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먹고 비응항 산책했습니다.
햇볕이 쨍쨍 내리쬡니다.
비응항에는 박종훈 씨와 저 단 둘뿐입니다.
둘 다 익어가고 있습니다.
더 걷다가는 바싹 말라버린 불가사리가 될 것 같았습니다.
“박종훈 씨, 저희 카페에서 좀 쉬다 갈까요?”
힘없이 끄덕이셨습니다.
“다시 식당 쪽으로 돌아갈까요? 카페 찾아봐요.”
가까운 카페에서 99번 버스 기다리며 쉬었습니다.
오늘도 초코라테 주문하셨습니다.
버스 시간 맞춰 정류장으로 이동했습니다.
정류장에 할머니 한 분이 계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아이고~ 젊은 청년들이 이 더운 날 어디 가려고?”
“장자도에 놀러 가요.”
저희 목적지를 들으신 할머니께서 신이 나신 듯 장자도에서 꼭 해봐야 할 것들을 추천하셨습니다.
“거기 가면 호떡 꼭 먹어야지.”
“대장봉 꼭 한 번 가 봐. 젊으니까 갈 수 있어.”
“밥은 어디서 먹었어? 거기 장가네 칼국수 유명해~ 잘 먹었네.”
“비응도는 짬뽕도 유명해~”
“버스 오면 오른쪽에 앉아~ 그래야 가는 길에 바다가 딱 보여.”
“동생이랑 왔어?”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조심스레 대답했습니다.
“어…. 형이시긴 해요.”
“그려? 형제가 보기 좋네.”
‘동생’
제가 물어보는 모습이라 그랬던 걸까요.
동생 챙기는 것처럼 보였을까요.
단순히 얼굴로만 그렇게 보셨을까요.
그냥 물어보신 걸 텐데, 괜히 걱정하는 걸까요?
한 단어에 제 언행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오른쪽 창가에 앉아 구경했습니다.
“우와! 할머니 말씀처럼 오른쪽에 앉으니 바다가 훤히 보이네요.”
“( )”
“옆에 바다가 쫙 펼쳐져 있어요. 바다 좋아하세요?”
“( )”
박종훈 씨는 바다에 딱히 관심이 없어 보였습니다.
바다 쪽에는 눈길도 주지 않으십니다.
어쩌면 마파지길 걷기도 바다가 아니라 산책하기 좋아서였을까요?
장자도에서 내렸습니다.
박종훈 씨와 학생 포함해서 세 명 내렸습니다.
다른 한 분께서 버스 정류장에서 시간표 찾으셨습니다.
시간표 이야기 듣고 박종훈 씨께서 챙겨 온 시간표 꺼내셨습니다.
시간표 꺼내 저를 바라보십니다.
“시간표 저분 드리고 싶으세요?”
작게 끄덕이셨습니다.
“직접 드리는 건 어때요?”
박종훈 씨께서 시간표 드렸습니다.
장자도 관광안내소에 들렀습니다.
소책자 받고 대장봉 추천받았습니다.
“장자도 오시는 분들께 무조건 추천하는 곳이에요.”
“박종훈 씨, 아까 정류장에서 만난 할머니께서도 대장봉 추천해 주셨지요?”
“네.”
“관광안내소 직원분께서도 추천해 주셨는데 대장봉 올라가고 싶으세요?”
“네.”
“산인데요?”
끄덕이시며 “네.” 대답하셨습니다.
관광안내소 직원분께서 호떡집 추천해 주셨습니다.
“장자도호떡마을1호점이 맛있어요. 옛날호떡 꼭 드셔보세요.”
아까 시간표 드린 분 또 만났습니다.
가는 길 그분과 겹쳤습니다.
제주도에서 휴가 오셨다고 하십니다.
박종훈 씨와 학생에게 호떡을 대접하셨습니다.
“괜찮아요. 저희가 살게요.”
“아니야. 내가 사줄게. 이런 건 어른이 사는 거야. ‘감사합니다.’하고 먹어.”
“감사합니다.”
박종훈 씨께서 호떡 한입 베어 드시더니 눈이 커졌습니다.
뜨거워서일까요?
맛있어서일까요?
선생님께서 물 건네셨습니다.
“마시면서 먹어. 목 막힌다.”
“청년이 다 마셔. 난 한 병 더 있어.”
호떡 먹고 대장봉으로 향했습니다.
박종훈 씨께서 선두, 그 뒤로 학생, 그 뒤로 선생님께서 올랐습니다.
박종훈 씨께서 등산하는 중간중간 뒤돌아보시며 살피십니다.
시선이 더 뒤로 가 있는 것을 보니,
선생님께서 잘 따라오고 계시는지 살피시는 것이겠지요.
엄청난 속도로 뛰어가듯 오르셨습니다.
2/3 지점에서 내려왔습니다.
선생님과 작별 인사를 하고 내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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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류장 할머니와 정겨운 대화 좋습니다. 당사자와 지역사회가 복지를 이루며 함께 사는 그 이야기를 재밌게 지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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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수단 이용하며 많은 일이 있었네요. 박종훈 씨가 건넨 시간표가 호떡으로 돌아왔네요. 인정이 있는 지역사회 입니다.
다른 사람의 어려움에 관심을 보이며 먼저 다가가 시간표 건넸네요.
낯선 사람을 어려워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제 생각이 깨졌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