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만에 귀국한 달하니 샘과 수요훈련을 마치고 사직보조경기장에서 기분좋게 찰칵)
시월, 바쁘고 바빴다. 문자 그대로 공사다망했다. 그리고 좋고 좋았다. 가야지 회원들과 세 차례 달리기 나들이와 학교 육상선수들과 3일간의 한 차례 육상대회가 있었다. 주말도 9일 가운데 5일이나 사용해야 했다. 가야지 강화훈련으로 장안사 계곡에서 비지땀을 흘렸고 황태찜으로 훈련을 이겨낸 몸을 달래주었다. 2주 후에는 가야지 회원들과 1박2일 일정으로 <경주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하여 하프 코스를 완주하고 불국사와 감은사지를 관광하고 이른 아침 대왕암 너머로 솟아오르는 동해 일출을 보며 세상의 평화와 안녕을 빌었다. 그로부터 1주일 뒤 <부산바다마라톤대회>에 참가하여 근래 들어 호기록으로 10km를 완주하고 안락동 맛집에서 연포탕으로 고생한 몸을 대접했다.
그리고 부산대회를 앞두고 3일간 열린 교육감배 육상경기대회에 50명의 선수를 데리고 나가 남초부와 여초부 동반 준우승을 하였다. 대회에서 가장 많은 점수를 내야 하는 6학년 선수가 부족해 3,4,5학년 선수들 중심으로 경기를 해야 했다. 마치 장기판에서 차포를 빼고 상마와 졸들로만 강적들과 맞서 싸우는 형국이었다. 상대 학교들의 숨통을 조이며 마지막까지 고군분투하였지만 10여 년의 라이벌 초읍초에 남녀 동반 우승의 두 왕좌를 넘겨주고 분루를 삼켰다. 6학년들의 무관심과 불참이 못내 아쉬웠다.
10월에는 가야지와 학교의 여러 행사와 함께 회원님들의 가정에도 대사와 경사가 있었다. 정동일 샘의 둘째 아들이 선녀 같은 시월의 신부를 맞이하며 장가를 들었고, 달하니 샘이 6개월의 긴긴 미국 생활 끝에 귀국하셨다. 두 회원님들의 가족 일이지만 내 일인 양 회원들의 일인 양 기쁘고 반갑다. 오늘 그 뒤풀이로 회식 자리를 마련하여 축하와 감사와 환영의 마음을 주고 받았다.
즐거움과 그리움을 풀어낸 장소는 오랜 단골집 <일해옥>과 <밀러 타임>이다. 아시아드 사직보조경기장에서 수요훈련으로 땀을 흘리고 <일해옥> 1층 홀에 10명의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자주 만나는 회원도 있고, 뜸하게 만나는 회원도 있고, 달하니 샘처럼 부득이 오랜만에 만나는 회원도 있다. 얼마만에 만났든 모두 반갑고 정다운 얼굴들이다. 악수를 하고 포옹을 하고 덕담을 건네고 술과 음료수를 건네며 인사를 나누었다. 유쾌하고 즐거운 만찬이다. 술(소주, 맥주)과 고기(삼겹살)가 푸짐하게 올라왔다. 불판에서 삼겹살이 노릇노릇 익기가 무섭게 젓가락이 춤을 추었다. 술병의 뚜껑들도 발사 후의 탄피처럼 탁자 위에 흩어졌다. 오늘의 주총(酒銃) 특등사수는 단연 자타공인 50여 년 주력(酒歷)의 임정안 샘이다. 숟가락으로 맥주병의 뚜껑을 딸 때마다 뻥, 뻥 소리가 요란하게 가게 안에 울려퍼졌다. 대단한 묘기에 술꾼들은 술맛이 팍팍 당겼을 것이다. 병뚜껑을 따는 단순한 단발성 소리지만 주흥을 돋구기에는 왠만한 밴드 음악보다 낫다. 운전을 하고 와서 콜라만 홀짝거리며 비주류가 된 신세가 안타까웠다. 2차를 위해 3명(오궁, 최해리, 태암)을 제외하고 나머지 분들은 생맥주집 <밀러 타임>으로 자리를 옮겼다. <일해옥>에서보다 더 속깊은 이야기가 허물없이 오가고 달하니 샘의 미국생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을 것인데 함께하지 못해 아쉽다.
보름달 같이 여러 행사로 충만했던 10월이 물러가고 가을의 막내 11월이 시작되는 첫 날, 집으로 돌아가는 밤하늘에 보름을 사흘 넘긴 둥근달이 두둥실 떠올라 달무리를 두르고 휘영청 밝게 빛난다. 우리들의 올해 남은 두 달도 저 밝은 달처럼 밝게 빛날 것이다.
遊樂十月
天高氣凉走好節
十月上月夢境流
與伽會員遊三所
廣安慶州長安谷
五十大軍陣頭率
陸上大會大擧參
蓮山選手樂二所
影島體中社稷野
놀고 즐긴 시월
하늘이 높고 공기가 서늘하여
달리기 좋은 시절
시월 상달이
꿈결같이 흘러갔다.
가야지 회원들과 어울려
세 곳에서 놀았으니
광안대교 경주 시내
장안사 계곡이다.
오십 명의 대군을
앞장서 거느리고
육상대회에
대거 참가하느라
연산 선수들과
두 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니
영도 체육중학교와
사직벌이다.
走蜜歸鄕
自五至十三季過
走蜜先生歸國還
伽倻地柱不動員
諸員一心苦待歸
異域萬里他鄕處
血肉殘留獨歸還
勞心焦思止日無
哀歡共存握幸手
달하니 샘의 귀향
오월부터 시월까지
세 계절이 지나고
달하니 샘이
귀국하여 돌아왔다.
가야지의 기둥으로
부동의 회원이어서
회원들이 모두 한마음으로
귀환을 손꼽아 기다렸다.
이역만리
타향 땅에
혈육을 남겨두고
홀로 돌아와
애태우는 마음
그칠 날이 없지만
슬픔과 기쁨은 공존하니
행복의 손을 잡으소서.
兩家慶事
鄭門婚事子丈家
兩家父母一模脫
善男善女結佳緣
百年偕老祝幸福
金門離逢走蜜還
一片離別隔女孫
一片有逢逢夫君
再會期約望和睦
兩家慶事
두 집 경사
정동일 샘 집안에 혼사가 있어
둘째 아들이 장가를 들었네.
양가부모를
쏙 빼닮은
선남선녀가
아름다운 인연을 맺었으니
백년해로 하면서
행복하게 살기를 비네.
김미선 샘 집안에 떠남과 만남이 있어
달하니 샘이 귀국하셨네.
한편으로는 이별하여
딸 손녀와 떨어졌지만
또 한편으로는 만남이 있어
오랜만에 부군을 만났으니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면서
화목하게 살기를 바라네.
新月初日
新月初日逢喜面
種種見員其半數
間間面員其余數
何如無關再會悅
會員子女祝結婚
歸國會員歡迎席
授受酒卮興感濫
去來情談笑花發
새 달 첫날
새 달 첫날
반가운 얼굴들을 만난다.
종종 보는 회원이
그 반이요
뜸하게 보는 회원이
또 반이다.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떤가
다시 만나니 반갑다.
회원 자녀의
결혼을 축하하고
귀국 회원을
환영하는 자리
주고받는 술잔에
흥이 넘쳐흐르고
오고 가는 정담 속에
웃음꽃이 피어난다.
日海屋宴
眞心珍味日海屋
伽倻十員坐同席
次男丈家鄭先生
答禮人事施酒肉
東萊高員鄭同門
次知隣席發談花
鄭宅婚事再祝賀
歸國走蜜歡迎席
일해옥 잔치
참된 마음으로 좋은 맛을 내는
일해옥에
가야지 회원 열 명이
자리를 같이하고 앉았다.
둘째 아들을 장가 보낸
정동일 샘이
답례 인사로
술과 고기를 베풀었다.
동래고 회원들도
정선생과 동문인데
이웃 자리를 차지하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정선생 집안의 혼사를
다시 축하하고
귀국한 달하니 샘을
환영하는 자리였다.
첫댓글 한문으로 댓글 달수도 없고 ㅎㅎ
&
하선생님의 문필력은 대단합니다.
눈으로 읽어 가면서
마음으로 뭔가 느끼고 갑니다.