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비추한다고 말하고 시작하고싶음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음
1. 미친물가
2. 구직난
3. 압도적으로 을의 위치인 '한인 워홀러'
4. 그로인한 스트레스를 해소할 요소 전무후무
5. 영어 실력 향상에 의문이 들기시작
글이 진짜 길기때문에 워홀을 고민중인 사람이 봤을때 도움이 될 것 같고, 주변에 혹시 있다면 보여줬으면 좋겠음. 뜯어말린다 이게 아니라 내가 느낀것을 보고, 그럼에도 오고싶다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왔으면 하는 마음인거임.
일단 내 얘기를 해보자면 보통 후기들 찾아보면 로컬잡(캐나다인이 사장, 동료도 다 캐나다인 혹은 서양권 사람), 서버 등으로 일하면 시작이 좋다는 케이스임. 다들 로컬잡 혹은 서버를 꿈꾸며 가고, 나는 운 좋게도 여태 서버로만 일했음. 입국하고 한달은 탱자탱자 놀면서 이 나라에 적응하며 보냈고, 어찌저찌 일식집 서버로 일하며 시간당 29불 즉 29000원 받으며 일한시간대비 많이벌고있음.
이제 차근차근 말해보자면
토론토, 호주도 미친 물가라고 알고있지만 밴쿠버도 미친물가임. 미친물가라는 말은 장 볼 때의 그 물가가 아니라 집 월세, 외식 비용 얘기하는거임. 나는 흔히들 말하는 중심지, 다운타운에 사는것도 아니고 거기서 20분 가량 떨어진 1존 내에 거주중인데, 반지하+방4개(4명이서 쉐어하는 하우스)+화장실 하나 이 조건으로 월세를 850불 즉 85만원 냄. 거기에 통신비, 교통비까지 합치면 달에 숨만쉬어도 1100불 즉 110만원이 나가는데, 나는 정말 집을 잘 구한거여서 이정도인거고..
보통의경우에는
[다운타운(제일번화가) 기준]
- 베란다, 거실(그냥 거실에 파티션 하나 세워서 사는것), 계단 밑 단칸방(해리포터방) 거주=월세 90만원~
- 세컨룸(아파트 안방 다음으로 큰 방, 보통 자녀방)= 월세 120만원~
- 마스터룸(아파트 안방, 제일큰방, 화장실 혼자이용)= 월세 180만원~
- 마스터룸 2명이서 거주=월세 200만원~(기숙사처럼 안방에서 싱글베드 두개 두고 함께거주)
이걸 보고 미친물가라고 하는거임. 월세가 장난이아님. 코로나전에는 이정도가 아니었음. 몇년새에 천정부지로 뛰었음. 그리고 나는 집주인을 굉장히 잘 만나서 달마다 전기료 수도세 이런거 안 나가는거지 보통 달에 50불(5만원)까지만 지원해주고 그 이상은 같이사는 사람끼리 n분에 1임. 그럼 '월세 + a'.
월세를 아끼는 만큼 집은 정말 잠만 잘 수 있는 공간이 됨. 거실이나 베란다에서 잔다면 어떨지 상상해보면 수면의 질도 예상이 가리라 생각됨. 그리고 이 동네 건물들 다 노화해서 쥐가 정말많고... 정말.. 많음... 구글리뷰로 식당들 리뷰보면 밥먹는데 천장에서 쥐 떨어지는 일이 일어날수 있는 동네가 벤쿠버임. 근데도 월세가 저 가격인거.
그리고 일단 이 양심없는 월세 미친월세의 '집을 구하는 것'부터 스트레스임. 한국에서 집 구하는 것 처럼 어려운데 집 주인은 당연히 영어만 할 줄 아니까 영어로 소통해야하니 어려움이 두배라 할 수 있겠음. 허위매물도 당연히 있고, 직장인들 중에 돈 좀 모아온사람은 집을 아예 렌트하려고 하는데 렌트사기도 비일비재임. 집주인 복불복 뽑기 당첨돼서 집 문제로 트러블이 생긴다면, 그 또한 영어로 따져서 본인의 권리를 찾아내야함. 참고로 내 룸메는 집주인이 사기범이었고, 여러이유때문에 무서워서 나가고 싶었는데 이 나라는 총기소지 가능국가라 쫄아서 뭐라못하고 90만원을 날려먹고 나왔음.
다음으로 구직난.. 인디드라고 알바몬같은 어플이 밴쿠버에도 있음. 한국과 달리 지원을하면, 연락이 안옴 ^^. 대략 100군데 정도 지원하면 한달뒤에 한 곳에서 연락이 옴. 너의 경력이 휘황찬란하지 못한것 아니냐, 할수있는데.. 내 룸메언니는 요리사경력 8년인데도 100군데 지원해서 1군데 연락옴. 나랑 내 룸메는 한국에서의 경력만 있어서... 100군데 지원했고 0군데 연락옴 ^^. 레주메 드롭이라고 이력서들고 여기저기뿌리는 행위.. 2주동안 여러곳 돌렸지만, 역시나 아직까지 아무데서도 연락오지않음. 이게 로컬잡의 현실임. 이 나라 사람들은 지원하면 연락을 빠르게 주지않음. 그래서 영어를 어느정도 할줄아는 한인들도 로컬잡을 포기하게되는 이유임. 면접조차 보기 힘들기때문에..
자 이제 이 처량한 한국인들이 지원하는 한인잡에 대해서 얘기해줌
한국인 사장들은.. 한국인만 뽑아서 씀. 왜냐하면.. 초과근무 시간 돈 안줌, 주에 40시간 이상 일하면 불법이라 하루 최대 8시간 근무가능인데 10시간씩 혹은 그 이상 일 시킴, 서버로 일하면 트레이닝 받을 때도 팁은 줘야하는데 트레이닝 기간동안은 팁을 안줌(언제부터 줄지는 매니저 마음^^), 그러면서 최저시급 줌 = 캐나다인, 서양권 사람들은 하루만에 그만두겠다 하고 뛰쳐나감. 왜냐? 불법이니까. 근데 워홀와서 영주권을 목표로 온 한국인들은 압도적인 을이기 때문에 그 조건, 그 돈만 받고 일을 함. 한국은 최저시급이 9천원이니까 여기서 최저시급 16750원 받으면 그 돈도 커보이거든..
로컬잡 지원함->연락안옴->한인잡 쓰레기같음.. 근데 돈없어서 못그만둠(월 생활비 최소 120만원)
악순환임.
영어를 네이티브급으로 구사한다면? 이라는 전제는 좀 웃긴게.. 영어를 네이티브급으로 구사할줄알면 밴쿠버로 워홀 왜옴.. 안옴.... 돈 더 많이 벌수있고 팁도없는 호주를 가지 여기 왜옴...
그리고 한인잡도 일 못하거나 자기들 마음에 안들면 짜름. 여긴 그 직원이 근무한지 3개월미만일 땐 당일해고도 되는 나라임 ㅎ... 한인 사장들 당연하게도 좋은 분들은 정~말 드물게있고 안 좋은사람은 뒤지게 많음(블랙리스트도있음). 영주권에 필요한 후원 비자로 갑질하고, 워홀와서 멋모르는 사회초년생들 등처먹기도하고, 일하다 다쳐도 산재..? 그딴거 없음.. 그래서 내가 압도적 을 이라고 표현한거임. 불합리해도 선택지가 적으니까.. 하다하다 한인사장때문에 직원들 개빡쳐서 다같이 한날한시에 퇴사해서 가게 그 날 폐업한 곳도 봤음. 오래 전 일도 아니고 저번 달 일임.
자 그러면 미친 물가+구직난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만만찮은데, 한국인들은 악깡버 기질이 좀 있잖아? 사실 이렇게 ㅈ같아도 보상이 있다면 버틸만한 수준일지도 모름. 하지만 이 나라에는 코인노래방, 피시방? 당연히없음. 소주를 파는 술집? 정말 적지만 있기는 함. 단, 소주 한병에 2만원임. 처음처럼, 카스, 뭐 이런거 다 있음 ㅎ 안주도 한국인 안성맞춤인데 1인분 로제떡볶이 2만2천원, 부대찌개 2인분 3만원 3인분 4만원 짜빠구리 만팔천원 뭐 이정도... 보통 한국에서 4명이서 술집가서 15만원치 먹는다치면 여기선 3명이서 소주 두세병 마시고 안주 두개 시켜먹으면 15만원 나오는 동네임.
노래방도 있긴 해. 서비스 1도 없고 한사람 당 한시간에 2만원정도 함.
최저시급이 높은만큼 외식 물가도 미쳤고, 팁도 15프로부터 시작인곳 드물고 18프로가 최저임. 술집가서 술먹고 뭐하고 5만원 나왔으면 9천원 더 내는거임.
그럼 진짜 외식이 특별한 날 먹는 특별한 외식이 됨 ^^
지금 미친 월세에 구직난에 스트레스 만땅 받았는데 그 돈으로 갈 노래방도 없고 인생네컷도 없고 친구들이랑 만나서 밥먹으면 그냥 한끼에 최소 3만원부터 시작이고.. 술은 인당 5만원부터 시작이고... 친구들이랑 만나서 이거 다 빼면 뭐함? 하루는 친구랑 다운타운 놀러가자!(강남역갔다생각하면됨)해서 갔는데 진짜 할게 도서관 가는거? 말고 없어서 ... 야 시발 할거없는데 집에갈까? 해서 집에옴. 밴쿠버 워홀 검색하면 노잼도시라서 할거없다 그러는데 레알임. 괜히 온동네 인간들이 개 데리고 공원산책가고 개없으면 레깅스입고 온 동네 뛰어댕기며 조깅하는게 아님. 할게없으니까 그런걸 하는거임. 나도 하이킹 생전 안해본 사람인데 이동네와서 할게없어서 산 타고 산 탔음.
난 여기 오기전에 노잼도시라길래 뭔소린가했는데 와서 절실히 깨달음(대전은존잼도시임). 한국인들이 스트레스 받아서 친구들이랑 놀면서 풀만한 거리가 전~혀 없다는것을 ^^. 바다보러가고 산타러가고 호수에서 수영하고 그런거 즐길수 있는 사람만 와야 함. 도시에서 마라탕후루 먹는 삶? 그런거없음... 여기서 자연경관까지 빼면 진짜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할게 없는 동네임.
자 그러면 이렇게까지 스트레스 만땅인 나라에서 영어라도 늘면 되는 것 아니냐 할수있는데, 검색 조금만 해보면 밴쿠버는 인도인에게 먹힌 나라라는걸 알수있음. '이민의 나라'라고는 유명해서 알텐데, 지금은 인도의 나라임. 난민 다 받아줬어서.. 이건 자세히 얘기하면 글이 더 길어질것 같으니 궁금하면 따로 찾아보고 무튼 인도인 옆에 인도인 옆에 인도인 있다고 보면됨. 즉 이게 무슨말이냐면, 미국을 가면 내가 영어못해? 괜찮아! 네이티브인 내가 도와줄게! 가 되는데 밴쿠버는 내가 영어못해? 괜찮아! 나도못해 ㅎㅎ! 인거임. 여기 오면 보통 초반에 밟는 루트가 어학원 다니기임. 학원비가 장난아니라고 알고있음. 근데 어학원 가도 영어는 늘지않음. 왜냐고? 어학원에 영어쓰러 온 학생중에 네이티브는 없거든.. 대만, 일본, 한국.. 동양권 사람임. 영어가 늘려면 네이티브들이 말하는걸 듣고, 직접 그들에게 써봐야 느는데 그 나물에 그 밥끼리 모여서 선생님이 제일 말 많이 하는게 현실임. 여기 와서 사는 사람, 혹은 어학원 다녀 본 사람은 친구만들러 가는거지 영어 늘리려고 가는거 아니라함. 어학원에서 실컷 배워도 한인잡이든 로컬잡이든 구해서 일해보면 네이티브가 뭐라는지 하나도 안들림. 토익듣기의 1.75배의 속도, 그리고 명확치않은 발음(t를 발음하지않는 것), 우리가 한국에서 배우던 어휘들이 아닌 그들이 그들의 나라에서 실제로 쓰는 어휘들(이게제일힘듬)... 한국에서 토익 800점 넘어도 여기서 네이티브들 말하는거 단 한줄도 알아먹기 힘듬. 내가 하는 말을 네이티브에게 이해시키는것도 힘듬. 왜냐? 영어는 악센트가 큰 역할을 하는 언어인데(중국의 성조만큼) 한국인들이 하는 영어는 악센트, 몇음절 단어 이런것 위주로 공부하지 않기때문임. 내가 일하는 곳은 일식집이라 오는 손님들은 나 일본인인줄 알고, 영어 못한다는걸 알고 오는 사람들임. 나한테 주문할때 말하는것과 그들이 음식먹으며 하는 대화 들어보면 나를 배려해줬음을 알수있음 ^^ ㅎ
그러면 여기서 도대체 영어를 어떻게 늘리느냐?
네이티브의 말을 많이듣고, 그들과 어울려야하는것 아니냐? 하겠지.
이게 진짜 현타오는 순간의 정점임.
영어를 어느정도 의사소통은 되는 수준으로 구사할줄 아는게 아니라면, 네이티브들이 나랑 대화로 티키타카가 안되는데 친구를 왜 하겠음. 안 어울려줌.
그러면 선택지는 하나인거임. 밋업이라는 번개모임 어플로 여러 모임을 찾아다니면서 최대한 그들과 어울리는 것... 혹은 공공기관, 영화관 이런곳에 나를 노출시켜 뭐든 듣는 것.....
월세, 구직, 업무스트레스, 일년 중 반년은 비만 내리는 밴쿠버.. 여기서 오는 우울함들을 딛고, 힘을 내서, 번개모임을 신청해서, 최대한 밖으로 밖으로 나돌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 정말 쉽지않음.
나는 이 불안한, 우울한 요소들을 딛고 밖으로 나도는게 너무나도 힘들어서, 나는 잘 풀린 케이스임에도 이렇게 힘들기때문에 쓴 글임. 나는 이럴줄 모르고 왔지만, 누군가는 이럴줄 앎에도 오고싶은 사람이 왔으면 해서... 지금 이 나라와서 나랑 비슷한 시기에 캐나다 온 한국인 친구를 6명정도 사겼는데 그 중 1명은 한국으로 가고싶지만 못 가서 너무 우울해하고, 1명은 결국 다음 달에 한국행 티켓 끊은 상태임. 나도.. 한국 귀국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중이고..
여기와서 좋았던 점은 아름다운 자연경관, 인종차별이 적은 환경에서 영어를 어디에서나 써 볼 수 있다.. 정도? ㅎ.. 지금 밴쿠버로 워홀 와있는 사람 있다면 좋은점 공유좀 ㅎㅎ...
첫댓글 물가.... 못가겟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