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도 좋아하는 군대 이야기...
내가 군에 입대한 건 96년 8월이었다.
숱한 고생을 겪으면서 나도 어느덧 병장이 된 무렵
어느날 바람과 같이 나타난 한 신병의 이야길 하려고 한다.
그의 이름은 최대선이라고 하는데 100까지 세아리지도 못하는
약간은 얼빵한 놈이었다.
소대장은 나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지켜보라고 했고 그 후 그는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첫 보초를 나가게 된 최대선 이병과 나는 신병임을 고려해 낮에 근무를 서게
되었다.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으레 고참은 낮잠을 자고 신병에게 누가 순찰 오는지
지키게 한다. 그때도 난 잠도 오고 해서 최 이병에게 누가 오면 무조건 날 께우라고 시켰다.
최 이병은 비장한 표정으로 "예 알겠습니다." 하고 자신 있게 대답했고 난 안심하고 잤다.
한 30분 정도 잤을까... 이상한 소리에 눈을 스르르 떴다.
누가 온것 같진 않은데 이상한 신음 소리가 들렸다.
주위는 모두 논밭뿐인데 이상하게 생각한 나는 살짝 밖을 쳐다 보았다.
거기서 최 이병은 밭을 향해서 두손을 앞쪽으로 모으고 거친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난 순간 직감 할 수 있었다. 절대 오줌을 싸는게 아니라는 것을....설마...!
그렇다 그녀석은 감자밭을 응시하면서 용두질(?)을 하고 있었다.
도데체 이녀석은 무었을 보고 흥분을 했단 말인가....?
순간 감자밭을 본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감자밭에는 몸빼바지를 입은 한 40대 아주머니가 열심히 감자를 캐고 있었다.
아무리 군대가 남자밖에 없는 곳이지만 .......
하여튼 이사건 이후로 난 더욱더 최이병을 관심있게 지켜보았다.
며칠 후 야간 행군이 있었다. 약 20kg정도 되는 완전 군장에 총까지 매고 60km를 걷는 힘든 훈련이었다.
야간에다가 그당시 신병도 많이들어왔기 때문에 중대장은 안전에 무었보다 힘쓰게 했고
행군 도중 일어나는 어떤 조그만 일이라도 무조건 보고 하라고 했다.
물론 난 최 이병 뒤에서 그를 지켜보면서 훈련을 시작했다.
약 3시간 정도 걸었을때 쯤 ..갑자기 잘 걷던 최이병이 걸음을 멈추었다.
난 설마 다리에 쥐가 난건 아닐까 하고 걱정스런 생각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왜그래 최이병!" 하고 내가 묻자 그가 난감한 듯이 머뭇거리며 말했다.
"똥을 밟았습니다" ......미치는 줄 알았다. 내가 황당해 하고 있을 찰나에 최이병이 갑자기
무전기를 꺼내들더니(최 이병은 통신병이었다)중대장에게 보고를 시작했다.
"중대장님 이병 최대선입니다. 지금 제가 똥을 밟았습니다. 어떻게 합니까?" ............
난 너무나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 그런걸 보고 하다니...
난 죽었다고 생각했다.
그때 ...중대장 쪽에서 무전이 날라왔다.
" 즉각 바닥에 2~3회 문댄 후에 계속 행군을 시작하도록.."
내가 군대생활 하다가 이런 황당한 무전은 첨이었다.
중대장도 또라이가 분명했다.. 어쨋든 그 사건도 무사히 지나갔다.
얼마 후 야전 훈련이 있었다. 밤이 되자 탠트를 치고 경계를 서고 있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었다. 난 최 이병에게 후래쉬(빨간색 랜턴)를 주면서 군장에서
침낭을 꺼네오라고 시켰다. 최 이병이 탠트 밖으로 나갔다.
그 때 중대장이 담배를 피우러 나온 모양이었다.
"어이 거기 누군가?".
"이병 최대선입니다"
"혹시 불 있나?"
"예 있습니다."
"그래 ? 그럼 일루 던져.."
"진짜 던집니까?"
"그래 던져 임마"
그 후 "퍽" 소리가 나더니 중대장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한 밤중에 난리가 났다.
나는즉시 뛰어 나갔지만 이미 중대장의 이마에선 깍두기 국물이 흐르고 있었다.
최이병의 한판 승이었다. 또라이 중대장은 이마를 4바늘이나 꼬맸다.
그로부터 한달 후 부대 검열이 있었다. 검열이란 높은 사람들이 와서
군대가 잘 운영이 되는가를 검사하는 행사다.
학교 다닐때 장학사가 오느 것이랑 같다.
이번 검열의 포인트는 청결이었다. 중대장은 모두 깨끗이 씻고
특히 무좀있는 병사가 한명도 없어야 된다고 했다.
난 우리 내무반의 내무반장으로써 소대원의 발검사를 실시했다.
모두들 깨끗했는데 최이병의 발은 장난이 아니었다.
난 화가나서 "넌 남들 씻을때 머했어 "라고 다그쳤다.
그러자 최 이병은 "이거 무좀이 아니라 원래 그렇습니다" 하고 말했다.
난 더 열받았다. "살이 갈라지는데도 무좀이 아냐?"
"아닙니다"
"진물이 흐르는데도 아냐?"
"아닙니다"
"PM바르면 거품나는데도 아냐?"
"아닙니다."
정말 미치게 만들었다. 죽이고 싶었지만 참았다.
드디어 검열날 ....
검열관은 대령이었는데 전 중대원이 모인 자리에서 중대 번호를 시켰다.
"하나,둘 ,셋,넷,다섯......스믈,,,,서른,,마흔,,,"쭉 이어져갔다.
내옆에는 최이병이 있었고 내차례가 왔다.
"예순 아홉!" 그다음 최 이병이 외쳤다."칠순!"
싸늘한 정적이 부대를 감쌌다, 지금 생각 하면 정말 웃긴 이야기지만 그때는 전원 군장싸고
뺑뺑이를 돌았다. 최이병 이야기를 하다보니 너무 길어진듯하다..
어쨋든 그후 난 제대했고 그 후 최이병은 그 외에도 많은 사건들을 저지르며 군대를 아주
살벌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부대에 불을 지른적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난 그가 너무나 순수하다고 생각한다.
모두들 힘들어하는 군대......
하지만 그는 단 한번도 힘든 표정 한 번 지어본적 없다.
늘 웃는 모습으로 약간은 바보 같이 보이지만 그래도
그의 모습을 난 영원히 있지 못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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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지난추억이 아름다운 행복을 전하는 삶이듯
그여정이 있었기에 힘겨운 현실에서 묵묵히
헤쳐가는가 봅니다 감사합니다
고문관이 있어 힘든부분도 있지만 웃게되는것도 있네요 ㅎㅎ
너무재미남이야기군요 군대이야기는언제들어도재미있고요 최이병은정말못잊겠군요 항상군대에는좀이상한놈들이들어오지요
나두군생활할때 나보다3개월후배놈이 내무반에서 방귀뀌고살짝혼자만밖으로나가는놈이있었네요 그러면 고참놈들이인상쓰면서누구야소리지르고요
그바람에나는고참들한테많이혼났네요 냄새가정말고약했지요 생리적인현상이라고하던 문광호이병놈지금은어디서잘살고있겟지요
때묻지않은 아주 순수한 병사네요칠순
남자들에 군대 이야기는 끈임이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