불안과 걱정이 가시지 않는 게 대부분 국민의 심정일 것이다.
첫댓글 신사임당은 현대에 더 잘 어울리시는 분 같습니다... 지혜로운 여인은 가문을 일으키지요 나아가 나라의 기틀이 되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