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어의 활성도가 높을 때는 벵에돔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잡어가 표층까지 떠올라 밑밥을 먹는다면 벵에돔도 어느 정도 떠오른다고 보면 된다. 이것보다 더 좋은 정보원이 어디 있겠는가?
낚시를 하고 있는 도중에도 수시로 잡어의 움직임을 관찰해야 한다. 떼를 지어 놀던 잡어들이 순식간에 사라지거나, 그 반대로 흩어져 있던 놈들이 갯바위 쪽으로 몰려들거나 하는 등 이상한 행동을 보일 때가 있을 것이다. 또 잡어가 훤히 보이는 와중에도 밑밥이 쉽게 없어지지 않고 가라앉거나, 미끼가 없어지지 않으면, 감성돔, 참돔, 부시리 등 대형 어종들이 가깝게 접근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자연계에 사는 생물들이 서로의 먹이사슬 관계가 확실히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큰물고기가 접근하면 작은 물고기들이 혼란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벵에돔의 경우 이런 대형어들과 먹이사슬 관계에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잡어는 도망가더라도 벵에돔은 멀리 달아나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단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대피하는 정도로 보면 될 것이다. 먹이를 먹고 싶은 것은 벵에돔도 마찬가지이므로 큰물고기가 사라지면 다시 먹이를 찾아 모여든다.
벵에돔이 영리하다는 것은 자리돔 등의 잡어떼 밑에 숨어 먹이를 먹는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잡어를 방패막으로 삼아 먹이활동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잡어 밑에서 먹이활동을 하다가 잡어가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면 재빨리 몸을 감추곤 한다. 그만큼 위험에 빠질 확률이 줄어드는 것이다. 잡어의 움직임이 나쁘고 활성도가 낮을 때에도 벵에돔은 그 밑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잡어가 간간히 눈에 띄지만 미끼가 쉽사리 없어지지 않을 때가 이런 경우다. 특히 벵에돔은 큰놈일수록 저수온에 강하므로 대물 확률이 이때가 높다. 그럴때는 밑밥에 몰려든 잡어의 한 가운데를 공략해야 한다. 먼 곳에 채비를 던져 끌어오면 효과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