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신문을 보니 왕가위(王家卫) 감독 인터뷰가 신문 2개 면에 걸쳐서 나왔습니다. 왕가위 감독 영화 중에서 중경삼림, 화양연화와 함께 동사서독을 다시 상영한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왕가위 감독을 "90년대 감성의 신" 이라고 부르던데, 일부 과장은 있어도, 그의 영화들에 매혹되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탱고를 시작한 이후로는 시간 날 때마다, 탱고만 했지, 영화는 안 보았습니다. 올해 왕가위 감독의 일대종사라는 영화가 개봉했던 것은 아는데, 구경은 못 갔습니다. 일이 바빴고, 시간이 좀 나면 탱고빠에 들르곤 했기 때문에, 영화를 볼 수가 없었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탱고 동호회 게시판에 영화감상기를 적는 것이라고 생각해 봅니다.)
그의 영화 중에서 중경삼림, 화양연화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지만, 90년대에 처음 보았을 때 동사서독의 경우 아름다운 화면은 기억 나도, 내용은 전체적으로 잘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 나이가 들었으니, 지금은 어떠려나 궁금해서, 극장을 찾았습니다. DVD를 알아볼 수도 있었지만, 아름다운 장면을 넓은 화면으로 보고 싶었기 때문에 극장에 갔습니다.
이번에 다시 동사서독을 보니까, 전체적인 이야기가 더 잘 이해되기는 하였습니다. 영상의 아름다움은 시간이 지나도 압권입니다. 동사서독에 나오는 모든 주인공들은 상처를 가지고 있는데, 그 상처들이 아름다운 장면들로 표현이 되어 있습니다.
90년대에 처음 보았을 때, 놓친 것 중에서, 장학우, 양조위, 장국영의 인생관에 대한 비교가 있습니다. 양조위는 자신의 상처를 잊기 위하여 무모한 선택을 합니다. 동생의 복수를 원하는 가난한 여자의 청을 들어주겠다는 정의 혹은 자기 만족을 위하여, 장학우도 무모한 선택을 합니다. 장국영은 현실 비관적이고, 이지적이어서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서거나, 대의를 위해서 무모한 선택을 하지는 않습니다. 장국영은 과거의 상처로 인해, "누가 나를 배신하느니, 내가 먼저 배신하겠다"의 생각을 가졌던 사람입니다. 영화 마지막에서는 장학우의 영향인지 장국영은, 자신이 살던 사막의 집을 불 태우고 사막을 떠납니다.
한 때 홍콩 스타들이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었죠. 지금 우리에게 홍콩 스타라면, 헝얏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